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십 수년 전, 터키 자유 여행을 준비했었다. 아마, 나 혼자 해외여행으로는 두 번째 떠나는 것이라 막연한 불안함보다는 오히려 설레는 마음이 앞섰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터키 관련 책자를 사서 열심히 읽었고 터키 여행 관련 카페를 쉼 없이 드나들며 자료를 모으고 준비하며 행복했던 시간들을 지나, 드디어 출발하는 날이 되었다. 지방에서 타고 간 리무진이 인천 공항에 도착했고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 즐겁게 기다렸던 그 시간들. 탑승구 앞에서 우연히 시선이 마주친, 나처럼 홀로 떠난 분과 수다 떨다가 졸다가 영화도 보다가 하니 시간은 잘 흘러갔다. 터키 국적기인 터키 항공이어서 직항으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했다. 이스탄불 도심과 가까워서 이 공항은 시내로 가기가 수월했다. 물론 지금처럼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고 트램으로 환승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공항에서 지하철 첫차를 타고 트램으로 환승한 후 도착했던 술탄아흐멧 광장. 푸른 하늘 아래 6개의 미나렛을 지닌, 외부는 하얀 블루 모스크가 웅장하게 솟아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고풍스러운 성 소피아 성당, 현지어로는 아야 소피아가 서 있었다. 그렇게 쨍한 여름 속에서 나의 터키 여행은 많은 사람들이 가는 루트를 따라 진행되었었다. 고온건조한 기후 특성으로 인해 여름에 비는 거의 만날 수 없었기에 그 당시 나 같은 여행자에게 터키의 날씨는 축복이었다. 이스탄불 숙소에서 우연히 몇 명의 한국인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나와 조금씩은 나이차이가 나긴 했지만 대략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들끼리 얘기하게 되었다. 그들 모두 나 홀로 여행객들이었다. 각각 여행 온 여섯 명이 둘러서 얘기하고 있으니 밖에 나갔다가 온 사람들은 우리가 동행들이라 생각했다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이튿날 이스탄불 여행을 함께 다녀서 혼자인 듯 혼자 아닌 터키 여행은 그렇게 기분 좋게 시작되었고 마지막까지 너무나 즐거웠다. 아직까지도 여전히 기분 좋았던 여행을 꼽으라면 터키 여행이 거기에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1월, 시칠리아 여행을 가기 위해 터키 항공을 이용하게 되어 이스탄불에서 레이오버를 하게 되었다. 경유 시간이 9시간 정도 되어서 터키항공에서 제공하는 이스탄불 무료 당일 투어에 참가할 수 있었다. 십여 년만에 겨울의 이스탄불을 잠깐 스쳐 지나가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었다. 톱카프 궁전 입장과 술탄아흐멧 자미, 술탄 아흐멧 광장을 둘러보는 짧은 여행이었지만, 오래 전의 이스탄불을 추억하기에 딱 좋았던 것이었다. 이스탄불에서의 기억은 좋은 것이어서 그럴까. 이번에 이스탄불 여행이 어떤 기억을 줄지는 모르겠다. 물가가 제멋대로 오른데 데가, 사원으로 바뀌어 버린 아야 소피아, 키리예 박물관을 그때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일반적인 루트와 조금 다르게 앙카라와 말라티아, 안탈리아와 이즈미르를 포함시켰다. 튀르키예라는 정식 명칭을 쓰는 이 나라의 수도, 사람들은 그다지 매력적이라 느끼지 않는 앙카라를 다녀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앙카라에서 말라티아로 가는 일정을 잡았는데, 말라티아를 넣은 것은 오로지 넴루트 유적을 보기 위해서이다. 오래전에는 카파도키아에서 넴루트를 새벽에 출발하여 다녀오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때 카파도키아에 도착해서는 미처 넴루트 투어를 생각해 보지 않았던 탓에, 다음에 튀르키예를 여행하게 되면 꼭 가보리라 생각했던 곳이다. 말라티아에서 버스로 5시간이면 카파도키아에 가는데 이번에는 카파도키아를 과감하게 제외했다. 그 풍경은 이국적이고 아름답지만, 이미 예전에 벌룬투어, 레드투어, 그린투어를 그곳에서 했었던 탓에 카파도키아는 제외해도 괜찮을 듯했다. 그래서 말라티아에서 안탈리아로 이동할 것인데, 휴양지라 나의 취향에 맞을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물론 안탈리아에서도 아스펜도스와 같은 유적지 투어가 있을 것이니 그곳에 가서 알아보는 걸로. 그리고 안탈리아에서 이즈미르로 이동할 예정. 예전에는 카파도카아에서 파묵칼레, 그리고 셀축으로 이동했었는데 이번에는 이즈미르에 근거지를 두고 근교를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이즈미르와 근교 일정이 마무리되면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와 귀국준비 하는 것. 그러나 이 모든 일정도 현지 사정에 따라 조금씩 변할 수 있다. 자유 여행은 언제나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니까.
십 수년 전 여행의 즐거움을 가득 담아 주었던 터키가 이번에 어떤 즐거움을 주는 튀르키예로 변모하였을지.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담은 채, 나는 이제 튀르키예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