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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순 Jul 27. 2022

프로포즈를 꼭 해야하는 이유

후환이 두렵지 않다면 꼭 하세요



결혼이란 주제에 있어서 프로포즈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미드나 외국 영화를 보면 남자가 깜짝 프로포즈를 하고 여자는 감격에 젖어 yes를 외치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그 뒤의 장면은 커플이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거였다. 그러나 한국의 프로포즈는 다르다. 우선 결혼 준비를 시작하고 프로포즈를 하는 게 일반적이며 프로포즈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다 보니 프로포즈를 꼭 해야 하는 건지, 한다면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꽤 많다. 오늘은 그런 분들을 위해 우리 부부의 경험담을 풀며 약간의 주관적인 조언을 해보고자 한다.



프로포즈,
꼭 해야 할까?


사실상 이미 결혼이 결정되었는데 왜 프로포즈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을 거다. 결혼 준비만으로도 충분히 바쁜데 굳이 뭘 해야 하나 생각하실 수도 있다. 물론 그 점은 백만 번 이해한다. 실제로 결혼을 준비하면서 해야 할 일들은 수도 없이 많다. 우선 상견례부터 시작해서 결혼식장을 정하고 정장과 드레스를 맞추며, 스튜디오 촬영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신혼집을 장만하고 안의 혼수를 채워야 하는데, 그 와중에 청첩장을 돌리고 신혼여행 계획까지 세워야 하니 정신없이 준비하다 보면 어느새 결혼식을 앞두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바쁘다 하더라도 프로포즈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결혼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인생에 한 번이라는 것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인생에 한 번 하는 결혼이라면 프로포즈 정도는 하는 게 맞다. 그렇다고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선물도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부부가 나중에 추억을 되새기며 웃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나는 그걸 프로포즈를 받고, 직접 답프로포즈를 준비하면서 느꼈다. 남은 인생을 평생 나와 함께해달라고 제안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인 것을 말이다.


그리고 프로포즈를 꼭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청첩장을 돌리면서 몸소 느꼈다. 청첩장을 주는 자리에서 프로포즈를 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꼭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그전까지 우리가 서로 프로포즈를 하지 않았었다면 분명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말았을 거다. 물론 남들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청첩장을 한 두 명에게 주는 것도 아니고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듣다 보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프로포즈를 굳이 원하지 않았던 커플들도 자연스럽게 위기감을 느껴 갈등이 싹트게 된다.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꼭 프로포즈는 하기를 바란다.





프로포즈는 언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프로포즈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사실 이 부분은 정말 커플들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프로포즈 시기와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결혼식을 올리기 전까지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기는 한데, 나는 프로포즈를 최대한 빨리 하는 걸 추천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프로포즈를 좀 더 빨리 받고 싶은 마음에 결혼식 날짜가 정해지기 전에는 받고 싶다고 남편에게 이야기했었고, 내 지인은 남편에게 결혼식 전까지만 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도 프로포즈를 할 기미가 안보이자 결국 폭발하기도 했다.


프로포즈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상대방은 초조하게 기다릴 뿐이다. 어차피 할 거라면 차라리 빨리 해버리고 다른 준비에 힘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언제 프로포즈를 할지 정했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들 텐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평소 알고 있는 애인의 성향을 고려하여 자신만의 프로포즈를 준비하면 된다.



우리 부부를 예로 들자면 우리는 정말 서로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프로포즈를 했다. 남편은 지금이야 꽤 숙달되어서 나를 속이고(?)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잘 하긴 하지만, 결혼 직전까지만 해도 이벤트에 꽤나 서툴렀다. 노력과 의욕은 가득이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나한테 들키기 일쑤였는데, 프로포즈를 할 때에도 준비하는 티를 왕창 냈었다.


주말 저녁이면 당연히 함께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갑자기 일요일 저녁에 따로 시간을 좀 내달라고 하지 않나, 갑자기 백화점을 혼자 가야 한다면서 나를 떼놓고 나가지를 않나. 덕분에 어떤 선물을 할지, 그리고 언제 프로포즈를 할지도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프로포즈를 할 것으로 예상된 일요일 저녁, 남편의 이끌림대로 남산의 한 레스토랑에 도착해 코스요리를 먹고 있자 갑자기 식당의 불이 꺼졌다. 곧이어 직원이 꽃다발과 선물, 그리고 케이크를 들고 왔고 남편은 프로포즈 동영상을 틀어 나에게 보여줬다. 나는 그 와중에 프라이빗 룸이라 남들 시선이 꽂힐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레스토랑 프로포즈는 내 성향을 고려한 남편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물론 이미 다 눈치채고 있었기에 프로포즈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나를 만족시키려고 애쓰는 남편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져 이제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내가 남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받은 건 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남편의 마음이라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프로포즈가 끝나고 남편은 준비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나도 답프로포즈를 준비하면서 남편의 심정을 절실히 느꼈다. 정말 쉬운 게 아니었다.


우선 나는 평소에 남편이 함께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싶어 한다는 걸 떠올리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프로포즈를 할 수 있는 패키지를 예약했다. 패러글라이딩을 타면 제작한 프로포즈용 현수막이 펼쳐지고 내리고 나서는 꽃다발을 줄 수 있는 패키지였는데, 문제는 내가 패러글라이딩을 무서워했다는 거다.


프로포즈를 들킬까 봐 엄청 초조함과 동시에 패러글라이딩 자체도 처음이라 정말 타기 직전까지 벌벌 떨었다. 그냥 다 포기해버릴지 속으로 100만 번도 더 고민했던 거 같다. 당시 남편은 그렇게 긴장하는 날 보며 무서우면 꼭 안타도 된다고 위로했지만, 나는 안 타면 준비한 프로포즈를 못한다고 속으로만 외쳤다. 그러다 결국 우리 차례가 왔고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뛰어내렸다.


결과적으로 현수막은 잘 펼쳐졌고, 패러글라이딩도 막상 타보니까 생각보다 재밌어서 미친 듯이 긴장했던 게 허무해질 정도였다. 남편은 현수막을 보고 활짝 웃었고 아예 몰랐다며 엄청 놀라워했다. 마무리로 옆에 카페에서 준비한 선물과 편지를 주며 승낙(?)을 받아냈는데, 그때 포기하지 않고 뛰기를 잘했다고 지금까지도 스스로를 칭찬하고 있다.


프로포즈를 받았다면 답프로포즈도 준비해보는걸 정말 적극 추천한다. 받아봤으니 한 번 해보는 것도 정말 좋은 경험이고 추억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현명한 결혼생활을 하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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