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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 Mar 01. 2024

4. 이중섭 미술관

이중섭 거리부터 작가의 산책길까지 걸어봐야 하는 곳

  

이중섭 미술관은 서귀포시 서귀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서귀포의 구 도심 한가운데인 곳이지요.


미술관과 제주도 피난 와서 살았던 집, 이중섭 스튜디오 등 인근의 거리는 마을 길 담벼락마다 이중섭의 작품이 벽화로 조성되어 있어서 '이중섭 거리'라고 불린답니다.


 



서귀포시 서귀동은 서른다섯 살 젊은 이중섭 화가가 6.25 전쟁을 피해서 피난 왔던 곳이에요.

단란한 네 가족이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일 년간 머물렀던 곳이지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의 한 해는 마흔 살 일생 중에서 그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해요.

초가집 단칸방에 네 가족이 살았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건강한 두 아이가 함께 살았던 시절이기 때문이랍니다. 이후로 그는 생이별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헤어져서 지내야 했거든요.


'이중섭'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벌거벗은 아이들과 물고기, 게를 그린 그림은 대부분 이곳에서 생활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건가 봐요.

제주도 피난살이 이후 생활고로 부인과 아이들은 일본으로 떠났고 이중섭 화가는 혼자서 육지를 떠돌며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중섭 미술관은 규모가 작은 데다가 소장한 컬렉션도 그다지 많지 않으므로 관람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큰 작품도 몇 개 없어서 정작 그림보다 아내 이남덕 여사와 주고받았던 편지와 엽서를 살펴보는 게 더 흥미로울지도 모릅니다.


젊다기보다 어린 쪽에 가까운 이중섭이 홀딱 반한 여인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에는 귀엽고 순진한 애정과 더불어 날아갈 듯 행복한 마음으로 그려놓은 아름다운 그림들이 남아 있거든요.


이중섭이 천재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엽서 한 장 한 장 그려놓은 그림을 살펴보노라면 천재란 이런 거구나 하는 감이 올 지도 모릅니다.

환상적인 색감과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케리커쳐를 보면 미술 쪽은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더라 했더라도 뭔가 굉장히 멋지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만약 미술관이 기대했던 거보다 작고 초라해서 실망했다면 옥상으로 올라가 보세요.

서귀포 시내와 바다, 새섬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건물을 나와서 나무들이 터널처럼 우거진 계단을 몇 개 내려가면 피난 왔던 이중섭이 세 들어 살았던 초가집이 나옵니다. 여름에는 녹음이 기분 좋게 드리워져 걷기 좋은 곳이에요.

네 가족이 살았다곤 믿어지지 않게도 좁은 단칸방을 구경하고, 제주 전통 초가집 마당도 한 번 둘러보고 나서 소남머리 해안까지 걸어 내려가 보세요.


서귀포 바다 물빛은 평범하지만 해변가 맑은 용천수를 가둬 놓은 곳에는 잔잔한 수면에 하늘이 비쳐 보입니다.



이중섭미술관에서 자구리 공원과 천지연 폭포를 거치면서 서귀포 시내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는  ‘작가의 산책길(유토피아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거리는 6km  걸어서 두세 시간 걸리는 코스입니다.



'작가의 산책길'은 이중섭 화가가 제주 피난 시절에 작품을 구상하면서 즐겨 걸었던 길입니다. 지금은 걷기 좋아하는 서귀포 시민들과 올레 여행자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길이 되었지요.


오르막길이 포함된 길을 걸어가야 하므로 평소에 걷기를 즐겨하지 않는다면 조금 힘들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중섭 화가의 생애와 작품을 음미하면서 한번 걸어보시길 바래요. 네이버 지도에도 경로가 나오므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답니다.



걷다가 지치고 발이 아프면 자구리 공원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가보세요.

한적한 바닷가 바위에 앉아서 쉬어가도 좋습니다.

 파도 소리를 귀를 기울이다가 과감하게 신발과 양말을 벗고 용천수에 발을 담가보세요.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는 여름에는 뼛속까지 시원해질 만큼 차갑고 겨울에는 따듯하고 부드럽습니다.   


작가의 산책길을 완주했다면 서귀포 시내 구경은 다 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중섭 거리를 걷노라면 담벼락에 발가벗은 아이들과 물고기, 까마귀와 달 벽화를 차례로 지나치는데요, 마지막으로 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잘생긴 이중섭 화가의 초상화를 보노라면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빛나는 영혼을 가졌던 천재 화가가 살았던 시대는 1916년에서 1956년, 식민지와 6.25 전쟁을 겪었던 시절이었지요.

바닷가에서 작은 게를 잡아서 끼니를 해결하고 담배 은박지에 못으로 그림을 그렸던 시절.

그럼에도 한 순간도 그림을 놓지 않았던 그는 어쩌면 행복한 사람이었을까요.





이중섭 미술관 아래쪽에는 게짬뽕으로 유명한 중식당 덕성원이 있습니다. 서귀포 밝은 낮이 지나고 어스름이 내리면 알코올에 약한 분이라도  칵테일 한 잔 마셔볼까 싶은, 빨강 체크 쿠션이 아늑한 카페 메이비도 있요.


큰 도로를 건너서 대각선 쪽에는 럭키상회도 괜찮습니다.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카페 노란 집처럼 노란색 타일로 장식한 퓨전횟집이에요. 올레시장 쪽으로 가면 서귀포의 명물 모닥치기를 파는 분식집도 있습니다.


저녁 메뉴를 고를만한 선택지는 차고 넘치는 곳이므로 이국적인 서귀포의 낭만을 즐기는 여행자의 하루를 마지막까지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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