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에너지원을 찾아서

by B O S

얼마 전 육개장 사발면이 10년 넘게 컵라면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단 사실을 보았다. 사실 누구나 인정하는 라면인 만큼 그 사실을 보고 약간의 의문조차 가지지 않았다. 인터넷상에서 육개장 사발면은 야외에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들 많이 말한다. 그중에 추울 때나 물놀이 후에 먹으면 더 맛있다고 말이다. 나도 이와 관련하여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나의 어머니는 주말마다 나를 데리고 자유수영을 가셨다. 자유수영을 하면서 어머니께서는 이번 주에 배운 수영을 해보라고 하셨고, 지금 생각해 보면 엉망인 수영이지만 항상 칭찬을 해주셨다. 그렇게 자유수영이 끝나고 나면 어머니께서는 수영장 1층에 있는 매점에서 맛있는 군것질 거리를 사주셨다. 육개장 사발면, 냉동 핫도그 그리고 사과맛 음료수까지 말이다. 육개장 사발면 뚜껑을 컵모양으로 만들어서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들이 나에게는 힘을 주는 음식이었던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서 중학교 2학년 동계훈련이 끝나갈 때쯤에는 매주 일요일마다 기록을 쟀다. 자유형 200m를 말이다. 처음 기록을 측정한 날 다행스럽게도 PB를 단축시켰고, 어머니께서는 축하의 의미로 피자를 사주셨다. 그 후에도 기록은 신기하게 단축됐고, 그때마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먹고 싶어 하는 피자를 사주셨다. 어머니는 기록을 단축하면 원하는 음식을 사주신다고 약속하셨다. 그 겨울은 피자를 꽤 자주 먹었던 거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중학생으로 컸다고 음식도 가격이 많이 비싸졌지만 말이다. 사실 피자는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면서, 선수를 은퇴하기 전까지 나의 대회 전 에너지를 모으는 음식이었다. 어디선가 고탄수화물이어서 힘을 쓰기에 좋은 음식이라고 들었고, 맛있기도 하니 더 철저히 믿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방도 많았지만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피자를 먹었다고 매번 대회를 잘하지도 않았다. 우사인 볼트는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치킨너겟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자서전에도 끼니마다 20개들이 치킨너겟을 몇 박스씩 먹었다고 하니 치킨너겟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피자를 먹는다고 매번 좋은 성적이 나왔던 건 아니었지만, 피자라는 음식이 내게 주는 의미는 노력과 성과에 대한 보상이었다. 힘든 훈련 끝에 좋은 성적이 나오면 보상과 함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그런 것 말이다. 육개장 사발면이 어머니의 칭찬과 휴식을 의미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소하지만 내가 수영을 20년 넘게 할 수 있는 원동력들 중 하나였던 거 같다. 우사인 볼트가 스포츠 퍼포먼스에 적합하지 않은 치킨 너겟을 즐겨 먹었던 이유도 어떠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영양학적인 계산보다, '이 음식을 먹었을 때 내가 잘했고, 완벽했어'라는 경험과 믿음말이다. 지금은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지만, 가끔 어머니와 자유수영 후 먹었던 유개장 사발면 뚜껑 속의 라면과, PB를 단축시키고 자축하며 먹었던 포테이토 피자 한 조각이 생각난다. 그때 그 맛은 아마 이 음식들을 계속 먹는 한평생 내 정신 속의 '가장 완벽한 에너지원'으로 남아서 힘을 줄 것이다. 지금도 주 1회 정도는 피자를 먹는 거 같지만, 역시, 최고의 맛은 좋은 소식이나 결과와 함께 먹을 때 나오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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