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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순 Oct 13. 2022

결혼 준비, 평화롭게 해 보자

우리의 결혼 준비 일대기

 


결혼을 준비하는 건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다. 수 없이 많은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있어 둘의 의견은 물론 양가 부모님의 의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 허락을 받은 이후에는 고르고 골라 상견례 장소를 선택해야 하며 그다음으로 결혼식장과 스튜디오, 그리고 드레스샵까지 고민해야 한다. 더 나아가 신혼집과 그 안을 채울 혼수도 알아보아야 하는데, 이 외에도 청첩장과 부케 디자인, 그리고 식장에 누구를 초대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정말 주말 일정이 꽉꽉 차 버리게 된다. 더군다나 무엇 하나 대충 정할 수 없는 것들이다 보니 커플들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나기도 한다. 심해지면 다툼으로 번져 파혼까지 거론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결혼 준비로 다툴 일이 비교적 적었는데 그건 주변 상황이 잘 따라주었고, 우리의 성향이 비슷한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각자의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오늘 적어볼 우리 부부의 결혼 준비 일대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결혼 준비 노하우를 얻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결혼 준비의 시작,
부모님의 허락부터!



오빠와 나는 결혼을 결심한 후, 우선적으로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으러 다녔다. 오빠네 부모님과는 이전부터 이미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인사차 방문하여 언제쯤 결혼하겠다 말씀드렸고, 부모님은 예상보다는 조금 이르지만 바로 알겠다고 이야기하셨다. 방문하기 전에 오빠가 따로 언질을 한 덕분도 있었다.


어려움이 있던 건 우리 집이었다. 아빠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만큼 대놓고 애정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늦둥이 막내딸을 아끼는 마음에 내 남자 친구에 대해서는 꽤나 까다롭게 굴었다. 처음에 오빠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에는 인사조차 하려 하지 않아서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정말 다행히도 오빠는 그런 아빠를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친해지기 위해 노력해주었다. 결혼 전부터 가족여행에 따라가 모임에 참석하며 점수를 땄고, 아빠와 술자리를 같이 했다. 그런 오빠의 서글서글함과 밝은 모습에 아빠의 마음도 점차 열렸는지 오빠를 친근하게 이름으로 부르며 챙기고, 우리가 없을 때 엄마에게만 몰래 칭찬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결혼 허락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아빠의 깐깐함에 혹시나 허락을 못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덜컥 들었다. 그렇게 결혼 허락을 받으러 우리 집에 방문하는 날, 오빠는 덜덜 떨며 청심환까지 먹었다. 그런 오빠를 위해 엄마는 술을 딱 3병만 준비했다. (아빠와 오빠, 그리고 나까지 해서 각 1병 몫이었다) 그리고 그 소주 3병은 30분 만에 모두 비우게 되었다. 엄마가 밥을 다 차리기도 전이었다.


아빠는 처음부터 오빠를 시험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30분 만에 소주를 1병 넘게 들이켠 오빠의 얼굴을 발갛게 달아올랐고, 술을 따라주는 아빠의 손은 멈출 줄 몰랐다. 결국 나는 아빠의 호령에 술 심부름을 가게 되었고, 돌아오자 이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없는 사이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부모님은 우리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물었고 오빠는 술에 취해 정신없는 와중에도 생각했던 계획을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난 후에도, 아빠는 허락한다는 말 없이 술을 한병 두병 더 까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분위기는 좋았다. 아빠는 장난스레 산적이 내 딸을 가져간다며 농담을 던졌고 앞으로 잘 살아야 한다는 덕담을 해주셨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이 흘러갔고 오빠는 마침내 술을 더 마시지 못하겠다며 거절하고 말았다. 그 모습에 오히려 아빠는 흡족해하며 80프로만 결혼을 허락해준다며, 나머지는 살면서 두고 보겠다는 우스갯소리를 남기셨다. 아마 술을 거절할 줄도 아는지 테스트해 보고 싶었나 보다.


