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란 단어는 신비하다.
쑥이 타는 모깃불에 아카시아 향이 묻어나는 엄마 품 같은 고향! 괜 시리 콧잔등이 시큰 해지고 아련한 그리움이 번지는 마법 같은 우리의 싸움터.
둥근달이 산마루에 걸치면 집집마다 떡치고, 돼지잡고, 철질 하는 냄새가 마을 뒷산을 넘어 온 동네를 감싸고, 서울서 가발공장 다니는 영자랑 봉제공장에서 시다하는 팔수랑 양손에 가득 선물을 들고 동구 밖 깔끄막을 내려오면 어머니들 종종걸음으로 마중 나가 “뭣허러 이런 것을 사왔냐? 우리 새끼 어서 오니라. 아픈 데는 없지?”
연어가 산란하기 위해 고향을 찾듯이 우리는 모두 명절이란 산란기를 맞아 고향을 찾고 조상께 제를 드리는 문화 속에서 성장하고 살아왔다.
누구나 고향은 있다. 빼앗긴 땅에 고향이 있는 분은 가지 못하는 고향을 향해 피눈물을 흘리며 부모 형제를 그리워한다.
나의고향은 김제이다. 임실 삼계 면처럼 200여명의 박사를 낸 고향만큼 내놓을만한 것이 없다. 삼계는 오수 천, 율 천, 사매 천 세 개의 천이모인 배산임수의 명당이라 한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마을이다. 거기에다 내력은 모르겠으나 언제 부터인지 엿이 유명하다 한다. “삼계 박사마을 가서 엿 먹고 와라” 말이 듣기가 좀 거시기 하지만 그렇다. 내 고향은 뭐 하나 제대로 내놓을 것 없지만 그렇다고 내 고향이 심산계곡 깡 촌 이냐 하면 절대 아니올시다. 정말로 보기 힘든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보며 호연지기를 키우며 자라왔다. 역사적인 벽골제, 새 만금 등 많은 보물이 있지만 여기서 자랑은 접자. 어느 누가 시시콜콜 남의 동네자랑에 인내를 가지고 읽어줄 사람이 많지 않으리라 믿는다.
나는 내 고향의 빛과 그림자 두 가지 모두를 내 보이려 한다.
경제 용어에 이런 것이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 한다” 는 그레샴의 법칙이 있다.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경우에 따라 악인이 양을 구축하는 모순도 존재하고 있다.
즉 도둑놈이 아이러니하게 도망질을 잘하다보니 고향을 널리 알리는 지랄병을 했다는 뜻이다.
1997년 1월의 어느 날에 부산교도소에서 도둑놈 하나가 탈옥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강도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에 영화에나 나올 법한 방법으로 탈옥을 한 것이다. 경찰은 전국에 수배령을 내리고 군인과 함께 검거에 나섰다. 500만원의 현상금이 붙었고 후에 잡히지 않자 5.000만원으로 인상되었다. 기록적인 이 현상금은 모두가 욕심을 낼만한 거금이었다.
그 도둑놈이 바로 신창원이다. 그는 김제군 금구면 에서 태어나 불우한 환경 속에서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와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옛날의 아버지들은 공식적으로 못살았고 술 마시고, 노름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삼박자를 갖추었다. 이 화상도 돈 잃고 홧술에 취한 아버지로부터 복날 개 패듯이 맞고 자랐을 것이다. 배가 고프니 닭서리를 했을 것이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전과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 당시는 시골에서 닭이나 과일서리는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여겨지던 시절이라 주인도 악착스럽게 고소하거나 문제 삼지 않던 때이다. 그런데 이 화상은 도둑놈의 기질이 풍부했던 것 같다. 무려 닭을 여섯 마리나 해먹었으니 주인이 그를 고발하지 않겠는가? 어려서 가정폭력에 노출 되었다고 도둑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정신이 깃든 자는 어려움 속에서 피나는 고생으로 입신양명한 사람들이 주위에는 많이 있다. 본시 악의 뿌리가 있는 자들이 가정환경을 핑계 삼아 자기를 색칠하려 한다.
어쨌든 이 도둑이 709일 동안 홍길동 같은 도피 행각이 온 나라를 들썩였고 6번에 걸쳐 경찰과 마주쳐서 탈출한 격투장면은 국민들을 흥분시키고 탈옥한 도둑놈을 응원하는 펜클럽 까지 생길 지경이었고 여론 조사결과 70%이상이 그를 만나면 신고하지 않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추적도중 발견한 일기장에 고아원에 200여만 원을 기탁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는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번번이 눈앞에서 놓친 경찰은 그야말로 초상집이었다. 심지어 신출경몰 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그 뜻은 신창원이 나타나면 경찰들이 추풍낙엽이 된다고 비아냥거렸다. 도피도중에 다방 여자들을 유혹해서 그들을 방패삼아 피신을 했다고 한다. 도둑놈 주제에 연장은 실했는지 여자들의 절개는 논 개를 닮아 있었다한다. 그리하여 도둑놈하나가 김제라는 지명을 모든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훌륭한(?) 업적을 남긴 셈이다. 어쩌면 부끄러운 흑 역사이기도 하여 얼굴이 붉어진다.
이제 빛으로 넘어가보자. 우리는 그 유명한 고름우유 파동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성진목장을 운영하다가 1973년에 파스퇴르 유업을 설립하여 기존 고온살균 방식 기법을 저온살균 방식으로 바꾸고 고름성분이란 화두를 기존 유업 계에 던져 태풍을 몰고 왔다. 항간에서는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그를 비난하기도 했지만 그로인해 우리의 우유 산업은 놀라운 혁신을 가져와 국민들 건강을 증진 시켰다.
특히 우리 교육계에 놀라운 그의 업적은 1993년 민족사관학교를 개교하여 최고의 선생님을 초빙하여 전액 무료로 최고의 인재를 양성했다는 일이다. 첫째로 인성교육을 우선시 했으며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하므로 세계로 나가는 초석을 다짐으로 전 세계 일류대학을 석권하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외환위기로 파스퇴르 유업은 야쿠르트를 거쳐 롯데로 넘어가 운영 중이다. 다만 학교만큼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 하지 않고 자신이 이끌었다. 그로 인하여 국내 최고의 자립형 사립고를 만들어 꿈의 전당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가 바로 김제군 만경 면 출신 최 명재 회장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를 이끌어 나가다가 2022년 95세로 영면하였다.
모름지기 수필의 덕목은 자랑하지 마라와 겸손하라 인 것으로 배웠다. 그래서 도둑놈도 하나 끼워 넣었음을 이해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나이로 태어나 고향을 위해 무언가 하지 못함은, 살아온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모름지기 공부는 늙어서 새벽잠이 없을 때 해야 하고, 다리 힘이 짱짱할 때 신나게 놀자고 했으니, 이제 공부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아무리 자려해도 오지 않는 잠을 찾으려 하지 말고, 문단의 말석이라도 차지했으니 고향을 위해 용맹정진 해볼까한다. 글쎄 잘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