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마음 안고 살기

당신이 말하는 '예민함'과 내가 살아낸 '예민함'은 다르다.

by 진다락

예민하다.


그 말이 주는 힘에,

어떤 날은 아팠고

어떤 날은 위로받았다.

그 말은 때로

나를 조심스레 껴안았고,

때로는 찬바람처럼

온몸 구석구석을 시리게 했다.


예민함은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하나의 결이었다.


그것 없이는

나를 온전하게 말할 수 없을 만큼,

깊고도 단단한 조각이었다.




요즘, '나'를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MBTI다.

나 역시 이 성격 유형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통해 나 자신과 타인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MBTI가

그 사람의 모든 면을

완벽하게 설명해 주기는 어렵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외향과 내향 같은 이분법 대신,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를

수치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MBTI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16가지 유형 외에도,

더 다양하고 세밀한 성격 분류법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빅 파이브 같은 다른 심리학적 모델이나,

MBTI 내부의 다양한 변형과 하위 유형들이

복잡한 성격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과 성향은

단순한 틀에 가둘 수 없는,

무한한 결들의 모자이크임을

나는 늘 새롭게 깨닫는다.


예민함도 언제나 같지 않다.

어떤 자극에, 어떤 상황에서,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예민함은

그때그때 흔들리는 감정의 표면이 아니라,

마치 나뭇결처럼 나를 이루는 하나의 본질이다.

쉽게 깎이거나 바뀌지 않는 고유한 결처럼,

결코 지워지지 않는 내면의 무늬.



예민함이라는 섬세한 결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다.


1. 감각 자극에 민감하다.

밝은 빛, 시끄러운 소리, 강한 냄새 등

외부 자극에 쉽게 피로하거나 불편함을 느낀다.


2. 감정의 변화에 깊이 반응한다.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도 금세 감지하고

쉽게 공감한다.


3.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혼자 조용히 쉬는 시간으로

내면을 정리하고 재충전하려는

경향이 있다.


4. 사소한 것도 깊이 생각한다.

작은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거나

오래 고민하고,

실수를 오래 되새기며

마음에 담아두기도 한다.


5. 비판이나 갈등에 쉽게 상처받는다.

다른 사람의 말, 표정, 분위기에서

날카로운 기운을 감지하면

방어적으로 굳어지거나

쉽게 위축될 수 있다.



예민함에 대한

여러 심리학 서적과 연구들을 들여다보면,

예민한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그런 특성들에

거의 대부분 해당될 만큼,

극도로 예민한 사람이었다.


이 사실은 단번에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나 자신을 성찰하고

내면의 혼란을 견디며

마침내 받아들이게 된 진실이었다.


나의 예민함은

타인을 향한 조심스러움으로 표현되었고

그 조심스러움은 자주 나를 소외시키며,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곤 했다.


나의 이런 성향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응, 너는 참 섬세한 사람이야"

"네가? 나는 단 한 번도 못 느꼈어"


하지만

내가 극도로 예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마침내 받아들이게 된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내 안의 한 부분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단지 나는 그렇게 태어난,

그런 결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그제야 나 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조금씩 이해하려는 마음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도록 외면해 온

나의 한 조각을 다시 품에 안은 듯,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나 자신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예민한 나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를 향해

마음이 자연스레 기울기 시작했다.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을 지키는 것.


이제 나는 그 여정을,

내 안의 소란을 지나 평온으로 나아가는 길을

천천히 써 내려가려 한다.


내 마음의 깊은 수렁에서

진실된 '나'를 건져 올려주신

하나선생님이

늘 곁에 머물러 계셨듯이,


이 소소한 기록 또한

누군가의 고요한 안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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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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