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영장

by B O S

수영을 한창 할 때는 막연하게 코치가 될 줄 알았다. 그만두면 뚝딱 코치 자리가 생길 것처럼 말이다. 은퇴하기 전에는 왜 이런 훈련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라는 고민을 시작으로 선수 트레이너를 목표로 공부했다. 그러나 선수 트레이너 시장은 너무 작았고, 결국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트레이너를 하게 됐다. 그 후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했고, 졸업 전 회사를 입사해 몇 년을 다녔다. 나는 선수 트레이닝 쪽이 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원하는 것처럼 풀리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잘하는 것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좋아하는 공부를 한 후 같은 계열로 취업을 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관련하여 운동은 아니지만 2015년 OECD의 22개국, 25~65세 성인 근로자 약 15만 명 규모의 연구가 있다. OECD 전체 약 32%~40% 근로자가 자신의 전공과 다른 분야에서 근무하며 그중에 인문사회예술 쪽이 불일치율이 높았다고 말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일치시켜하기엔 사회가 너무 복잡하다.


과거 회사 면접을 볼 때 주로 받았던 질문이 있다. 대체적으로 질문은 '왜 잘하는 거 안 하고 회사를 다니냐?'라는 질문이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경험과 그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대부분 답했었다. 그들이 질문한 것처럼 지금은 다시 수영 일을 하지만 답변과는 다르게 그 당시에는 '그럼 안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녔던 마지막 회사에서 회사 사장의 요청으로 새벽에 나와 업무를 처리한 적이 있었다. 내 업무 범위를 넘어 공부가 필요한 부분도 있었고, 갑자기 받은 업무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일은 그 전날 퇴근 시간 20분 전에 던지듯이 나에게 맡겨졌었다. 본인은 지금 가봐야 한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첫차를 타고 나와서 결국 업무를 해결했고, 내가 작성했던 그 문서로 그 과제는 무사히 통과하였었다. 이런 일들이 비슷하게 두세 번 더 진행된 후 내가 회사 대표에게 들었던 말은 '일 잘한다'라는 말이 아닌, 본인의 지인에게 말했다는 '우리 회사에 국가대표 출신 있다'라는 정도의 물건이 된듯한 말이었다. 나로 인해 소규모 프로젝트를 여러 개 진행하게 됐으면서 말이다. 결국 부품과 같은 취급으로 인해 견디지 못하고 그만뒀다. 면접이나 사람들은 일보다는 나의 이력을 먼저 신기하게 봤고, 전형적인 운동선수의 고정관념으로 먼저 보기도 했다. 물론 나의 좋은 면을 보고 지금도 멘토와 같이 역할을 해주시는 대표님도 계신다. 그러나 운동선수가 사회에서 이겨내야 할 벽은 여전히 존재하는 듯하다. 나의 경우 회사를 다니면서 이미지를 깨기가 힘들었다.


이후 어쩌다 다시 수영 일을 하게 됐다. 이제는 다른 일들을 통해서 내가 배워온 것들과 부딪히며 얻은 경험들을 종합적으로 물속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돌고 돌아 다시 물속으로 돌아왔지만 예전처럼 단순히 ‘코치가 되겠다’는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수영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주자라는 목표로 일을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잘하려 애썼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대하느냐였다. 나한테 맞는 자리인지는 나중에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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