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에 대하여

출근글 날리는 낙엽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by 마당넓은 집

밤새 들릴 듯 말 듯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흐느끼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발을 끌며 걸어가는 걸음거리 같기도 했다. 소리는 몹시도 스산한 했다. 애써 못 들은 척 눈을 감고 누워 잠을 청했으나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이불 밖이 유난히 썰렁했다. 밤사이 분명 무언가가 변해 있었다. 간신히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여섯시가 지났건만만 밖은 아직 새벽 어스름이 가시지 않았다. 아파트를 벗어나니 어젯밤에 들려왔던 그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크게 들려왔다.

차창 밖은 거친 바람이 거리를 점령군 처럼 포효하고 그 위에 마른 갈잎들이 이리저리 쓸려 다니며 뒹굴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노랑, 빨강 물을 들이고 깔롱지듯 나무에 매달려 있던 것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시선이이 온통 차로 위를 뒹구는잎사귀들에 붙들렸다. 밤새 들려오던 그 소리는, 한 철을 다하고 마지막 춤을 추는 갈잎의 노래였던 것이다.

가을이 되면 잎이 지고 다시 봄이 되면 새싹이 돋았다. 바람 따라 거리를 흩날리는 저 잎들은 새삼 아쉬울것 없는, 그저 자연의 순환처럼 보였다. 그러한 일이 오늘 아침 갑자기 울고 싶을 만큼 슬프게 다가왔다.

낙엽도 헤어짐의 인사를 지난 밤부터 흐느끼듯 흘리며 밤새 거리를 떠돌았다. 그러고는 마침내 모두에게 작별을 고했했다. 마치 장례의 끝머리에서 울려퍼지는 만가처럼.

낙엽을 바라보며 문득 마지막의 모습을 떠올린다. 살아가는 일들이 새삼 깊어지고 무거워진다.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 생물학적인 죽음은 단순히 호흡이 멈추고 심장이 멈추는 일일 이다.

하지만 그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한 사람이 남긴 마지막 숨결, 마지막 체온, 마지막 냄새, 그모든것은 생물학적 죽음으로 끝날수 없는 무게였다.

아침에 낙엽을 보면서 욕망을 비워낸낸 모습을 떠올린다.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살다간 법정스님을 떠올린다. 그의 말씀이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에 깊에 찾아든다. 아무도 모르는 작은 별을 하늘에 쏘아 올리고 싶은 소망이 생긴다. 비록 보이지 않을 지라도 수 많은 별빛과 함께 모이면 커다란 별이 되어있을것이다.

오래전에도 그런 별을 하늘에 쏘아올리고 떠난 사람들이 있었기에 , 지금도 저별들은 제자리를 지키며 빛난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니 ,어느 순간 별하나가 나에게 다가와 눈 맞추는 듯했다. 그 곁에는 길가에 흩어진 낙엽들 또한 별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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