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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사 May 30. 2024

봄날의 약속


: 봄날의 약속


노란 메모지 위에 우리는 상실에 대한 아픔을 담았다. 나는 나의 반쪽을 잃은 아픔을 담았고, 아이는 자신을 잃은 아픔을 담았다. 나는 노란 메모지를 몇 글자의 텍스트로 채웠고, 아이는 노란 메모지를 연필심의 흑연으로 가득 채웠다. 반쪽을 잃었지만 반쪽은 아직 남아있는 나와, 자기 자신 전부를 잃은 아이의 상실감이 노란 메모지의 여백과 비례되는 것만 같아 무척이나 아렸다.


꽃피는 봄이 오면 널 만나러 가겠다던 나의 약속을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사는 초여름이 되어서야 지킬 수 있었다. 나의 봄은 목련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는데 이미 하얀 목련꽃은 지고, 연하디 연한 분홍빛 벚꽃도 지고, 붉은 장미꽃도 색이 바래 시들어가는 오월의 끝자락에서야 너를 찾았다.


여전히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여전히 강가를 지키는 나무들은 푸르렀다. 여전히 나의 마음은 고여있고, 여전히 나의 마음은 회색빛이다. 기억하는 날보다 잊고사는 날들이 잦아졌고, 아파하기보다 웃고 사는 일들이 많아져서 괜찮아졌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괜찮지 않은 것들이 곳곳에서 부유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청주공고 맞은편에 위치한 용화사 부처님께 아이의 안전과 안녕을 기도드렸듯, 네 영혼이 머무르는 강을 끼고 자리 잡은 갑사 부처님께 기도를 올렸다. 부처님들께 기도를 드리고, 대웅전 안에 모셔진 생면부지의 영가 앞에 노자돈을 놓아두고 나의 안부를 전한다. 고인이 가신 그곳에서 너를 만난다면 나의 안부를 전해주시길 바라며. 아버님의 보살핌 덕분에 우리는 잘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우리를 잘 돌보아달라고 전해주시길 바라며. 바라는 것만 많아 죄스럽지만 달리 전할 곳 없으니, 사진과 위패로 놓여진 그분들께 언제나처럼 부탁드려 본다.


천년고찰 공주 갑사 템플스테이_


"서양에서는 신이 다 보살피지 못해 부모를 보내주었다고 하죠. 불가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자비가 이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관세음보살님이 계십니다. 관세음보살은 천 개의 눈으로 중생들을 살펴보고, 천 개의 손으로 그들을 보듬어주시는 분입니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신자들을 위해 갑사 대웅전에 모셔진 부처님을 소개하는 스님의 말씀을 문밖에서 듣게 되었다. 나무관세음보살. 갑사 대웅전에 기도를 드리며 나도 모르게 읊게 된 나무관세음보살. 뜻도 모르고 이유도 모른 채 읊게 된 이 말의 의미를 대웅전 문 밖 석돌 위에 서서 아로새겼다.


천 개의 눈으로 바라보시고, 천 개의 손으로 보듬어주시는 관세음보살님. 먼 이국에 있는 아이도 보듬어 주실 수 있는 거죠? 신이 부모라는 이름의 또 다른 신을 아이에게 보내주셔서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관세음보살님도 자비를 베풀어 보듬어 주세요.


반짝반짝 빛나는 이의 어둠이 이제서야 보였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날 있도록 돌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어둠이 그이를 해치지 않도록 지금처럼 보듬어 주세요.


생면부지의 영가 앞에서 나의 안부를 전했듯, 텍스트로 만난 이들을 위해 관세음보살님께 부탁을 드렸다. 누군가를 알기 위해 그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과, 누군가를 알고 나서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차이는 새벽녘 서늘한 공기와 한낮의 뜨거운 공기의 온도차이만큼 밀도가 높았다.



목어와 범종 법고, 그리고 처음 보았던 운판. 이 모든 것이 갑사의 범종각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간 관계자 외 출입금지 은빛 쇠줄이 나를 가로막았었는데 어제는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살포시 범종을 쳐보고, 꿀밤을 때려 범고도 울려보았다. 범종의 울림은 은은하게 오래도록 지속되었고, 법고의 소리는  꿀밤에 웅장한 파동으로 화답했다. 범종각의 오색찬란한 지붕아래 서서 나지막이 기도를 드리, 범종과 법고의 소리가  브런치 마을에도 평온함으로 울려 퍼지길 바라본다.



범종(梵鐘)

범종은 원래 절에서 대중들을 소집하거나 시간을 알려주는 기구로 사용하다가 그 소리가 워낙 아름다워 여러 의식에까지 사용되었으며, 큰 종을 "인경"이라고 한다. 범종의 소리는 부처님의 음성이라고 한다. 범(梵)이란 바로 우주 만물이며, 진리이고 맑고 깨끗함이며 한없이 넓고 크고 좋다는 뜻이다. 모든 중생의 깨달음을 염원하여 울려 퍼지는 범종의 소리는 현세의 중생들뿐만이 아니라,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중생들을 위해 울리는 상징성을 지닌다. 아침에 28번, 저녁에는 33번을 치는 데 이것은 선종의 초조 마하가섭으로부터 28대 보리달마까지를 상징하며, 동시에 불교에서 뜻하는 하늘의 28천과 육도윤회중의 5곳을 합한 33곳에 있는 모든 중생들을 깨우치기 위해 친다.  


