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히 마주하기 연습

by 진다락

사람을 만난다는 건 늘 작은 긴장감을 동반한다. 사람의 깊이는 가늠할 수 없이 얕기도 하고 깊기도 하기에, 몇 번의 대화나 만남만으로 온전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조심하고, 자연스레 거리를 두게 되었다.


수많은 인연들을 떠올려본다. 나에게 가진 것을 기꺼이 내어주던 사람과 내가 어떤 말을 하든 흔들림 없이 내 편이 되어주던 사람이 있었다. 나를 잘 알지 못하면서 이상하리만치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던 이도 있었고, 반대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던 이도 있었다. 처음의 인상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마음 깊이 좋아하게 된 사람도 있었고, 나와는 분명히 다른 결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다름이 오히려 멋져 보여 오래도록 끌렸던 사람도 있었다. 다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은 얼굴과 마음을 지나왔지만, 여전히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람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의 삶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모든 만남이
우리를 조금 더 깊은 존재로 만든다.
- 헤르만 헤세


사람이 싫었다. 어떤 날은 가족마저도 싫었다. 모두가 결국은 이기적인 한 개인일 뿐이라고, 그 누구도 진심으로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내가 짊어진 어려움과 힘듦을 아무도 모른다고 원망했다. 그래서 나는 처절하게 타인을 미워했고 스스로 선을 그으며 벽을 세웠다. 그러나 벽을 높이 쌓을수록 한없이 외로워졌다. 그 끝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사실 내가 미워했던 것은 세상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었다는 것을. 그 누구도 온전히 사랑할 수 없으면서도, 동시에 나를 알아줄 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하고 싶었다는 것을.


타인은 우리 안의 그림자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가 그에게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보았기 때문이다.
- 칼 구스타프 융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내 곁에 남은 이들이 좋은 사람이었듯, 나 또한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그들의 곁에 오래 남고 싶다고. “그럴 수 있지” 하고 이해해 주고, “고생했어” 하고 다정히 토닥여주고, “넌 어때?” 하고 먼저 물어봐주는 일. 그 작은 말과 마음들이 모여 서로의 하루를 조금 덜 외롭게 만들 수 있기를. 결국 우리가 버티는 힘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온기를 주고받으며 견뎌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사람과의 관계로 마음이 지치는 밤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모든 사람과 잘 맞을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떠올린다. 나와 맞지 않는 이들을 붙잡고 애써 마음을 소모하기보다 "그래, 우리는 맞지 않는구나"하고 담담히 흘려보내려 한다. 아직은 서툴지만, 그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자 오히려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부디 바란다. 마침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현명하고 지혜롭게, 내 자신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기를. 그 과정에서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고 경험 하나하나가 나에게 소중한 배움이 되기를. 누군가를 이해하고 때로는 흘려보내며 흔들리지 않는 내 안의 중심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일 속에서 나 자신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인정하며 조금 더 온전히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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