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숙소, 풀만 파리 타워 에펠.
파리로 신혼여행을 가는 부부들의 필수코스라고 알려져 있는 풀만 호텔. 명성대로 굉장한 뷰를 자랑하고 있어 아내와 나는 매우 만족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호텔 체크인이라는 건 꼭 불어로 하지 않아도 되니, 내가 영어로 리셉션에 예약 확인을 했어도 되었다. 하지만 파리에 와서 그런지 불어를 하는 아내의 뒤에 숨어 리셉션과 대화하는 아내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게 되었다. 아내가 불어를 유창하게 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니 직원들도 굉장히 반가워했다. 여행 전 수많은 블로그며 유튜브에서 말하는 차별적인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아내와 직원들은 예약확인 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거의 다섯 발자국 뒤에서 보게 된 나는, 이래서 외국어를 배워야 현지 느낌을 더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부러움을 갖게 되었다.
숙소에 들어가서 풀만 호텔의 자랑을 먼저 확인했다. 발코니에서 에펠타워가 정말 크게 보였는데, 너무 가까이 있다 보니 거대한 구조물을 관조하는 게 아니라 아예 안에 들어가 있는 것만 같았다.
높은 층을 원하는 투숙객들은 체크인 시작시간인 오후 3시에 일종의 오픈런을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5시가 넘어서 숙소에 도착한 관계로 첫날에는 낮은 층인 2층에서 묵게 되었다.
하지만 아내의 기가 막힌 불어 덕택인지, 나머지 2박은 꽤 고층에서 지낼 수 있게 옮기는 걸로 얘기가 되었다.
첫날이라 시차적응이 안 될 예정이었는데 눈을 꿈뻑이며 에펠타워-멍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파리에 있는 동안 길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건, 이곳의 건축가들은 발코니에 진심인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발코니를 반드시 만들어야만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숙소에는 발코니가 무조건 있다. 심지어 풀만 호텔의 발코니는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티타임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여서 3박을 하는 동안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체크인을 하고 간단하게 짐을 풀고 나서도 6시밖에 되지 않아 식사를 하러 숙소를 나섰다. 7월의 파리는 해가 저녁 10시까지 떠있는, 굉장히 긴 day time을 자랑하고 있었다. 파리에서 어딜 가도 에펠탑이 보인다고는 하지만, 숙소가 에펠탑 바로 앞에 있어서 그런지 식사를 하러 근처를 가는 동안에도 매우 꽤나 크게 에펠탑이 보여 연신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날씨가 미쳤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쨍한 햇빛과 쾌적한 날씨... 이런 게 진정한 휴가가 아닌가 라며 아내와 낄낄거리며 근처에 식사를 하는 곳에 도착했다.
날씨도 좋고, 주위를 둘러보니 웬만하면 길거리에서 식사 등등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우리도 밖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을 하는데 아내가 "봉주르 무슈, 솰라솰라~" 라고 말하니, 주문을 받는 직원뿐만 아니라 길거리를 걷던 사람들까지 어디서 불어를 배웠느냐고 물었다. 나 혼자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불어를 하는 아내의 모습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나는 ^___^ 상태로 영어 듣기 평가 0점 맞는 사람과 똑같이 그들의 대화를 알아듣는 척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실시간 통역을 해준 게 아니라서 나는 눈치로 통밥 때리며 대화를 때려 맞추며 대화에 참여했는데, 어디서 불어를 배웠느냐- 발음이 너무 좋다- 머땜시롱 파리에 왔냐- 등등의 대화를 서로 나누고들 있었다.
여하튼, 파리에 와서 제일 먼저 먹고 싶었던 게 양파스프라고 한 아내의 요청에 따라 양파수프 한 개와, 오리 고기 그리고 유럽에 맞게 풀이 가득한 샐러드를 시켰다. 아마도 파리의 물가가 한국의 물가와 비교해서 약간 비싼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고,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양도 매우 적을 것으로 기대하고 3개나 시켰던 것이다.
이게 웬걸?
양이 굉장히 폭발적으로 많이 나와 다음부터는 적당히 시켜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특히나 샐러드는 간단쇼-로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1인이 메인 식사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양이었다. 물론 양파수프도 소식한다면 1인의 메인 식사가 될 수 있을 정도이긴 했다.
일단 맛이 매우 훌륭했다. 아니 쩔었다고 해야 할까. 나는 처음 먹어보는 양파수프였는데, 아내의 말에 따르면 굉장히 오랜 시간을 끓여햐 하는 것이라 만들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매우 맛있었다. 그리고 샐러드는 염소치즈를 튀긴걸 반으로 쪼개어 샐러드 위에 토핑으로 올려놓았는데, 이게 진짜 진미였다.
한국에서처럼 호다닥 식사를 하지 않고, 여유를 즐기며 천천히 식사를 했다. 사실 맛이 다 아는 맛이라고 하기는 어려워서 그 맛을 좀 더 진지하게 음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여행에 와보니 아내랑 더 많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식사시간이 길어진 것도 있겠다.
이번 여행에서 단연코 가장 많이 한 행동인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기'를 이날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파리가 계획도시라 그런지, 프랑스가 평지가 많아서 그런지 산책을 하기 너무 좋은 땅의 기울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강아지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고,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유달리 다리 짧은 강아지들이 많이 보였다. 강알못(강아지 알지 못하는)인 나는 잘 몰랐지만, 아내는 지나가는 강아지들마다 눈길을 주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그 순간들에 심취했다.
숙소에 돌아와서 발코니에 앉아 아내와 수다를 떠는데, 에펠탑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거의 에펠탑과 사랑에 빠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계속해서 카메라에 담았다. 나는 한 발자국 뒤에서 열심히 사진 찍는 아내의 그 모습과 에펠탑을 한 프레임에 볼 수 있어 꽤나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꼈다. 이런 게 행복인 건지 싶은 뭉클함이었다.
이래서 돈 쓰나 보다 싶을 정도의 아름다움이었고, 에펠탑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1등급 좌석이 아니었나 싶었다.
완전 쿨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파리 여행을 하려던 나와 아내였지만, 갑자기 파리의 모든 것을 느끼고 가야겠다는 전의가 불타올랐다. 다음날부터 제대로 파리를 느끼고자 화이팅을 외치며 12시 즈음 잠을 잤고 생각보다 바로 잠에 들었다. 아마도 비행기에서 강제적 단식을 시켜준 덕분에 시차적응이 따로 필요하지 않게 됐던 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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