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기 좋은 집은? 당연히 목조주택!
아침에 눈 뜨면 침대 옆 작은 창은 진녹색이다. 방은 북향이라서 직사광선이 실내로 들어오지 않는다.
집 뒤편에는 어린 삼나무가 열 그루쯤 나란히 서 있다. 그리고 하트 모양 이파리가 무성한 넝쿨 식물이 옆집과 경계를 이루는 울타리를 온통 뒤덮고 있다.
서귀포는 워낙 햇살이 밝고 뜨겁다. 그러므로 처마가 긴 오두막 안으로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도 사방으로 유리창이 나 있는 실내는 충분히 밝고 아늑하다.
어제는 밤늦게까지 책을 읽다가 늦잠을 잤다.
정오가 가깝도록 잠이 덜 깨서 나른하고 축 처졌는데 잔디밭에 스프링클러가 빙빙 돌아가며 물방울을 뿌리는 바깥 풍경을 보니까 차가운 커피 한잔 마시고 얼른 정신 차려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사 온 다음 날 주인집 목수 아저씨가 ‘목조주택에서 자 보니 어때요?’라고 물었다.
나는 그냥 ‘좋았어요.’라고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오감이 둔한 체질이라 하룻밤 잔 걸로 알 턱이 없었다.
여덟 달이 지난 지금은 느낌이 좀 온다.
작은 목조 오두막집은 나와 함께 숨을 쉬는 공간이다.
목조주택을 지을 땐 먼저 나무로 널마루를 만든 후 그 위에다가 집을 짓는다.
오두막집 데크 아래에는 빈 공간이 있어서 바람이 그대로 통한다.
집의 재료로 쓰인 나무기둥이나 널빤지는 날씨에 따라 습기를 머금었다가 내뿜었다가 한다.
아파트에 살 때는 밤에 가려워서 몸을 긁다가 일어나면 허벅지나 허리께에 시뻘건 손톱자국이 나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이곳에 와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거실 천장은 지붕 모양으로 뾰족해서 더운 공기가 위쪽으로 빠지기도 하고 소파에 앉아서 책 읽다가 그냥 쳐다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은 술 마시기 딱 좋은 분위기라며 감탄했다.
목수인 주인아저씨는 목조주택만 십몇 년째 지어왔는데 서귀포 중산간에 위치한 이 오두막집은 팔 년 전에 지었다고 했다.
큰 도로에서 완만한 오르막길로 몇백 미터만 올라오면 귤밭 한가운데 널따란 주차장이 나왔다.
그 안쪽에는 귤창고를 개조한 애견 카페가 있고 개를 데리고 와서 노닥거릴 수 있는 잔디밭이 있다.
솜씨 좋은 목수 아저씨는 작은 개들도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나지막한 벤치와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작은 오두막집과 데크와 캠프파이어 화덕도 만들어놓았다.
조그만 오두막의 정체는 잔디 깎는 예초기를 보관하는 창고였다.
주인아저씨가 사는 옆집은 근사한 북미식 목조주택이다.
지붕이 뾰족한 이층 집으로, 낯가림이 심한 나는 구경할 엄두도 못 냈지만 일 층은 거실과 부엌 등 공용 공간이, 2층은 침실들이 있는 것 같다.
옆집에는 나처럼 낯가림이 심한 목수아저씨의 열여덟 살 아들이 살며 잔디 마당에는 사교성이 엄청난 보더콜리가 어슬렁거리다가 문 여는 기척만 들리면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옛날엔 주택복권이란 게 있었는데 지금도 로또에 당첨되면 다들 집부터 사지 않을까?
아파트일지 주택일지는 취향 나름이겠지만 나도 만일 이곳을 나가야 하는데 복권에 당첨되기까지 한다면 주인아저씨에게 목조주택을 지어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집을 떠나 객지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기숙사부터 하숙집과 다세대 원룸과 오피스텔을 거쳐서 이십 평, 삼십 평, 사십 평대 아파트에 두루 살아봤지만 집이라는 느낌이 든 곳은 이곳, 잔디밭 마당이 딸린 목조주택뿐이었다.
집도 절도 없이 혼자 떠도는 몸이지만 데크에 나와 앉아 푸른빛으로 빛나는 수평선을 쳐다보면 외롭지 않았다. 그저 지나온 세월이 모두 꿈만 같았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도 오두막집과 마당개와 잔디밭과 바다는 그대로였다.
나는 글 쓰고 책 읽다가 심심해지면 서귀포 시내 카페나 영화관에 놀러 나간다.
목조주택 예찬론자인 주인아저씨는 목조주택에 관한 책을 쓰는 중이라고 했다. 하도 내용이 궁금해서 내가 대신 써드릴까 싶지만 내가 쓰고 싶은 책도 못 쓰고 있으므로 언감생심이다.
그래도 목조주택이 가장 살기 좋은 집이란 걸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주인아저씨 생각엔 나도 찬성이다.
게다가 목조주택 건축비가 콘크리트 주택보다 적게 들고 내구성도 백 년은 끄떡없다고 하므로 혹시나 목조주택에 살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제주카펜터’를 검색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