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나보고프 지음 문학동네 펴냄
소설의 주인공 H. 험버트는 파리에서 미라나호텔을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나지만 세 살 무렵 어머니가 죽고 이모가 양육을 맡게 된다. 14살 무렵 애너벨과 첫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티프스로 죽고 만다. 25세에 발레리아 즈보롭스키와 규칙적인 생활, 집에서 만든 음식, 결혼에 따르는 규범으로 질병을 피할 수 있는 일상적인 성관계로 인한, 욕망을 자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 4년 후 험버트는 이모부의 향수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건으로 매년 수천 달러의 유산을 남겨 뉴욕으로 이주하려 하자 발레리아는 정부와 함께 험버트를 떠난다.
미국으로 넘어와 무료한 생활을 하던 중 어린 롤리타에게 반해 과부 샬럿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다. 샬럿은 롤리타를 캠프Q에 보낸 후 험버트에게 청혼편지를 쓰게 되고 험버트는 오직 롤리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일념으로 샬럿과 결혼을 한다. 두 달 후 끊임없이 모녀에게 수면제를 먹여 성적 욕망을 채우거나 샬럿을 익사시켜 롤리타만을 차지하는 상상을 하는 험버트의 비밀 일기장을 읽게 된 샬럿은 격분하여 이별을 통보하며 편지를 부치러 나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험버트는 장례 후 캠프Q에서 롤리타를 데리고 나와 브라이슬랜드의 ‘마법에 걸린 사냥꾼 호텔’에서 첫 성관계를 시작으로 1년여 미국 여행을 계속한다.
“이 여행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입맞춤과 입맞춤 사이의 시간에 내 동반자가 그럭저럭 괜찮은 기분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여행기간 내내 온갖 짜증과 무기력으로 반항적인 로리타에게 자기가 소아성애로 처벌받게 되면 롤리타는 부모가 없는 고아 신분으로 교화원 같은 곳에서 살게 될 것이라 협박까지 해가며 길 위 생활을 유지하지만 결국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답답한 모텔방을 전전하며 더러운 짓을 해야 하느냐,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는 없느냐고 따지게 되고 험버트와 롤리타는 비어즐리에 정착하게 된다. 비어즐리여학교에서 테니스와 연극을 익히며 적응해 나가지만 롤리타를 소유하고자 통제하고 차츰 이웃들도 눈치를 채는 듯하자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여행길에서 롤리타는 험버트의 눈을 피해 만난 퀼티와 연락하고 험버트는 호텔에서 롤리타를 지켜보는 퀼티를 발견하고 불안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롤리타가 고열로 지역 병원에 며칠 입원하게 되고 몸이 우선해지자 말없이 떠나버린 사실을 알게 된 험버트는 롤리타를 4개월여 추적하지만 찾지 못하고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리타라는 여자를 만나 2년여 같이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는 결혼을 했으며 300달러가 필요하다는 롤리타의 편지를 받고 그 집을 찾아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험버트는 함께 떠나자고 롤리타에게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험버트는 자신의 롤리타를 꼬여내 포르노를 만들려고 더러운 짓을 시켰던 매춘업자 퀼티를 찾아가 권총으로 사살하고 난폭운전으로 경찰에 체포되어 수감 중 롤리타와의 이야기를 집필한 후 2차 가해를 우려해 롤리타 사후 출간되기를 희망하지만 그해 겨울 성탄절 롤리타는 분만 중 사망한다.
우리는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백 년을 넘기지 못하는 유한한 존재이다. 그래서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합의한 법과 규범의 테두리 안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려 노력한다. 성적 자기 결정권이 없는 어린 소녀를 양부로서 양육과 교육배제한 체 2년여를 주위의 눈을 의식해 계속 떠돌아다니며 성적 노리개 삼은 험버트는 현재의 법리대로 보자면 신상공개와 법정최고형까지 가능할 것 같은 파렴치한 범죄자이다. 이 모든 게 어린 롤리타를 끔찍이 사랑한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험버트는 뒤늦은 참회를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용서할 수가 없다.
“나의 롤리타는 내가 그녀에게 입힌 더러운 정욕의 상처를 절대로 잊지 못할 터였다”
“우리가 기괴하고 짐승 같은 동거생활을 하는 동안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의 롤리타는 날이 갈수록 가정생활이 아무리 불행해도 근친상간의 패러디 같은 관계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이 고아 소녀에게 마련해 준 삶은 그렇게 보잘것없었다.”
소설의 초반부 험버트는 자신의 성적 취향을 이야기하며 자신은 범죄자가 아니며 비난하지 말아 줄 것을 부탁한다. 또한 자기와 같은 성적취향을 가진 자들에게 법의 판단은 무자비하다고 이야기한다. 시인 에드가 앨런포우도 어린 신부와 결혼하였음을 내세우며 항변한다. 물론 성경의 구약에도 근친상간의 사례는 있다. 유사 이래 세계 곳곳에서 조혼이 이루어졌고 많은 어린 소녀들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근친상간이 왜 재앙이며 소아성애가 처벌받아야 할 추악한 범죄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험버트는 여행 내내 롤리타가 원하는 옷과 장식품, 음식을 사주며 관광을 하지만 롤리타는 험버트가 잠든 후 속울음을 삼키곤 한다. 의탁할 곳 없는 고아 처지의 자신에게 접근하는 퀼티가 또 다른 세상을 열어줄 거라 믿고 탈출하지만 그는 포르노그라피를 얻으려는 매춘업자일뿐이다. 그 후 롤리타는 이 년동안 작은 식당을 떠돌며 일을 하다 난청과 외팔이인 딕을 만나 결혼을 해서 임신을 하고 생활고를 겪지만 험버트나 퀼티와의 시간 속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고프에게 소설이란 심미적 희열을, 다시 말해서 예술(호기심, 감수성, 인정미, 황홀감 등)을 기준으로 삼는 특별한 심리상태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에만 존재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소설 ‘롤리타’를 통해 소아성애자로 인한 소녀의 삶이 구렁텅이로 처박혀버리는 과정을 천천히 지나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