마침내 결혼 허락을 받고 긴장이 풀린 오빠는 완전히 취해버렸고, 그런 오빠를 집 안까지 데려다준 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우리 가족은 2차로 자리를 옮겨 내 결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모님은 늦둥이 막내딸이 결혼을 한다는 것에 감회가 새로운 듯하셨고, 그건 결혼이 처음(?)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가족이 반긴 우리의 결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은 있었다. 귀하게 키운 아들, 딸이기 때문에 부모님들의 눈에는 어떤 사람을 데려와도 만족하지 못하신다. 괜히 헛헛한 마음에 짐짓 고민하는 척도 해보고 난색을 표하시기도 한다. 자식을 너무나 아끼는 마음에 그러시는 거니 모른 척 맞춰드려 보자 :)





상견례, 장소가 중요해!



양가 부모님께 결혼을 허락받고 난 후, 바로 고민해야 할 건 상견례 장소이다. 겨우 식사자리 고르는 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양가의 첫 만남인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만약 양 집안이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면 조금 더 골치 아프다. 한쪽 집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한가운데 지역에서 만나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그림이 조금 이상하긴 하다. 그렇기에 양 집안의 거리가 멀다면 각자 부모님과 충분히 상의해보아야 한다. 양측 부모님 모두 무던하셔서 어디서 하든 상관없다고 하시면 다행이지만, 무조건 본인의 집 근처에서 해야 한다고 하신다면 상황이 곤란해진다. 이 때는 부모님을 잘 설득해보자. 만나기 전부터 서로 기분이 상한다면 만나서도 분위기가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우리 부부의 경우 같은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집에서 너무 멀지 않고 괜찮은 한정식 식당을 고르면 되었는데, 그 괜찮은 한정식 식당을 고르는 게 조금 어려웠다. 식당은 깔끔해야 하고 음식은 맛있어야 하며, 대화를 수월히 나눌 수 있도록 룸도 있어야 한다. 그 조건을 다 충족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직접 방문해보아야 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한정식집 투어를 시작하고 2주 만에 괜찮은 한정식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상견례 자리에서 양가 부모님께 드릴 작은 선물도 준비했는데,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상견례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부모님들은 서로의 아들 딸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로 대화의 물꼬를 틀었고, 유치원생인 조카는 존재만으로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와 결혼식 이야기 등등. 우리는 준비해 간 대화 주제를 꺼냈고 덕분에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상견례를 끝낸 후, 우리는 모두 미소 지으며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처럼 많은 한정식집을 돌아다니며 투어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데이트도 할 겸 겸사겸사 투어를 한 것도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상견례를 하기로 예약한 식당에 사전답사 정도는 다녀오는 게 좋겠다. 안 그래도 긴장되는 자리인데, 처음 방문하는 곳이라면 더욱 떨릴 테니 말이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추천한다.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을 풀기에 딱 좋다. 





결혼식장과 스드메



상견례도 끝났다면 그다음 차례는 결혼식장 투어와 스드메다. 다들 아시겠지만 스드메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임말이다. 보통 세 곳은 패키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묶어 부른다.


만약 웨딩플래너를 고용했다면 결혼식장과 스드메를 추천받을 수 있는데, 웨딩 플래너는 보통 지인을 통해 소개받거나 웨딩 투어를 통해 선정할 수 있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웨딩 플래너 없이 결혼 준비를 진행했다. 사람 한 명을 고용해서 쓰는 만큼 추가 비용이 큰 부분도 있었고, 웨딩 플래너가 없어도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충분히 우리끼리 결혼 준비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그건 잘 한 선택이었다.


