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육대회는 항상 가을의 초입에 시작이 된다. 줄여서 전국체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대회는 1년에 한 번씩 진행이 된다. 그리고 현재는 100회가 넘게 진행이 됐다. 그 얘기는 즉, 100년이 넘은 대회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전국체전은 1920년에 첫 시작이 되었다고 하니 코로나 시기에도 진행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역사가 깊은 전국체전은 많은 운동선수를 괴롭힌다. 대회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히 모든 대회에 있다. 그러나 다른 이유가 있는데, 전국체전이 다가올수록 선수들이 대회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치 배가 너무 고픈데 식사 시간이 2시간은 남은 느낌이랄까? 전국체전은 1년 중에 가장 중요한 대회이기도 하다. 선수들의 연봉이 전국체전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사시간이 2시간이 남아도 뛰쳐나갈 수 없다.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집중하기가 어려울까?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추석이다. 추석 이놈은 꼭 전국체전 몇 주전에 있다. 그래서 선수들은 추석 때도 쉬지 못하고 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다. 타지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은 숙소에서 명절 음식도 먹지 못한다. SNS가 발달한 요즘이나, 거리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선수들이 빨리 대회를 끝내고 싶게 만든다. 거기에 이어서 다른 한 가지 이유가 또 등장한다. 바로 여러 가지 축제다. 가을이 되면서 날씨는 야외 활동을 하기에 너무 좋아지고, 선수들도 빨리 대회를 끝내고 가을을 즐기고 싶어진다. 추석과 시원한 날씨가 연타로 이어지면서 선수들은 수도승 같은 생활을 끝내고 빨리 대회를 마무리하고 싶어진다. 이러한 요인들은 전국체전을 훈련 말고도 더 힘들게 만든다.
평소에 전국체전과 같은 중요한 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서 선수들은 많은 연구를 한다. 그중에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것이 먹는 것이다. 먹는 것은 즉각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평소 훈련 외에도 대회 당일에 먹는 것을 연구하기도 한다. 물론 본인의 몸으로 말이다. 대회 전에 먹는 것을 생각하면 한 친구가 떠오른다. 그 친구는 소집실에서 경기를 위해 수영장으로 들어가기 전 청양고추를 먹었다. 나와는 다른 종목이라 개인전에서도 그렇게 한지는 모르겠지만, 단체전을 출전했을 때 그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었다. 어디선가 매운 냄새가 나서 찾아보니 그 친구가 얼굴이 빨개져서 청양고추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 후로도 꾸준히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확신할 순 없지만, 매워서 순간적으로 몸에 열은 확 났을 것이다. 내 친구는 대회 전날 한솥에서 치킨마요 도시락을 사 먹기도 했고, 어떤 대회에서는 인삼 음료를 사 먹기도 했다. 먹는 음식이 잘했던 대회가 바뀔 때마다 바뀌는 듯했지만 말이다. 나는 주로 경기 전 고카페인 음료를 먹었다. 그 외에는 특별하게 챙겨 먹었던 음식은 없었다.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거둔 대회에 루틴을 그대로 가져가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 친구가 그중에 하나의 경우일 것이다. 수영의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루틴으로 스타트대에 올라가 출발 전 더블 암 스윙을 했다. 굉장히 유연한 어깨와 긴 팔로 스타드대에서 하는 루틴은 많은 수영인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나는 그 루틴을 보면서 와 중심 잘 잡네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사실 신기하다. 스타트 대는 상당히 경사가 있기 때문이다. 테니스의 나파엘 나달은 12가지 루틴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는 경기 중에 물병의 위치를 항상 같은 방향으로 둔다. 라벨이 베이스라인을 향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교체 타임에는 반드시 상대가 먼저 네트를 넘어가게 한 뒤 본인이 건넌다. 그 외에는 코-왼쪽 귀-코-오른쪽 귀 순으로 만지기 등이 있다. 다 외우기도 어려울 거 같은데 다 한다. 같은 테니스의 세레나 윌리엄스 선수는 한 대회 기간 동안 같은 양말을 빨지 않고 같은 양말을 신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뭐 사실 행운의 속옷을 입는다던지, 스윙 전 독특하게 몸을 푼다던지의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하는 선수들의 루틴은 수 없이 많다.
나는 늘 전국체전이 싫었다. 당연히 성적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싫은 것은 당연하다. 너무 좋은 계절에 하는 것도 싫었다. 특이하게 전국체전이 끝나면 항상 초겨울 날씨가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현재 2025년에도 전국체전이 끝나는 주에 1자리 숫자로 최저 기온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대회가 끝나면 일 년이 끝나는 거 같아서 더 싫었다. 좀 쉬면 바로 동계훈련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전국체전이 100년이 됐으니, 대략 90년 전쯤에 선수들은 전국체전이 끝났어도 이렇게 춥진 않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