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튀르키예-넷

두 대륙에 위치한 신비한 도시 이스탄불

by 낮은 속삭임

이스탄불에서의 셋째 날이 밝았다. 어젯밤에 들어오면서 직원의 안내로 마르마라이 선에 대해 들었다. 앙카라행 기차를 타려면 이스탄불의 아시아 지역에 있는 기차역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마르마라이 선은 보스포루스 해협 해저터널이 연결되면서 생긴 지하철 노선이다. 이 노선은 컨택리스 카드가 적용되지 않는 데다가 현금으로 티켓을 구입하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스탄불 카르트가 필요하다고. 그래서 아침부터 이스탄불 카르트를 구입하기로 했다. 어제는 하루 종일 걸어 다녀서 필요하지 않았던 이스탄불 카르트였지만 오늘은 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는 숙소를 탁심에 잡았기 때문에 이스탄불 카르트를 제대로 쓸 것 같기도 해서 귈하네 역 부근에 있는 기계에서 이스탄불 카르트를 사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도와주던 푸른 옷을 입은 도우미의 잘못으로 이스탄불 시티 카드가 구매되었다. 얼마 하지는 않지만 정작 내게 필요한 카드가 아닌 데다가 내가 영어를 보고 구입한 것이 아니라서 정색하고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영어로 따지고 들었다. 원래 정색하고 따지기 시작하면 전투력 급상승하는 사람인 데다가, 명백하게 도우미의 잘못이었으므로 카드 수수료를 제외하고 카드 값을 환불받았다. 물론 처음에는 안된다고 했지만 결국 네 잘못이 아니었냐고 내가 따지고 들면 결국 그들이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남의 나라 여행 와서 큰소리 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니까. 그러고 나서 구입한 이스탄불 카르트를 가지고 숙소에서 가까운 마르마라이 선을 타고 한 정거장 건너 위스쿠다르 역에 도착. 마르마라이 선이 아마도 일반적인 교통수단보다 비싼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일 기차를 타기 위한 길을 알아보기 위해 마르마라이 선을 타보았다. 위스쿠다르 역에 내려서 나는 이번에 참르자 자미 쪽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크다는 이 모스크는 과연 어떤 곳일지. 한방에 올라가는 하늘색 돌무쉬를 타라고 되어 있었으나 당최 이 하늘색 버스는 어디서 타야 하는가 고민하던 중에 버스를 기다리는 아주머니에게 영어로 물었다. 외국인이 묻는 말에 아마 그 아주머니가 이해한 말은 '참르자 자미'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아주머니가 지시한 방향으로 쭉 걸어가니 하늘새 버스들이 서 있는 곳이 나왔다. 거기서 물으니 뒤쪽의 버스를 타라고 한다. 이 버스는 이스탄불 카르트가 적용되지 않는 현금을 주고 타는 버스였다. 30리라까지는 안 드는 금액을 현금으로 지불하고 자리에 앉았다. 에어컨 작동이 되지 않는 이 작은 버스는 문을 다 열어놓고 운행했다. 참르자 자미 아래쪽의 버스 정류장에서 기사 아저씨의 손짓으로 내리고 참르자 자미 쪽으로 걸어갔다.

참르자 자미는 정말로 거대했다. 쉴레이마니예 자미에서 보스포루스 대교 너머에 꿈처럼 솟아있던 하얀색 모스크가 바로 이것이었다. 참르자 언덕으로 갈까 하다가 너무 덥기도 해서 그냥 참르자 자미로 선택했는데 그 웅장한 크기에 압도당했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멋있었다. 다만 지나치게 압도적으로 커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참르자 언덕으로 가보기에 날씨가 너무 덥고 그래서 참르자 자미의 정원에 있는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와 아이란, 레몬 치즈 케이크를 먹으며 쉬기로 했다. 대책 없이 찾아온 것은 맞으니까.

참르자 자미는 위스쿠다르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내려가려면 버스를 타고도 한참이다. 버스에 이스탄불 카르트를 찍었는데 계산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는데 돈이 모자란 것. 그런데 기사님이 없을 때 찍었는 데다가 갑자기 버스가 바뀌었다. 모든 승객이 내려서 다른 버스를 다시 타게 되어서 본의 아니게(?) 무임승차를 했다. 카드 충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페리를 탈 때 알았다. 페리 금액이 모자라서 결국 충전을 했던 것. 에미뇌뉴로 가는 페리를 탄 줄 알았는데 카라쾨이로 가는 페리를 탄 것이었다(사실, 에미뇌뉴로 가는 페리가 맞았다. 사람들이 많이 내리길래 에미뇌뉴로 착각하고 내린 것이었다). 오히려 잘 되었다. 살짝 출출했기에 이제 고등어 케밥을 먹으러 갈까 했는데, 그 맛집이 카라쾨이에서 걸어가는 편이 더 가까웠던 탓이다.

구글맵을 계속 켜둬서 그런지 기기가 엄청나게 뜨겁다. 그래도 요즘 세상에 구글맵 없이 다닌다는 것은 조금 힘드니까 어쩔 수 없다.

이곳에서도 나름 맛집이라고 하는 이 고등어 케밥집은 아마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 소개된 탓인지 유명한 곳이었다. 다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고등어 샌드위치와는 다르게 또띠야에 고등어와 채소가 들어가고 소스가 뿌려졌다는 것. 오래전, 내가 맛본 고등어 샌드위치는 두툼한 에크맥을 반 갈라 노릇하게 구운 고등어를 넣고 채소에 레몬즙을 뿌려주는 것이었는데 이번의 고등어 케밥은 조금 생소했다. 다음번에는 에크맥에 넣는 고등어 케밥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카드쾨이쪽으로 다시 나갔다. 갈라타 다리를 건너 천천히 숙소를 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저녁 햇살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햇살은 센 편이다. 골든혼을 다니는 페리들이 떠다니고, 건너편 쉴레이마니예 자미는 고풍스럽게 서 있는 풍경. 고개를 뒤로 돌리면 거대한 연필 모양의 갈라타 탑이 주변의 건물들과 묘하게 어우러져 우뚝 솟아있다. 갈라타 다리에는 많은 낚시꾼들이 자그마한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저 물고기들이 어딘가로 판매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국의 강태공들은 그렇게 고기를 낚으며 시간을 낚고 있는지도 모른다.

건너편에는 예니 자미가 보이고 그 맞은편에 이집션 바자르, 현지어로는 '므스르 차르쉬'라 부르는, 향료 시장이라는 뜻의 시장이 있다. 그래서인지 각종 향신료와 꽃차, 바클라바와 로쿰 같은 디저트가 눈에 다. 어느 가게 앞에는 이블 아이(Evil Eye), 악마의 눈이라 불리는 나자르본주가 가득히 걸려있다. 저건 커다란 것이 집에 있으니 굳이 살 필요가 없겠지. 그래도 필요하다면 목걸이나 팔찌 정도는 어쩌면 또 살지도 모르겠다.

저녁에 되어가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시장으로 나오고 있었다. 식당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들고 있었고 그에 맞춰 웨이터들의 호객 행위도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땡볕에 돌아다녀서 그런지 조금은 피곤하다. 구글맵을 펴지 않고 골목골목을 헤매다 보니 익숙한 풍경이 나타났다. 언덕길을 내려오니 어느새 숙소에 가까워져 있었다. 더워서 조금 지치기도 했고 오늘은 숙소에 들어가서 좀 쉬기로 했다. 내일은 드디어,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다는 튀르키예의 수도 앙카라로 이동한다. 앙카라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것인지. 새로운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keyword
이전 03화다시, 튀르키예-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