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

아웃도어 인플루언서 도전기, 그리고 재창업 도전

by 억대연봉파파

새벽 5시.

오늘도 나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운동화 끈을 묶는다.

처음엔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

도망쳐 나온 도피처였던 운동이,

이제는 내 하루 중 가장 생산적인 '업무'가 되었다.


나는 내가 즐기는 모든 아웃도어 활동을

콘텐츠로 만들기 시작했다.


1. "산에서 뛰고, 텐트에서 잔다"

전략은 명확했다.

단순한 러닝이나 캠핑 채널은 레드오션이었다.

나는 나의 과거(캠핑)와 현재(러닝/등산)를 결합했다.

해외에서는 아주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마니아층이 확실한 '백패킹'.


주중 새벽에는 도심을 달리고,

주말에는 배낭을 메고 산으로 들어갔다.

산 정상까지 올라가,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남들이 보면 "저 사람 체력도 좋다",

이 날씨에 "미친 거 아니냐"

할 정도의 강행군이었지만,

나에게는 이 모든 게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자 시장 조사였다.

반응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익스트림하게 즐기는

아재의 모습은 희소성이 있었다.

간간이 협찬도 들어왔다.

에너지 젤부터 시작해 등산 양말, 기능성 티셔츠,

심지어 아웃도어용 밀키트까지.


금액으로 치면 크지 않았지만,

회사 간판 없이 '나'라는 사람의 노력이

그 자체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나를 고무시켰다.

2. ‘재창업패키지'로 심폐소생술

하지만 협찬품이 쌀을 만들어주진 않는다.

소액이라도 고정으로 들어오는 돈이 필요했다.

운영하던 쇼핑몰은 정리했지만

일부 개인짐이 남아있는 사무실이 남아있었다.


"이걸 재사용할 방법이 없을까?"


나는 정부지원사업 공고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폐업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지원해 주는

'재창업패키지'를 발견했다.


나는 즉시 사업계획서를 썼다.

쇼핑몰 창고로 쓰던 이 공간을,

사람을 모으는 '공간대여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결과는 선정.


정부 지원금을 받아 인테리어를 싹 뜯어고쳤다.

물건이 쌓여있던 어두침침한 창고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감각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나는 이 공간의 운영을 아내에게 일임했다.

"자기가 관리 좀 해줘.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우리 생활비에 보태자."

아내도 긍정적이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숨만 쉬어도 나가던 고정비를 메꾸고

소소한 현금 흐름이 생겼다.

3. 본게임을 준비하다: 아웃도어 브랜드 런칭

공간대여업은 생존을 위한 방어전이었고,

내 진짜 목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스마트 기능이 들어간 아웃도어 제품 런칭.


SNS를 키우며 필드에서 직접 느낀 니즈를 파악했다.

나는 또 다른 정부지원사업을 타깃으로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10년간 회사에서 갈고닦은 기획력,

재창업패키지를 통과시킨 실전 노하우,

그리고 지금 몸으로 부딪히며 얻은

시장의 인사이트를 모두 갈아 넣었다.


공장을 찾아다니며 견적을 내보고,

산에서 만난 고인물 형님들에게 피드백을 구했다.

낮에는 공장 리서치, 밤에는 기획서 작성,

새벽에는 산을 달렸다.


몸은 고단했지만,

눈빛은 다시 야생의 그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목표가 생기고

방향성이 잡혔다는 것이 기뻤다.


4. 통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썼다.

준비는 착착 진행되는 것 같았다.

SNS 팔로워는 계속 늘었고,

공간대여업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와이프와 가족들을 포함한

내 SNS를 보는 주변 사람들은

"너 진짜 대단하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네"라며 부러워했다.


그들은 몰랐을 거다.

이 모든 것이 준비 과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보이는 것만큼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제품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니

여기저기 돈 들어갈 곳 투성이었다.

샘플비, 미팅비, 교통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자기 위안에 취해 있는 사이,

1년을 버틸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내 개인 통장의 잔고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바닥을 향해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

사업계획서는 완벽했고, SNS 채널도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계절이 두 번 바뀌고 나서

예고되었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신제품 개발에는 생각보다

큰돈(금형비, 초도 물량)이 필요했고,

생활비 통장의 잔고는 바닥나고 있었습니다.

결국 나는 끝까지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그 돈'에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가장 치욕스러웠던 순간,

결국 깨버린 퇴직금과 단기 알바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이전 06화06. 퇴사 후 가정에서 찾아온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