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에는 사람마다 무기로 쓰는 글자가 있다. 문파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그 글자를 용신(用神)이라 부른다. 용신을 찾는 방법도 문파마다 다르고 관법마다 다르다.
일간의 강약을 중심으로 보는 억부법, 월령을 중심으로 보는 격국론, 팔자의 역할을 중심으로 보는 주공법까지 다양하다. 각 관법은 독자적이지만 하나의 관법만으로 모든 팔자를 볼 수는 없다. 어떤 팔자는 억부법으로 풀어야 하고 어떤 팔자는 주공법으로 풀어야 한다. 어느 관법으로 보느냐에 따라 팔자의 용신이 달라진다.
사주도 보기에 쉬운 사주가 있고 일명 돌연변이 사주도 있다. 분명 배운 대로 풀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사주인데 돈이 엄청 많거나, 막노동으로 근근이 먹고 살 거 같은데 정부 요직에서 한 자리하는 사주가 있다.
일간의 강약이 분명하거나 용신이 분명한 경우는 보기에 쉬운 사주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일 경우는 여러 관법을 적용해 신중히 봐야 한다. 조직에서 한 자리하거나 백억 대 부자가 될 팔자를 한평생 빌빌대다 끝낼 팔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돌연변이 사주 중에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팔자들도 많다.
그래서 팔자공부가 어렵다.
하지만 이를 가르치는 선생들은 절대 처음부터 돌연변이 사주를 내놓지 않는다. 처음에는 쉬운 사주만 들이밀어 '팔자 보는 것도 별거 아니네'라며 거만을 떨게 만든다. 착각에 빠져 팔자 보는 시늉을 하다 보면 이 삼 년이 훌쩍 가버린다. 하지만 그때는 발을 빼기에 이미 너무 늦다. 조금만 더 하면 진짜로 팔자를 볼 것 같은 착각에 스스로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또 이삼 년이 흐른다.
그러니 혹여라도 팔자공부를 해볼까 생각한다면 롱런을 각오해야 한다. 6개월 내지 일 년 속성반을 운운하는 팔자선생이 있다면 장담컨대 제 명도 못 보는 팔자 장님이거나 천 프로 사기꾼이다.
팔자에서 무기로 쓰는 글자가 선명하다면 대개는 할 일이 뚜렷하고 비교적 직업군을 어림잡기도 쉽다.
木일주가 火를 식상으로 쓰면서 팔자 짜임이 아름다우면 선생님이나 교수, 강사등과 인연이 있거나 예체능에 소질이 있으니 문화 예술계통에 종사할 가능성을 점쳐보는 식이다.
무기로 쓰는 글자가 분명한 팔자일수록 좋은 팔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서 할 일이 뚜렷해 어느 한 분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기로 쓰는 글자가 분명하지 못한 경우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거나 운이 바뀔 때마다 삶의 기복이 심할 수 있다.
팔자에서 무기로 쓰는 글자에도 빈부 격차가 있다.
어떤 팔자는 무기가 여럿이라 운에 따라 무기를 바꿔가며 쓴다. 보통은 무기로 쓰는 글자가 제 철을 지나면 힘을 못쓰는 데 이런 사람은 시절 따라 직업도 잘 갈아탄다.
무기가 하나인 사람은 제 운이 다하면 어려운 시기를 거치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은 죽을 때까지 별 어려움 없이 지내다 건강하게 장수까지 하니 부러운 팔자가 아닐 수 없다.
반면 변변한 무기가 없는 팔자도 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무기로 쓸만한 글자가 없는 팔자는 운에서 들어오는 글자를 무기 삼아 쓴다. 하지만 운은 지나가게 마련이라 팔자에 든든하게 있느니만 못한 것이다.
팔자에 있는 글자는 또한 각 글자만의 생로병사가 있다. 글자도 탄생기부터 청년기를 거쳐 노년기에 이르고 급기야 죽어서 무덤에까지 간다.
이중 특히 일간이나 무기로 쓰는 글자의 생로병사는 운을 보는 요체(要諦)이다
글자가 어느 시기에 와 있느냐에 따라 길흉(吉凶)을 점치고 운빨의 세기를 가늠한다.
모든 생명체처럼 글자도 이왕이면 젊고 힘이 넘치는 청년기에 있을 때 팔자 주인공이 끗발 날릴 가능성이 높다.
장생지라 불리는 탄생기도 호운(好運)인 경우가 많다. 장생지를 일지(日支)에 깔고 있으면 막 태어난 아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듯이 뭇사람으로부터 이유 없는 호감이나 사랑을 받기도 한다. 운에서 일간의 장생지가 들어오면 왜 그런진 몰라도 새로운 일이나 공부와 인연이 되어 인생의 전환점을 맞기도 한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장생지와 어린아이의 기운이 비슷하므로 왕성한 호기심을 자극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한다.
반대로 글자가 힘을 잃는 노년기로 넘어가면 명주(命主)를 보호했던 기운이 맥을 못 추게 된다.
순풍에 돛 단듯한 사업이 이유 없이 어렵게 되거나, 별일 아닌 일로 구설수에 휘말리거나, 자신이나 가족이 다치거나 아프기도 한다. 심하면 길 가다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해(害)를 당하기도 한다.
만약 그 글자가 재성에 해당하면 예상치도 못한 일로 돈이 줄줄 새는가 하면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어이없이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글자의 기운이 맥을 못 추는 시기가 사람의 노년에 찾아오면 이런 운에 命을 다하기도 한다.
글자의 노년기가 일 년짜리 세운이 아니라 십 년짜리 대운으로 오면 이 시기는 命主에게는 일생 중 가장 힘든 시기로 하늘을 원망게된다. 이런 대운에는 한 해의 세운(歲運)을 유심히 봐서 운이 나쁜 해에는 일을 벌이기보다는 수신(修身)에 힘써야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흉한 운에는 꼭 귀신 씐 사람처럼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을 하겠다고 덤비거나 알지도 못하는 주식에 손을 댄다. 이런 운에는 또 사기꾼이 귀신처럼 냄새를 맡고 접근하거나 하다못해 보이스피싱도 엉뚱하게 당한다.
풍수에서 쓰는 동기감응(同氣感應)은 비슷한 기운끼리는 서로 기운을 주고받는다는 뜻으로 '끌어당김의 법칙'과 매우 비슷하다. 나쁜 운에는 사악한 기운을 가진 사람과 얽히게 되는 일이 많은 건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 눈 밝은 역술인이라도 찾아야 하나 생각한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
역술인을 찾지 않고도 당신이 어떤 운에 와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얘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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