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극장은 최적화된 공공재

극장의 사명- 예술교육 매개 ex.) 뉘른베르크 주립극장

by Arete
극장은 왜 존재하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왜 추구하는가?


이 질문은 극장의 본질적인 목적과 사회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중요한 질문이다. 극장의 목적이 예술적으로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기관을 혁신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일과 함께 많은 관객을 유치하는 것이라면 일반적인 사설 예술 기관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독일의 극장은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이용을 제한할 수 없는 비배제성, 한 사람의 공연 감상이 다른 사람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감소성, 문화적 가치와 예술적 활동을 촉진하는 사회적 효용성,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효과, 예술 교육 및 문화 교양의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교육적 역할까지 최적화된 공공재로써 미션을 수행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극장은 그 역할의 범위를 다양하게 확장하였다. 극장의 핵심 사업인 공연 외에도 ▲어린이, 청소년, 성인과 노인을 위한 예술 매개 프로그램, ▲앙상블 및 젊은 예술가들(작곡가, 연출가, 지휘자,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 작가와 극작가)의 홍보, ▲레퍼토리의 개발, ▲미학적 요소, ▲극장 직업 훈련, ▲도시와 사회의 문제에 대한 개방, ▲지역의 문화적 기능 수행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공공극장은 예술과 교육적 사명을 중심에 두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상보성(complementarity, Komplementarität)은 두 가지 요소나 변수가 함께 존재할 때 서로를 보완하거나 강화하는 관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양자 물리학 용어이다. 한 요소가 다른 요소를 완전하게 이해하거나 활용하는 데 필요한 경우를 가리키며, 두 요소가 함께 있을 때 그 효과나 가치가 개별적으로 있을 때보다 더 증가하는 상황을 설명한다.


공공극장은 교육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상보적 원리를 적극 활용한다. 극장이 최적화된 공공재로써 교육과 결합했을 때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뉘른베르크 주립극장의 예술 매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바이에른주에 속하는 뉘른베르크는 약 54만(2022년 10월 기준)의 인구가 사는 뮌헨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뉘른베르크 성, 크리스마스 마켓, 알프레드 뒤러, 요한 파헬벨,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그의 명가수'의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남독일 특유의 지역적 분위기와 문화예술이 풍부하다. 뉘른베르크 주립극장은 약 600명에 달하는 예술인 및 극장운영 관계자들이 근무한다. 연극, 오페라, 발레 그리고 오케스트라까지 운영되는 다장르 복합극장으로 시즌 650회에 달하는 공연을 하며 한해 방문객은 27만 명 이상이다.


대부분의 극장은 예술교육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오페라를 감상하고 , 음악을 듣고, 연극을 관람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극장 교육파트 전문가는 참여자들이 사회를 움직이고, 통합하고, 분열시키는 원동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무대에서 어떤 옛이야기와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고민한다. 극장은 사회의 다양한 두려움, 질문, 소망, 희망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소로써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개방된다.


더 이상 보기만 하지 말고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쓰고,
즉흥 연주를 하고, 작곡하고, 창작해 보세요!


2000년에 시작된 뉘른베르크 주립극장의 청소년 클럽 모토이다. 예술 매개는 극장의 영속성과 미래의 방문객을 위한 전략이며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다음과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매 시즌 기획한다.


뉘른베르크 주립극장 예술교육프로그램 책자


*초대형 예술 매개 프로젝트

악기 소리 체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습실에 아이들을 초대해 악기에 대해 소리와 함께 짧은 사운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프로젝트로 필요에 따라서는 찾아가는 형식으로 유치원이나 학교를 방문

예체능계 진로 탐색을 위한 워크숍: 재능이 있는 학생들과 젊은 예술가들의 멘토링 매칭

공연 관람: 70년 이상된 뉘른베르크의 전통인 학교와 극장의 공연 관람 프로젝트 Schulplatzmiete. 매 시즌 70개 이상의 초등학교 학급의 음악극 교육팀에 의해 창의적으로 준비된 어린이 콘서트 관람, 5~8학년 청소년들은 청소년 콘서트, 발레의 밤, 오페레타 등을 관람, 정년 퇴임한 음악 교사와 현 음악 교사 그리고 극장의 음악교육 담당자들에 의해 프로그램 구성.

무용: 프로 무용수들의 연습 과정을 참관 및 공연 관람


*참여형 예술 매개 프로젝트

어린이 합창단: 성악 전공 교육전문가의 합창수업과 오페라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 프로 성악가들의 오페라 무대에서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배역을 책임지고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연습에 참여하고 큰 무대에 서보는 경험

청소년 주립오케스트라: 시즌 2~3회 연주를 목표로 연습 일정과 작품이 선정되며 방학이 시작되는 마지막주 오픈에어 콘서트가 하이라이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에 의한 파트 연습 제공과 주립교향악단 지휘자와 공연

청소년 연극: 시즌 2회의 정기 공연을 목표로 연습하며 작품 선정은 청소년들의 관심사와 사회문제를 다룸, 연극 공연과 시민 집회가 결합한 프로젝트, 시민배우로 작품에 참여

무용: 발레 조기교육 및 프로 발레단원들과 함께 공연

오픈스테이지: 노래, 연극, 시 낭송 등 방문객들에 의해 독점적으로 만들어지는 무대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무대




70년 역사를 가진 학교와의 연계 공연 관람 프로젝트는 단순히 극장 홍보를 위한 마케팅이 아니다. 조부모, 부모, 자녀 다시 말해 세대 간 문화 예술 공유 및 교류의 중요한 요소이다. 독일의 많은 아이에게 생애 첫 오페라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이며, 생애 첫 인형극은 초록별에서 온 슐룹이듯 이는 부모세대의 추억이기도 하다.


