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명리학을 배울 때는 육십갑자를 외우고 생극제화(生剋制化)를 배운 다음 명리학의 꽃이라 불리는 십성(十星)을 외운다.
십성이란 생극(生克) 관계를 따져 일간과 다른 글자와의 관계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일간을 生해주는 글자는 인성(印星), 일간을 극(克)하는 글자는 관성(官星), 일간이 克하는 글자는 재성(財星)으로 보는 식이다. 이러한 십성은 육친관계나 인간사(人間事)에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일간을 생해주는 인성은 육친으로는 모친이나 윗사람, 상사등으로 보고, 일반적으로는 학문이나 문서로 본다.
십성을 외웠으면 이제 삼합(三合)이나 방합(方合), 육합(六合)등을 외우고 육충(六冲)과 육파(六破)등을 외운다.
이 외에 역마살이니 도화살이니 하는 12 신살(神殺)과 글자의 생로병사를 나타내는 12 운성(運星)을 외운다. 공망을 외워 조상궁이 공망 맞았는지 자식궁이 공망 맞았는지를 보고 조상덕, 자식덕을 점친다. 이외에도 귀문살이니 백호살이니 하는 신살부터 귀인중의 으뜸이라는 천을귀인, 학당귀인, 문창귀인등을 외운다.
함께 배우던 어떤 이는 1년이 지나도록 육십갑자도 못 외워 코팅을 해 갖고 다니다 선생님께 핀잔을 듣기도 했다.
3개월쯤 되면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슬그머니 없어져 기초반이 끝날 때쯤엔 반 정도 남는다. 외워야 할게 끝도 없이 나오는 데다 문파마다 신살이나 공망 보는 법도 다르다. 그런데 운을 보는 건 아직 시작도 안 했다.
팔자를 놓고 상팔자인지 고생길이 훤한 팔자인지를 볼 수 있게 되면 그때서야 운을 적용해 본다.
팔자에서 무기로 쓰는 글자를 찾고 그 글자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보며 길운과 흉운을 가늠한다. 대운이 길운이라면 일단은 호운(好運)으로 점치고 대운이 흉운이라면 세운을 더 유심히 살핀다.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픈 이 공부를 하느라 머리가 다 하얗게 샜다. 그럼에도 손을 놓을 수 없는 건 운이 부리는 마술을 직접 겪었기 때문일까?
' 돈은 원 없이 벌었겠소. 나무 깎는 취미가 있으신가?'
언젠가는 나도 선생님처럼 폼을 잡으며 이렇게 말해보고 싶어서일까?
이렇게 정성으로 공부를 했어도 팔자의 운을 점치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건 30년 넘도록 공부하신 선생님도 마찬가지라 하신다. 팔자를 볼 때와는 달리 運을 적용하는 건 너무나 복잡한 데다 정해진 틀도 없다. 이때부터 진짜 본게임이 시작되고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은 중간에 때려치우고 만다. 그러니 웬만큼 눈 밝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팔자의 運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눈 밝은 역술인이 아니어도 자신이 서 있는 길이 吉인지 凶인지 정도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자신의 마음 상태와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 집안이나 주변 환경을 살피면 된다.
만사에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한가? 만사가 귀찮고 이유 없이 짜증이 나는가?
조급해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