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다시 월급쟁이가 되기로 했다

1년 뒤 다시 마주한 '내 꿈'

by 억대연봉파파

노트북 앞에 앉아 심호흡을 했다.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 설정 화면.

마우스 커서가 'Open to work' 버튼 위에서

잠시 떨렸다.


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는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로 돌아간다.

지난 1년의 도전이 실패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셈이었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내 손가락을 눌렀다.


"클릭."


내 프로필 사진에 초록색

#OpenToWork 배지가 달렸다.

그것은 나의 항복 선언이자,

생존을 위한 구조 신호였다.

1. 경쟁사의 러브콜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

프로필을 업데이트하자마자,

내가 지원하기도 전에

헤드헌터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이사님, OO에서 오퍼가 왔습니다."


30대 후반,

한창 커리어를 쌓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에

생긴 1년의 공백.

나는 그것이 약점이 될 줄 알았는데,

운 좋게 아직 기회는 있었다.


운과 타이밍도 중요하겠지만

직장에서 단순히 경력만 쌓기보다는

업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나를 다시 찾을 만큼

특정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2. 아내의 환호, 그리고 나의 복잡한 심경

합격 통보와 연봉 계약서를 들고 거실로 나갔다.

"나, 다시 출근해."

그 말을 들은 아내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지난 1년간 마음 졸이며 가계부를 썼던 아내는,

어린아이처럼 환호하며 나를 끌어안았다.


"거봐! 내가 뭐랬어. 오빠는 능력 있다니까.

진짜 고생했어, 정말로..."


아내의 안도하는 모습에 나도 울컥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했다는 안도감.

다시 4대 보험의 안전한 울타리 안으로

되돌아간다는 평온함.


하지만 한구석엔 씁쓸함이 남았다.

결국 내 힘으로 온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거대 자본의 부속품이 되어야 한다는

패배감이 가슴을 찔렀다.

'돈'은 해결되었지만, '꿈'은 유예되었다.

3. 1년 후: 광고 속 '내 아이디어'

그렇게 경쟁사로 재취업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나는 다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회사에서는 인정받고 있고,

통장은 다시 두둑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 지하철에서

무심코 인스타그램을 넘기다 손가락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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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제품은 1년 전,

내가 퇴직금을 깨 가며 만들려 했던

바로 '그 제품'이었다.

디자인, 기능, 타겟팅까지

소름 끼칠 정도로 내 기획안과 똑같았다.


심지어 '품절 대란',

'와디즈 5억 펀딩 달성'이라는

문구가 번쩍이고 있었다.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아... 내 생각이 틀린 게 아니었구나."


그때 내가 쫄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자금을 댔다면?

저 성공은 내 것이 되었을까?

입안이 썼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더니,

남이 이룬 성공을 보니 배가 아프고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씁쓸함 뒤로, 묘한 확신이 차올랐다.

그래도 내가 방향은 잘 잡았었구나!


시장은 내 아이디어가 옳았음을 증명해 줬다.

다음번엔 다를 것이다.

지금 회사라는 '벙커'에서 총알을 확실히 모으고,

다시 때가 왔을 때는 절대 물러서지 않으리라.


나는 조용히 그 광고를 캡처해서

'동기부여' 폴더에 저장했다.

그리고 다시 다짐했다.

"기다려라. 다음번엔 내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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