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는 제 인생입니다. 탁구가 뭔지 제 삶 속에서, 인간관계와 온갖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습니다. 보다 확실한 실력과 무기를 가져야 제가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실력과 높은 승률이 없으면 이 세계에서 못 버팁니다. 젊은 사람들이 단체전에 끼워주지도 않습니다. 냉혹한 현실이죠. 친하니까 끼워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다가는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라지볼 세계로 입문해야 합니다.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악착같이 버텨보겠습니다. 예술성 있는 멋진 탁구를 치고 싶습니다. 운동에서의 예술이란 측면은 열정과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인격 혹은 매너도 더더욱 갖춰야 합니다.”
단체전에서 8승까지 가는 게 목표였다던 5부 고수님이 예상치 못한 동메달을 따셨다며 장문의 카톡을 보내왔다. 문장 하나하나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탁구에 대한 그의 열정이 진심이 앞으로의 다짐이 마디마디 전해진다. 탁구를 대하는 태도가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독학으로 자신만의 탁구 스타일을 만든 67세의 그는 정통파 탁구인들에게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롱핌풀 전형으로 쉽사리 뚫리지 않는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이 주 무기인 그는 자신의 탁구를 어떻게 하면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지 항상 연구하고 까다로운 상대를 카테고리로 묶어 낱낱이 분석,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한다. 탁구에 대한 생각으로 하루가 모자라다는 그다. 탁구를 치기 위해 직장을 다닌다는 그다.
“탁구는 제 인생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탁구를 좋아하는 걸까? 탁구에 빠진 나머지 심지어 탁구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일상이 탁구로 잠식당하는 건 참을 수 없어 일상과 탁구를 철저히 분리하려 애쓰는 내게 그의 말은 마치 “전 제 인생을 탁구에 다 걸었습니다.”라고 들린다. 대단한 위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탁구계에서 탑랭커도 아닌 그의 말이 누구의 말보다 마음에 박히는 건 무슨 이유에서 일까?
“OO은 제 인생입니다.”라고 말해 본 적 없기 때문이다.
한 번도 뭔가에 나를 온전히 걸어 본 적 없기 때문이다.
뭔가에 온 마음을 다해 살아본 적도
뭔가에 전부를 내어 준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세상에 공언한 “탁구는 제 인생입니다.”라는 말은 얼마나 대단한 말인가?
온 마음을 다해 사는 마음.
뭔가에 전부를 내어주는 마음.
내게 인생을 전부 걸만한 것이 있던가?
내게 “OO은 제 인생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