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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자극하는 대화

by 김혜진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멈춘 신호 앞으로 산책 중인 개 한 마리 종종걸음을 하며 주인과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샛노란 우비인 듯 아닌 듯 컬러풀한 옷이 귀여움을 넘쳐 우습기까지 한다. "개가 옷을 제대로 입고 지나가네. 너무 웃긴데? 흐흐" 혼잣말인 듯 아닌 듯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운전석에 앉은 신랑은 신호에 집중한 듯 조용하고, 뒷 좌석에 앉은 아들만 '어디 어디?' 하며 요란이다.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고 한강다리를 건널 즈음 생각난 말을 건넸다. "그거 알아? 요즘 보면 웃음포인트도 조금 달라진 거 같아. 나 요즘 내가 얘기하고 내가 웃고 그러더라. 자기는 따라서 안 웃고. 근데 자기 웃음도 가만 보면 줄어든 거 같아. 뭔가 우리 웃음 핀트가 잘 안 맞는 거 같지 않아? 그렇지?" 내 말이 맞지, 하는 유도 질문을 해 본다. "그런가... 그러고 보니 나 웃을 일이 없는 거 같아. 웃음이 줄어든 거 같긴 해." 답하는 신랑이다.


일요일 저녁 9시가 되어가는 시간. 뻥 뚫린 도로를 달리다 보니, 생각이 더해져 계속해서 하고 싶은 말이 늘어난다. 오늘 오후의 일이다. 둘이서 나누던 이야기의 주제는 여행이었는데 뜬금없이 "우리 가족 내년에 일본여행 어때? 가보고 싶다 했잖아. 내가 경비 델께. 내가 다 마련할게, 여행경비 전부." 라며 근자감 표하며 의기양양하게 큰소리를 내어가며 공표하듯 선언을 했다. 그 시점에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르면서 묻고 싶어졌다. "자기는 뭐 선언할래? 하나 해봐, 뭐든." 자동차들 사이로 쌩쌩 달리는 배달 오토바이들에 놀란 건지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서인지 바로 입을 떼며 "난 그럼, 책을 읽을래. 웃긴 책, 재밌는 책을 읽을래."라고 답을 한다.


돈을 모으겠다는데, 책이라니. 그것도 재밌는 웃긴 책을 읽겠다라니... 이럴 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찰나의 순간처럼 빛의 속도로 생각한 후 즉각 꺼낸 말은 "오, 좋은데?! 웃긴 책 나도 한번 찾아볼게. 챗 GPT가 그렇게 똑똑하다잖아. 내가 한번 물어봐 줄게, 챗 GPT한테. 구글한테도 물어보고 해야겠다."였다.


이 또한 뭐라도 발맞춰 같이 하겠다는 의지 아닌가. 싶어 져서 절로 웃음이 났다. 소리 내어 웃었고, 운전하는 이도 따라 웃고 뒤이어 뒷 좌석에서 가만 듣고 있던 여덟 살 아들도 덩달아 깔깔 웃는다. 그리하여 달리는 차 안에서 불쑥 탄생된 우리 가족의 공통 목표는 다름 아닌 <재밌게 살기>가 되었다. 맘에 쏙 든다. 그건 그렇고, 전업주부인 나는 무슨 수로 여행경비를 모아야 하나 싶다. 별수 없이 '선언의 힘'을 믿어볼 뿐이다.









웃음을 짓는다는 것은 행복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언제 어디서나 들이쉬고 내쉬는 공기처럼 우리 주변에 차고 넘치는 것이 행복이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분명한 건 웃음은 행복감을 유발함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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