법고(法鼓)

법고는 법을 전하는 북이라는 뜻이다. 북소리가 널리 울려 퍼지듯이 불법을 중생들에게 널리 전하여 번뇌를 끊고 해탈을 이루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음양 화합의 소리를 싣고 막막한 대지에 가득 울리는 법고의 저음을 들으면 땅 위에 사는 네발 달린 짐승들은 마음의 평온을 얻게 된다. 또 그 북소리는 우리의 마음 가까이 다가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그런 까닭에 북을 치는  가운데 나무로 된 두개의 북채로는 마음 심(心)자를 그리면서 두드린다.      


목어(木魚)

목어는 수중계 중생을 소리로서 구제하는 나무로 만든 물고기 형태의 도구로 목탁은 이 목어를 간단히 디자인 것이다. 목어 소리를 듣고 물 밑에 살고 있는 수중 중생들은 한없는  해탈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의 목어는 단순한 물고기 모양이었으나 차츰 용의 머리에 물고기 몸을 한 형태로 변형되었고, 또 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어 물고기가 여의주를 얻어 용이 된다는 속설에 따라 중생이 오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상징한다. 물고기는 잘 때도 눈을  감지 않기에 "수도자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운판(雲版)

청동이나 철로 만든 뭉게구름 모양의 판 위에 보살상이나 구름과 달을 새긴 법구이다. 운판은 원래 부엌이나 공양하는 장소에 매달아 놓고 대중에게 공양 시간을 알리기 위한 기구로 사용되었다. 구름이란 물을 상징하기 때문에 불을 다루는 부엌 등에 운판을 매달아 화재를 방지하고자 하는 오행(五行) 상극(相剋)의 원리가 운판 가운데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운판의 용도는 아침 저녁 예불 때 치고 있다.  이 운판을 울림으로써 허공 세계를 날고 있는 수많은 중생들이 영원한 안식을 얻게 되기를 기원 하는 것이다.      


범종, 범고, 목어, 운판 _ [출처] < 태응 바람돌이 > 님의  "불교의 사물(四物)" 이야기 : 네이버 블로그


2024년 05월 29일 수요일_ 시험이 끝나면 찾아가야지 다짐했던 공주 청벽나루. 영혼의 이끌림처럼 오창친구가 회사로 찾아와 주었고, 오후 네시반 나는 퇴근을 했다. 오가는 내내 우리는 수다스러웠지만, 기도는 조용했고 마음을 다했다.


템플스테이 참여자들에게 경내 안내를 해주시는 스님의 말씀을 대놓고 엿들은 우리는 천년고찰 갑사의 국보와 보물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 청주에도 있는 철당간(국보 41호)과 같은 이름의 철당간(보물 256호)을 찾다 못해 뻔뻔하게 스님을 찾아가 안내를 받고, 핑크 하트가 그려진 백설기 떡도 받았다. 스님에게 직접 받은 백설기에 신이 나 야곰야곰 뜯어먹고 물소리와 바람소리에 수다소리까지 보태며 초록초록한 나뭇잎이 어둠에 가려질 때까지 돌아다녔다.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며 브런치 마을에서 잠시 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가님들께서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셨다. 나의 노고에 비해 과한 사랑이었지만 감사히 받았다. 나에게는 큰 힘이었기에. 외출에서 돌아와 브런치 마을을 요리조리 싸돌아 다니고 있고, 이렇게 쓰기도 하고 있다. 마주 앉아 차 한잔 할 수 없는 사이지만, 마주 대하며 함께 가는 사이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넘흐 좋다 ^---------^*



+ 따돌림으로 아픈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딸과 아픔을 함께 겪고 계시지만 아이의 그림과 작가님의 글로 긍정과 위로의 힘을 드리고 싶어하시는 < 딸그림아빠글 > 작가님. 관세음보살님의 천안과 천수가 아이에게도 가족에게도 닿기를 기도드립니다. 아이의 노란메모지가 그려져있는 글 연결해봅니다. 


< 딸그림아빠글 > 노란 메모지속 그림은 자기자신을 잃은 아픔이 아닌, 자기자신 전부를 찾아가기 위한 시작의 그림입니다. 긍정과 위로의 힘. 시작의 의미를 다시한번 새깁니다.

https://brunch.co.kr/@685cc1cc752d4bd/236


+ < 아리사 >의 노란 메모지가 담겨있는 글도 연결해 봅니다. 봄의 약속도 이안에 남겨져 있습니다.

https://brunch.co.kr/@37b577e7bfc14f7/113




# 브런치 마을

# 자칭 통장 아리사

# 약속

#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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