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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순 Aug 17. 2022

싸워도 현명하게 싸우자

부부 사이의 갈등 해결법


몇십 년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365일을 붙어있다 보면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사소하게는 치약을 짜는 법, 화장실 불을 안 끄는 것과 같은 사소한 습관부터 삶을 대하는 가치관 등등. 이러한 부부 사이의 갈등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갈등에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라 부부 사이의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현명하게 싸우지 못하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껴 침묵이 생기게 되고, 침묵이 생기면 부부 사이의 벽이 생긴다. 나는 그 벽이 점차 두터워질수록 부부 사이가 멀어지고 서로 숨기는 게 많아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부부의 '올바르게 싸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물론 이 방법이 모두에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개개인의 성격이 다르고, 또 커플마다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그저 오늘 글을 통해 이 새내기 부부는 이런 식으로 갈등을 풀어나가는구나, 이런 부분은 참고할만하네 정도의 사소한 깨달음을 가져가신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일단 말부터 이쁘게 하자!



나는 원래 애인과 싸우면 끝도 없이 비꼬는 스타일이었다. 당장의 내 화를 삭이기 위해 상대방을 상처 주고는 했는데(지금 생각하면 너무 못됐다) 지금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해주지 않았다. 내가 비꼬는 말로 상처를 주면 상대방도 화가 나서 똑같이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에서 남편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남편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상처받았다는 표현을 한 뒤, 나에게 좋은 말로 대화할 수는 없는지 물었다. 당시에는 조금 황당했다. 서로 화가 난 상태인데 대체 어떻게 좋게 이야기하자는 거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는데, 그런 나에게 남편은 이렇게 대화하면 더 크게 싸울 뿐이라고 말해 주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그 순간에는 꽤나 충격을 받았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지금까지 싸울 때마다 나에게서 나가는 말이 나빴기 때문에 오는 말도 곱지 않았는데, 남편은 그걸 뒤틀어 버린 거다. 덕분에 나는 내 말로 인해 남편이 큰 상처를 받았다는 걸 확실히 체감했고, 내 마음속에 미안한 감정이 샘솟았다. 그 충격에 나는 그 뒤부터 아무리 화가 나도 상처 주는 말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자 이전 연애와는 확연히 다른 연애가 시작되었다. 이전보다 갈등이 쉽게 해결되었고, 다투는 시간도 확연히 짧아졌다. 특히 상대방의 말이 고우니 나도 말을 더 곱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화난 감정이 절로 사그라들었다. 이렇게 남편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었고, 내가 남편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과거의 나처럼 화가 난 상태에서 어떻게 이쁘게 말을 하냐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을 거다. 당연히 나도 화난 상태에서 항상 이쁘게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있으면 사소한 갈등 정도는 이전보다 쉽게 마무리될 거다.




납득이 안 가도 사과는 하자!



우리 부부는 갈등이 있을 때마다 말을 이쁘게 하는 것 다음으로 '사과'에 매우 집착한다. 미안하다는 말은 마법과도 같다. 그 말 한마디로 마음이 사르르 풀려버리니 말이다.


물론 서로 화가 난 상태에서 사과하기란 쉽지 않다. 상대방이 화난 이유가 납득가지 않으면 더욱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싫어진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내 행동과 말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를 받고 화가 났다면 그것 자체만으로 사과를 할 이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남편이 게임을 좀 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마음대로 하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비꼬려는 의도 없이 남편이 게임을 해도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남편은 상처를 받았다. 마음대로 하라는 말이 화를 내는 것 같이 느껴졌다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방이 화나고 서운한 이유가 이해가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상대방을 상처 준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사과를 했고 남편은 만족스러워하며 게임을 하러 갔다.(지금 생각해보면 게임하는 게 혼자 찔려서 그런 건지^^)


다른 이유로 다툴 때도 똑같다. 아무리 서로 화가 나있어도 상대방이 이런 부분은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 조금이나마 욱한 마음이 사그라든다. 반대로 사과를 하지 않으면 다툼이 길어지고 커진다. 그래서인지 우리 부부 사이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 상대방이 서운하다고 하면 무조건 사과부터 하는 룰 말이다.




서로에게 솔직해지자!



우리 부부의 경우에는 조금 지나칠 정도로 서로에게 솔직한 편인데, 나는 오히려 그게 좋다. 화해를 하고 난 후에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금방 까먹을 정도로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두터워진다. 숨기는 것 없이, 마음의 응어리 없이 서로를 온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면서 충만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감을 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말이 안 통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본심을 전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는 상대방에게 반드시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중에 금방 잊어버릴 정도로 사소한 불만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하기를 온전히 포기하는 건 좀 위험하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결국 마음에 응어리가 지게 되고, 그게 쌓이다 보면 앞서 말한 부부 사이의 벽이 생겨버린다.


그런 나도 이전 연애에서는 상대방에게 솔직하지 못해 스스로 벽을 쌓았는데, 그 벽은 내 생각보다 두터웠고 결국 헤어짐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말하지 못한 말들은 결국 언제든 새어 나오기 마련이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거다. 잔뜩 응축된 채 내뱉어지는 말은 결국 가시 돋쳐 있기 마련이고, 더 큰 싸움으로 번져버린다. 그러니 관계를 오래 지속하고 싶다면 당장 갈등의 순간을 넘어가려 숨기지 말고 솔직히 부딪혀야 한다.


혹시 말하기 어려운 주제라 해도 표현을 부드럽게 한다면, 그리고 상대방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면 분명 언젠가 말이 통하게 될 거다.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꼭 솔직히 전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갈등을 해소할 때 몇 가지 규칙을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모두 다 지켜진 건 아니지만,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연애와 결혼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것 같다. 더 나아가 5년, 10년이 지난다면 더욱 두터워질 수 있겠지 싶다.



어느 커플이나 갈등은 있다. 갈등과 싸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어떻게 싸우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명하게 싸우고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면 더 이상의 갈등이 두렵지 않을 거다. 우리 부부도 싸운 뒤에 화해하고 나서가 더 돈독하고 애틋할 때가 있다. 아무리 아웅다웅해도 이 사람이 항상 내 옆에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쌓이고 있는 거다. 현명하게 싸우고 신뢰를 쌓아가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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