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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Apr 26. 2019

#심심풀이 명화 이야기 - <화해와 관용에 대하여>

한자로 맏이를 뜻하는 글자는 ‘맹(孟)’. ‘그릇 명(皿)’ 위의 ‘아들 자(子)’가 합쳐졌으니 그릇 위에 아들을 놓은 형상이다. 옛날 중국에 약탈혼이 성행했을 때, 약탈한 여자가 낳은 첫 아이는 자기 씨인지 아닌지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첫 아이를 무조건 죽여서 잡아먹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에 그릇 위에 담긴 아이, 즉 ‘맏이’의 뜻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에고~ 끔찍해라ᆢ!!!)


서양도 다르지 않다. 결혼식 때 신부가 쓰는 면사포는 단지 머리를 꾸미기 위한 장식물이 아니다. 그 옛날 그물을 주로 사용하여 신부를 약탈하던 북유럽 게르만족의 풍습이 변형된 거라고 한다. 그물 면사포는 약탈로 사로잡은 처녀라는 걸 나타내는 상징물인 셈이다.


또 신랑의 들러리는 신부를 약탈하러 갈 때 동행했던 친구들. 신혼여행은 신부의 가족들이 신부를 포기할 때까지 도망가 숨어서 지내던 기간이 변형된 것이고, 결혼 반지는 신부를 약탈했을 때 채워두었던 족쇄가 앙증맞게 변한 거라고 한다.

다비드 <사비니의 여인들>


역사에서도 약탈혼은 증명이 된다. 처음 로마가 건국될 당시만 해도 이탈리아 반도의 작은 도시 국가에 지나지 않았다. 나라가 커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필요했다. 로마는 이웃나라에서 추방된 자나 죄를 짓고 도망다니는 자, 혹은 떠돌이 등을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인구를 늘려갔다. 


이 때문에 한가지 큰 고민거리를 떠안게 되었다. 대부분 남자들로 이루어진 전투 집단이다 보니 여자가 매우 부족했다. 신부감이 없으니 나라를 이어갈 자손을 얻을 수가 없었다. 후손을 얻지 못하면 결국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도 지금 출산율 저하가 심각한데 이를 어쩌나ᆢ?)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물루스는 속임수를 썼다. 축제를 연다는 핑계를 대고 이웃나라 사비니 사람들을 초대한 것이다. 잔치가 무르익었을 무렵, 로물루스가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로마인들이 달려들어 사비니 여인들을 약탈했다.

니콜라 푸생 <사비니 여인들의 약탈>


사비니 남자들은 엉겁결에 당한 일이라 속수무책이었다. 자기 나라로 도망친 사비니인들은 이를 갈았다. 그들은 빼앗긴 딸과 누이를 되찾기 위해 차근차근 힘을 길렀다. 그리하여 몇 년 후,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쳐들어왔다. 로마와 사비니 남자들 사이에 곧 피 튀기는 전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 때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이미 로마인의 아내가 되어 아이를 낳고 살던 사비니 여인들이 그들 사이에 끼여들었다. “제발, 싸움을 멈추세요. 다시 싸우게 되면 또 다른 불행의 씨앗이 될 거예요.”그녀들 입장에서는 사비니의 친정 오빠들과 로마인 남편이 서로 칼끝을 겨누는 꼴이었다. 결국 여인들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전쟁은 중단되었다. 위험을 무릎쓴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로 양측은 화해를 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로마는 번영의 기틀을 다지게 되었다.


다비드의 명작 <사비니의 여인들>은 바로 그 역사의 현장을 묘사하고 있다. 그는 왜 하필 이 장면을 그렸을까?

들라크루아 <민중을이끄는 자유의 여신>


18세기 말, 다비드가 살던 당시 프랑스는 혁명의 시대였다. 시민들이 왕과 귀족들을 상대로 자유와 평들을 얻기 위해 격력한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전제군주였던 루이 16세와 왕비가 단두대에서 처형되었으며, 혁명에 앞장선 지도자들 또한 여럿이 목숨을 잃었다. 다비드 자신도 혁명 세력에 적극 가담했다가 옥살이를 경험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정치적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면서 피를 흘리는 싸움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비드는 어쩌면 과거 사비니와 로마가 그랬던 것처럼 조국 프랑스의 두 세력이 서로 관용을 베풀어 화해의 악수를 나누길 바라며 이 작품을 그렸는지도 모른다.


(* 남북이 총칼을 겨누며 원수가 된 지도 반세기가 훨씬 지났다. 이제 그만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번영의 길로 나아갈 때도 됐다. 다만 한반도 평화는 우리의 문제지만 우리끼리 풀지 못하는 슬픈 현실. 남북의 상처와 불행을 풀기 위해 남한의 대통령은 미국으로 달려가 상담하고,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중국과 러시아로 분주히 뛰어다니며 호소한다. 남북대화, 북미대화가 순항하여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하길 기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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