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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ete May 17. 2024

독일 극장의 경영 회계 관리

공공 문화예술 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한 투명한 경영 회계 관리

독일의 공공극장은 시와 주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아 다양한 법적 형태로 운영된다. 2021년 기준으로 140개 극장 중 관리 감독형이 22개, 자가 경영형이 32개, 유한 책임형(일반 기업 운영 방식)이 51개, 기타가 35개이다. 극장은 경영 관리에 있어 일반 경영학적 측면과 문화 기업이라는 특수한 예술 경영 회계 관리를 적용한다.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재무 및 회계, 전략적 통제, 외부 및 내부 감사는 극장에서도 중요한 주제이며 인사 관리 분야도 포함된다.


수십 년 동안 많은 극장은 예술 감독과 경영 감독직을 겸하는 인텐단트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많은 극장의 법적 형태가 자가 경영 및 유한 책임으로 바뀌면서 예술 감독과 경영 감독을 분리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독일 극장계의 미투(MeToo) 운동 이후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극장의 재무 관리 업무는 총경영감독이 담당하며, 지자체와 시로부터 기금을 확보하는 자금 조달 및 협상부터 관리까지 책임진다. 과거 지방 자치 단체는 재무 및 자산 관리를 대부분 단식부기로 관리했으나, 법적 형태가 바뀌면서 복식부기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전략적 통제 또한 경영 관리의 중요한 영역이다. 극장은 시즌 목표를 수치화한 기여 마진 회계를 작성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를 계산할 때는 1년 극장 예산에서 총 프리미어 비용, 총 인건비를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작품마다 항목을 세분화한다.


예를 들어, 새 시즌 연극 파트에서 6개의 프리미어를 계획했다고 가정하면, 작품당 그 작품에 배정된 상근 예술가 출연료, 외부 출연자 출연료 등 상세 인건비를 계산한다. 제작비용 항목에는 무대 디자인, 의상, 분장 및 필수품에 대한 재료비, 작곡가 및 작가 로열티 및 저작권, 악보 등이 포함된다. 문화 영리 기업과 마찬가지로 공연장 좌석수와 티켓 비용, 예상 점유율 등도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프리미어 이후 발생한 수입 지출을 비교하여 손익분기 달성 여부와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때에 따라 어떤 작품은 8회 공연을 계획했지만 5회까지 저조한 관객 성적일 경우 조기 중단할 수도 있고, 인기 있는 작품은 회차를 늘릴 수도 있다. 이는 총경영감독과 총예술감독의 결정에 달려 있다.


물론 매진을 통한 수익 창출은 비영리 문화기관에서도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독일 극장은 프로그램 선정 시 마진만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신진 작가 초연작의 관객 점유율이 저조했다고 해서 다음 해 시즌 계획에서 배제하는 일은 없다. 이는 관객 점유율만으로 작품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래서 문화예술 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한 기여 마진 회계의 철저한 분석이 중요하며, 이 데이터는 생산성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독일의 극장만큼 외부 감사를 많이 받는 기관도 드물다. 극장은 자금 주체 기관인 시와 주정부의 관리 감독 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감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극장은 자발적으로 내부 감사를 통해 외부 감사를 대비한다. 많은 극장이 유한 책임 회사 형태로 바뀌면서 연간 재무제표와 대차대조표를 작성한다.


“재무 회계 부서는 일반적으로 새 회계 연도의 첫 몇 주 동안 연간 재무제표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년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손익 계산서를 작성하고 재고 계정을 대차대조표(결산 대차대조표)와 조정해야 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경영진이 기존 손익 계산서와 대차대조표는 물론 극장 운영에 대한 기타 주요 수치(관람객, 공연, 좌석 점유율, 공연 횟수)를 바탕으로 리스크와 향후 사업 운영에 대한 전망을 포함한 자체적인 상황 평가를 담은 경영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러한 보고서가 준비되면 보통 2월 말이나 3월 초에 외부 감사를 받을 수 있다. 감사 보고서는 6월에 열리는 별도의 감독위원회 회의(대차대조표 회의)에서 발표된다. 감독위원회는 보고서를 검토하고 주주(도시 및 주 대표)에게 연간 재무제표를 채택하고 해당 연도의 순이익 또는 손실을 다음 연도로 이월하며 감독위원회 위원 및 경영진의 조치 및 승인을 제안한다.” (Theatermanagement, T. Schmidt)


공공 문화 기관의 투명한 경영 관리 회계는 독일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세금으로 운영되는 문화 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한 일반적인 극장의 운영 방식이다. 한국은 국공립 예술단과 문예/예술의 전당(이하 극장) 관리과가 분리되어 운영된다. 극장은 건물 관리를 비롯해 외주 대형 공연 위주로 공연을 기획한다. 예술단은 극장의  부서에 해당되며 사무국장과  예술단의 감독(지휘자, 무용 감독, 오페라 감독 ) 중심으로 운영된다. 한국의 극장 경영 관리 구조에서 어떤 직책이 독일의 총경영감독처럼 역할을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식 제작극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예술가 고용을 통한 생산적 독일 제작 극장 방식, 작품의 양과  뿐 아니라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논의해야 한다.


p.s. 독일 에센극장의 연간 재무제표 및 평가 보고서를 첨부합니다.


[제 글의 인용이 필요하면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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