인천에서 싱가포르 경유하여 페낭까지
비행기는 정시 출발했다. 여섯 시간 반을 가운데 열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가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리고 왼쪽에 앉은 체격 좋은 남자분으로 인해 왼쪽은 거의 옹송그린 상태로 왔더니 몸이 더 피곤했다. 비행기 타기 전 마티나 라운지에서 과식했더니 기내식은 통 손이 안 갔다.
기내식을 먹고 난 후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를 보는데 이때는 정말 잠이 엄청나게 쏟아졌다. 잃어버릴 뻔했던 목베개를 승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찾아낸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는지. 그 상태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들어서고 있었다. 랜딩이 무사히 진행되고 비행기가 멈추자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무리들에 섞여 나도 재빨리 이동했다.
싱가포르 항공이 도착한 T3에서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페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T2로 이동했다. 짐검사를 하고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환승 시간이 길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한 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에 좌석은 복도 쪽이었고 기내식은 피자 한쪽. 그나마 다 먹지는 못했다. 입맛이 없기도 했고.
어느새 한 시간은 지나갔고 비행기는 무사히 페낭 공항에 착륙했다. 오후 다섯 시쯤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여기서부터 다시 엄청난 기다림의 시간. 입국수속 줄이 어마어마했다. 한 시간째 줄 서서 기다리는데 줄어들지 않는 긴 줄. 이동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시간은, 아마 기다림의 끝에 도달할 때라 더 지루했다. 해뜨기 전이 가장 추운 것처럼 그 지루함은 이제 피곤함으로 치환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입국심사가 한 시간 반에 달하는 기다림 끝에 끝났다. 싱가포르에서 한 시간 비행기 타고 와서 입국심사에 한 시간 반이라니.
공항 ATM에서 말레이시아 돈으로 300링깃을 인출했는데 장기간 기다림으로 판단이 흐려졌던지 환전으로 신청해서 연결계좌에서 환전하여 인출되었다. 환전 없이 인출해야 외화 충전된 금액이 빠지는데... 다행히 수수료는 면제였다. 다음번엔 환전 없이 찾는 걸로.
공항을 나와 그랩 앱으로 택시를 호출했다. 저렴하게 버스로도 갈 수 있지만 피곤이 몰려와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34링깃, 우리 돈으로 11,000원쯤 나왔지만 호텔까지 편안하게 올 수 있어서 좋았던 걸로. 밤 8시가 넘었기에 셀프 체크인으로 방에 들어왔다. 복층인 이 작은 방은 딱 하나 냉장고가 없다는 단점 빼고는 아담하고 딱 기분 좋은 느낌이다. 숙소에 오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제 쉴 수 있으니까. 드디어, 페낭에 도착했다. 내일부터 꼬박 이틀간 페낭 여행이 시작될 예정. 아마도 많은 이들이 바쁘게 다니는 여행은 못할지도 모른다. 그저 내 방식으로 돌아다닐 예정이라 수박 겉핥기로 다니겠지만. 어쨌든 오랜 기다림이 끝났다는 것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