교육 파트의 원활한 운영은 각 영역의 교육전문가들을 통한 수준 높은 수업에서 비롯된다. 참여 학생, 부모, 그리고 매개자와의 신뢰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문화예술 경험을 떠올릴 수 있으며 언젠가 성인이 되어도 다시 극장을 찾게 만든다.


수년에 걸쳐 시도되고 검증된 공공 극장의 구조는 지속적인 문화 교육 사업을 위한 좋은 전제 조건이다. 이곳에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영구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안정적인 구조는 연속성을 만들어 내고, 연속성은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뉘른베르크 주립극장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다장르 복합 극장을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관심사를 실현할 기회를 얻게 되며 특히 진로 탐색과 관련하여 극장 직업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참여형 프로젝트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수용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한다. 이는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삶의 현실에 대한 주제를 보여줄 기회이며 이들은 문화의 소비자이자 훌륭한 생산자 역할도 한다.


결론적으로 공공극장은 도시 공동체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문화적 자산이다. 기관으로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화 교육에 대체 불가능한 기여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여전히 교육적 사명에 대한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공공 극장은 정치적, 합리적인 결정 과정에서 미세한 경계를 걷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공 기관의 지원금이 삭감되거나 심각한 경우 사라질 수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공공극장은 최적화된 공공재이다. 정치와 사회가 보존하고 강화해야 할 문화유산이며 극장의 존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뉘른베르크의 주립극장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비슷한 프로그램은 한국에도 있다. 다만 각 지역의 문화재단이나 문화예술진흥원 등 수많은 교육지원 사업의 공모를 통해 진행된다. 한국은 독일의 극장처럼 한 지붕 아래에서 고용된 예술인들을 통해 작품이 생산되고 인적 자원을 통해 교육프로그램을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나마 시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이유로 매번 다른 주제에 맞춰진다. 전통성이 있을 리 만무하며 지속성 또한 장담하지 못한다.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다 장르 극장은 세대 간의 문화예술 소통, 예술을 통한 사회문제 접근, 무엇보다도 교육적 사명을 그 어느 기관보다도 충실히 실행할 수 있는 공공재이다. 극장은 왜 존재하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왜 추구하는가?라는 서두의 질문으로 돌아가 국제어린이청소년연극협회(ASSITEIJ)의 선언문으로 답을 대신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특히 위기 상황에서도 예술과 문화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부록] 필자가 뉘른베르크 주립극장 견학에서 경험한 연극교육의 즉흥극


뉘른베르크 주립극장 교육 부서의 책임자가 우리 과 극장 매개 교육 강사인 관계로 근무하시는 곳으로 견학을 다녀왔다. 각 부서; 청소년 오케스트라, 어린이합창단(오페라), 청소년합창단, 연극반 담당 선생님들의 인터뷰를 비롯해 실제 연극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 8명은 둥글게 원을 그리고 서서 허밍을 하듯 소리 내며 온몸 구석구석을 움직여 워밍업을 했다. 그다음에는 짧은 단어, 이름, 상황, 그 상황에 여러 가지 감정을 실어 쉼 없이 움직였다. 움직일 때의 규칙은 지목할 대상자의 이름을 부르며 대상자의 자리로 간다. 지목을 받은 사람은 연속적으로 또 다른 대상자를 지목하며 그 자리로 이동한다. 이렇게 한순간도 멈춤 없이 종이에 끊어지지 않은 곡선을 자유롭게 그리듯 모든 사람은 움직인다. 몸에 열이 나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를 때쯤 강사는 바닥에 깔아 놓은 연관성 없는 문장들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고르게 했다.


나는 유토피아를 갖고 싶어.

너의 문제는 나와는 상관없어.

난 누군가의 얼굴을 때리지 않아.

영원히 진짜 영원히 확실해.


그리고 나이트클럽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와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장면을 연기하며 각자 고른 문장만 대사로 말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표정, 느낌, 분위기 모든 게 즉흥이다. 같은 대사만 읊조리다 상대가 설득되면 그 사람은 다시 춤을 추러 가도 된다. 연주자로서 무대에서 악기라는 도구를 가지고 소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적 경험을 가진 나로서는 표정과 몸짓 그리고 감정을 실어 설정된 인물을 즉흥으로 연기하는 경험은 상당히 신선했다. 청소년 연극단에 속해 있는 아이들은 단순히 공연을 위해 매주 한 번씩 모여서 연습하겠거니 했다. 내 추측은 빗나갔다. 이외에도 마임, 상황극, 빈 의자, 토론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연극교육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뉘른베르크의 주립극장을 중심으로 작성되었으며, 모든 독일의 공공극장이 이와 같은 예술 매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자료]

Nürnberg Staatstheater: STN_PLUS_Magazin_digitale_Ausgabe, 202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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