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패드

by B O S

수영에서 4가지 영법 외에 기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스타트와 터치를 잘하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인 것 같다. 물론 스타트가 어려울 순 있지만, 그만큼 기록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고, 터치 또한 팔 동작 한 번에 순위가 왔다 갔다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마이클펠프스는 8관왕에 도전하고 있었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처럼 마이클 펠프스는 8관왕에 성공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미국의 마크 스피츠가 세운 7관왕의 기록을 깨고 말이다. 그런데 8 종목 중 한 종목에서 승부조작 의혹이 나왔다. 바로 접영 100m 결승이었다. 펠프스는 세르비아의 밀로라드 카비치라는 선수를 0.01초 차이로 이겼다. 그런데 경기 영상을 보면 카비치 선수가 먼저 터치하는 것처럼 보였고, 사실 자세히 보아도 그렇게 보인다. 왼쪽이 마이클 펠프스, 오른쪽이 카비치 선수다.

CMgp-zJWwAE3ddx.jpg 실제 터치를 수중카메라로 분석한 장면

이에 터치패드를 제조하는 OMEGA와 국제 수영연맹인 FINA는 터치패드는 단순히 '먼저 닿는 손'이 아닌 일정 이상의 힘으로 눌러야 기록이 찍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초고속 카메라와 터치패드 기록을 분석한 뒤, "어느 손이 먼저 닿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시계를 멈출 만큼 충분한 힘으로 먼저 누른 선수는 펠프스였다'고도 덧붙였다. 터치패드를 인식시키려면 약 1.5~2.5kg 정도의 압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너무 압력을 낮게 설정하면 레이스 중 생기는 물살에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에 코치와 선수들 사이에서는 터치패드를 강하게 눌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실제로 국내 대회에서 터치를 하다 손가락 골절을 입는 선수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주로 많이 쓰는 터치패드는 스위스의 Swiss Timing이 제작하고 OMEGA 브랜드로 공급하는 브랜드와 Colorado Time Systems가 있다. 그중 국제 대회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은 OMEGA 브랜드 제품이다. FINA의 공식 파트너로 물건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수영 경기를 자주 보는 수영인이라면 양쪽 벽에 설치된 노란색의 터치패드가 해당 제품이다. 선수들에게 어떤 제품이 더 좋냐고 묻는다면, OMEGA제품이라고 대부분 말할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표면이 거칠기 때문이다. OMEGA 브랜드의 터치패드는 표면을 까끌하게 만들어서 스타트를 하거나 턴을 할 때 발이 미끄러지지 않는다. 오래 사용하더라도 미끄러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레이스 도중 실수를 할 경우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Colorado 제품은 흰색 터치패드다. 색만큼 표면도 다르다. 마찰이 적은 자재를 사용해서 OMEGA사와 비교하면 미끄러운 수준이다. 대회를 여러 개 진행하다 보면 실제로 미끄럽게 표면이 바뀐다. 과거 배영선수들은 스타트 발판이 없었다. 그래서 이 제품을 사용하는 대회에서 스타트를 할 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양초를 열심히 바르기도 했다. 나도 대회 도중 턴을 하다 미끄러진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많은 선수들이 해당 제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0.01초로 순위가 바뀌는데 레이스에 지장을 주니 말이다. 그럼에도 쓰는 이유는 아무래도 올림픽급 브랜드보다 견적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터치패드만 볼 것이 아닌 스타트대 센서, 전광판, 콘솔, 소프트웨어, 케이블 공사 등 매우 여러 가지에서 금액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Colorado-Touchpad.jpg
st_sw_04.jpg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당시에는 터치패드 고장으로 인한 경기 지연이 매우 잦았다. 심지어는 아예 찍히지 않아서 재경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재경기를 했을 때 이전 경기에서 1등을 했던 선수가 힘이 빠져 2등을 해서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경기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면 그 대회를 준비한 누군가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최근 2025년 코리아마스터즈 대회 개최가 취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최지 사용을 위한 대관 신청이 기한 내에 완료되지 않아 장소 확보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대회를 기다렸던 많은 수영인들이 들으면 납득이 되지 않을 만한 사유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인으로서 경기 개최부터 진행까지 많은 명확한 문제들이 왜 개선이 되지 않는지 안타깝다.



keyword
이전 29화완벽한 에너지원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