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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순 Jul 15. 2022

집안일, 어떻게 나눠야 할까?

부부라면 알고 있어야 할 덕목!


남편과 나는 결혼하기 전 의도치 않게 2년 정도 반동거 생활을 했다. 내가 자취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남편이 눌러앉게 되었는데 나는 그 과정만 생각하면 퍽 웃음이 난다. 처음에는 저녁에 잠깐 놀러 온 게 아쉬워서 하룻밤을 자고 가고, 그 뒤에는 하룻밤이 아쉬워서 이틀을 머물다가, 그게 사흘 나흘로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새 우리는 본가에 가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평일 내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러한 우리의 반동거 생활은 부모님들께 비밀이었지만 가까운 지인들은 공공연히 알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커플이라면 동거에 대해 물어보는 주제가 꼭 하나 있었다. 바로 '집안일'이다.








집안일은 동거를 할 계획이 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이라면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 주제다. 특히 최근 들어서 남녀평등, 남녀 갈등과 같은 젠더 이슈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집안일은 더 예민한 주제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동거를 할 때는 물론이고, 특히 결혼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집안일로 남편과 다투지는 않는지, 남편이 집안일을 잘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과거에는 남자들이 아내가 잘 챙겨줘? 아침밥은 해줘?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듯이, 요즘은 반대로 여자에게 남편이 요리는 해? 집안일은 잘해?라는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이 나는 꽤 신기하게 느껴졌다. 정말 시대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그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겨 점차 남편의 집안일 비중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이제 정말 평등의 시대가 왔으니 말이다.




집안일, 이제 공평해야 한다



여자들이 전업주부로써 집안일을 도맡아 했던 옛날과 달리, 이제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경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집안일에 있어 '평등'이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21세기인 지금 맞벌이하는 부부들이 정말 집안일을 평등하게 하고 있을까? 사실 내 주변만 해도 그렇지 못하다. 가깝게는 친언니부터 시작해서 결혼을 한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여자들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물론 그 부분에 있어 남자들을 마냥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는 밖에서 돈을 벌어오고 엄마는 집안일을 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왔으니,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자들도 시대가 변했으니 본인들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똑같이 경제 활동을 하고 돈을 버는 만큼, 집안일이 더 이상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혹여나 아내가 본인들의 엄마와 똑같이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일 난다. 매일 따뜻한 아침밥과 빳빳이 다려진 셔츠를 기대하고, 아내의 집안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혼 서류를 받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집안일은 돕는 것이 아닌, '같이'하는 것이다.




집안일, 그럼 어떻게 나눌까?




그렇다면 부부 사이에 집안일을 어떻게 나눠야 공평할까? 이게 참 어렵다. 부부 중 누군가 한 명은 일에 치여 집안일을 거의 못 할 수도 있고, 서로가 생각하는 청결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부 중 한 명은 밥을 먹고 바로바로 설거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설거지를 쌓아두는 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이렇듯 집안일을 나누는 일에는 시간과 체력, 심지어 개인 취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부부는 어떨까? 우리 부부의 집안일 분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동거를 시작한 시절까지 올라간다. 그때는 좁은 원룸에 성인 두 명에 고양이까지 한 마리 같이 살았기에 아무리 치워도 치운 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깨끗함을 유지하는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았는데, 남편도 집안일을 부탁했을 때 거절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애초에 집안일로 크게 싸울 일이 없었다.


그러나 신혼집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벽지와 가구 하나하나 우리가 손수 골랐기에 애정이 컸고, 쓸 수 있는 공간도 몇 배나 커졌기에 청소할 곳이 많아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재택근무가 주인 회사를 입사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배로 많아졌다.


신혼초에 나는 이쁘게 꾸민 첫 신혼집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었고, 남편이 외부에서 일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집안일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점심시간과 남편이 퇴근하기 전 시간을 틈타 집안일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분명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도 점차 불만이 쌓였다는 거다. 체력과 시간이 더 많이 남는 내가 집안일을 미리 해두는 것인데도 괜히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남편 입장에서는 어이없을 수 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없는 시간에 집안일을 해두더니, 나중에는 억울해한다는 게 당황스럽게 느껴질 만하다. 그래서인지 내가 집안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우리는 다투고 말았다.


남편은 남편대로 주말에는 집안일을 더 하려고 애썼는데 내가 그걸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꼈고, 나는 멋대로 혼자 쌓아온 감정을 쉽게 풀지 못했다. 잠시간의 냉전이 있었지만 결국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부부는 서로의 서운함을 인정하고 마음을 풀었다. 서로의 노력을 인정하고 나서 앞으로 어떻게 집안일을 나눌지 터놓고 이야기했는데, 그게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나는 평일에 시간적 여유가 더 많은 만큼 빨래는 맡아서 하겠지만 정 하기 싫은 날은 안 하겠다고 선언했고, 남편은 주말에 청소기를 돌리며 묵힌 집안일을 하겠다고 했다. 특히 번거로운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화장실 청소와 같은 집안일도 남편 본인이 주말에 다 할 테니 아예 나는 손을 떼라고 했고, 대신 나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저녁밥을 차리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저녁밥을 차린 날은 설거지 담당은 남편이 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타협을 본 이후에 가끔은 집안일로 불만이 생기기는 해도 이전처럼 다투지는 않았다. 남편은 정말로 주말마다 묵힌 집안일을 척척 해냈고, 그 모습에 나도 남편이 이유 없이 집안일을 제쳐두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집안일을 부탁했을 때 남편은 단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다. 결혼하고 나서 음식물 쓰레기를 단 한 번도 내 손으로 버리게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지극정성인 사람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무조건 '반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갈등이 시작된 것 같다. 물론 공평해야 하는 것 맞지만, 다만 상황과 시기에 따라 조금의 배려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부 사이의 배려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집안일을 분배할 때에도 서로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현명하게 '반반'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분명 부부 사이의 집안일 분쟁도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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