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목조주택을 짓고 싶다면? 셀프감리의 중요성

'바보야, 문제는 셀프감리야!'

by 유랑

제주카펜터는 요즘 열심히 책을 쓴다.

주차장으로 나가려면 마당을 지나고 울타리문을 빠져나와서 카페를 지나서 동백나무 사이로 들어가야 하는데 거기에는 내가 사는 오두막집보다 더 작고 동그란 원통형 오두막집이 있다. 바로 주인아저씨 제주카펜터의 사무실이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활짝 웃는 로고가 그려진 유리문을 통해 여름 내내 민소매 티셔츠 바람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아저씨의 널찍한 등판이 보인다.




주인아저씨는 목조주택 예찬론자이다.

제주도 집은 원래 대문이 없고 마당 안에 본채와 별채, 즉 안거리와 밖거리가 있는데 우리 집도 마당개를 위한 나무 울타리 뿐 담장이나 대문이 없다.

아저씨는 안거리 본채에 살고 나는 밖거리 별채에 산다.


눈 뜨면 잔디밭에 나와서 마당개랑 놀고 밤이면 살랑대는 나무들 기척에 잠들면서 나도 목조주택 예찬론에 물들어가는 중이다.

제대로 된 집이라는 건 마땅히 잔디 마당 있는 목조주택이어야 하고 애교 넘치는 마당개도 있어야 한다. 바다가 보인다면 금상첨화이다.


냉장고에 있던 과일을 다 먹어버린 나는 잔디밭 너머 귤밭에 들어가서 노지 풋귤 두 개를 땄다.

초가을이라 귤껍질은 아직 초록빛이 돌건만 속은 다 찼고 상큼한 맛이 났다. 귤 두 개를 까먹고 나자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향기가 집 안에 가득 찼다.


주인아저씨가 요즘엔 잘 안 나가고 사무실에 있는 걸 보면 목조주택을 의뢰하는 건축주가 많지 않나 보았다.

부동산 경기침체 탓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는 목조주택으로 집 짓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했다.

북미에는 개인 주택의 팔구십 프로가 목조주택인데 우리나라는 오 프로도 안된다고 한다.


나 역시 목조주택을 지어서 살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그 이유가 막연히 내구성이 떨어지거나 건축비가 비싸거나 짓고 나서 크게 하자가 발생할 거라고만 여겼던 것 같다.


목수아저씨는 내 생각이 다 틀렸다고 했다.

목조주택 건축비는 콘크리트 주택보다 덜 들며 내구성이나 하자보수도 콘크리트 주택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주택은 하자가 있거나 구조를 바꾸고 싶을 경우 말 그대로 때려 부숴야만 하지만 목조주택은 벽 판자만 잘라내면 되기 때문에 훨씬 간편하다고.


그런데 사람들은 왜 목조주택을 안 짓는 걸까?


일단 목조주택에 대해 나처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는 불안과 불신으로 돌아와서 목조주택은 막연히 비싸거나 내구성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조주택은 콘크리트 주택에 비해 비싸지 않다. 그건 확실하다고 주인아저씨가 장담했다.

그러면 내구성은 어떨까. 아저씨는 내구성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삼 년쯤 됐을 거라 생각했던 내 오두막집은 구 년 차였다. 부석사 무량수전을 보면 수 있듯이 나무는 세월의 흔적이 나타나면 더욱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실내에 페인트칠만 새로 하면 새집처럼 깨끗하게 쓸 수 있다.


그런데 왜 다들 목조주택은 문제가 많다고 말하는 걸까.


그건 대체로 지을 때 제대로 안 지어서 그렇다고 했다.

집을 짓는다면 기본부터 한 단계씩 잘 짓고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데 대충 짓고 나서 공사비 받은 후엔 나 몰라라 하는 양심불량 업자들 때문이라는 거였다.


목조주택을 제대로 짓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목조주택 전문 건축업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축을 의뢰한 집주인이 수시로 건축현장에 와서 직접 감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집주인이 직접 자기 눈으로 단계마다 확인한다면 확실하게 건축하자 없는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바로 그 부분이 바로 주인아저씨가 쓰고 싶은 책의 핵심이었다.

전문가가 보기엔 너무나 뻔하고 간단한 건데 그걸 몰라서 사람들이 그 좋은 목조주택을 지을 엄두도 못 내는 게 안타까웠던 거다. 아저씨는 책을 다 쓰면 독자들에게 원격으로 목조주택 감리 지도도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목조주택 디자인은 직접 해도 되지만 기존의 목조주택 샘플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고르는게 편하다고 했다. 디자이너가 될 능력이 없는 나 같은 일반인이 백화점이나 의류매장에서 기성복을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인아저씨의 집 역시 목조주택 샘플 중 하나를 골라서 지었다.

단, 본인이 한때 작업실로 사용하며 직접 살기도 했던 내 오두막집은 아저씨가 직접 디자인했다.


살짝 엉성하거나 장난스럽게도 보이고 뚝딱뚝딱 만든 오두막집은 주인아저씨의 느긋한 성격이 엿보이고 애정이 담긴 집이다.

벽에 그림 걸 필요가 없을 만큼 사방으로 난 창이 진녹색 풍경이고 처마 끝에 햇살이 눈부시며 판자벽 실내는 숲 그늘처럼 고즈넉하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난생처음으로 집다운 집에서 산다.

아저씨와 나 둘 중에서 누가 먼저 책을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저씨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너무 어렵게 쓰고 나는 얘기를 하다가 자꾸만 옆길로 새고 횡설수설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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