하여튼 웨딩플래너를 통해서든 아니면 둘이서 알아보든 결혼식장은 직접 가보고 선택해야 하는데 식장에 관해 각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다를 것이다. 위치, 인테리어, 교통, 주차, 식당 등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식장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경우 위치와 교통을 가장 중요시했다. 내 외가와 친가 모두 지역이 멀었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터미널 바로 옆에 있고 집과도 크게 멀지 않은 강변 쪽 식장을 선택하게 되었다. 직접 방문해서 둘러보니 인테리어도 괜찮았고 음식도 맛있다는 평이 컸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난 후에도 결혼식장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은 그대로이다.


이렇듯 식장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서로 잘 상의해보고 식장 투어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무 모든 요소를 만족시키려 고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상 결혼식장에 온 손님들은 식장이 어떻던 신부의 드레스가 어떻던 사실상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걸 염두에 두고 결혼 준비를 시작한다면 한 결 마음이 편할 거다.



다음으로 스드메는 신랑 신부의 취향에 따라 정해진다. 스튜디오는 야외인지 실내인지, 그리고 배경은 어떤지를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드레스와 메이크업은 신부의 영역인 만큼 신부의 개인 취향이 가득 들어간다. 참고로 스드메를 패키지로 예약하면 서로 연계되어 있는 만큼 진행이 수월하고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남편의 친척분이 드레스샵을 하고 계셔서 선택이 좀 수월했다. 드레스와 메이크업은 연계해서 패키지로 예약했고, 스튜디오는 따로 원하는 곳을 예약했다. 이런 부분에서 딱히 까다로운 성격이 아니어서 그런지 선택은 수월했고 결과물에 있어 지금까지도 만족하고 있다.



신혼집과 혼수
feat. 예물 예단



결혼 준비에 있어 부부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신혼집을 빼놓을 수 없다. 모아둔 돈과 부족한 부분은 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차리고는 할 텐데, 우리는 남편의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에 그대로 들어가게 되었다. 때문에 아쉽게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도움이 될 만한 일화는 없다. 다만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그리고 부모님끼리 예물 예단을 주고받기로 하셨다면 우리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는 있겠다.


요즘에는 통상적으로 예물 예단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지만, 집안 분위기에 따라 예물 예단을 원하시는 부모님들도 있다. 이 부분에서는 양측 부모님들의 의견이 통일되는 게 중요한데, 만약 이 부분에서 의견이 다르다면 신랑 신부가 고생을 좀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양측 모두 예물 예단을 하기로 결정하셨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그 결정으로 인해 멘붕에 빠지고 말았다. 결혼을 한다고 해놓고는 막상 예물 예단이 뭔지도 몰랐던 것이다.


사실상 결혼 준비를 시작하기 이전에는 혼수는 물론 예물 예단이 무엇인지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꽤나 놀랐다. 결혼이 조금 빠른 편이라 주변의 의견을 구할 곳도 별로 없었고, 요즘에는 예물 예단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더 당황스러웠다. 결국 우리 부부는 인터넷을 뒤적거려 예물 예단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우선 혼수는 남자가 집을 해오면 여자 쪽에서는 가구와 가전 등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했고,  예물은 각 집안에서 신부와 신랑에게 서로 해주는 '선물'이었다. 예단비는 남자가 집을 해 온 만큼 여자 측에서 남자 측 집안에 주는 일정 금액의 돈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추가적으로 꾸밈비라는 것도 있다. 말 그대로 화장품과 옷 등을 사는 꾸밈비라는 명목으로 남자 측 집안에서 받은 예단비 중 일부분을 다시 신부에게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우리 집은 혼수를 채우고 예물 예단을 주고받았는데, 이미 부모님끼리 합의된 상태에서 진행하니 이 과정도 꽤나 재밌었다. 신혼집을 채울 가전 가구를 고르는 것도 신나는 일이었고 예물은 비싼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특히 예물을 담은 함을 남편이 들고 오는 과정이 정말 신선했다. 옛날처럼 친구들을 불러 모으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함을 들고 우리 집에 들어오기 전에 바가지를 깨는 풍습이나 내가 숨어있어야 하는 상황이 퍽 웃겼다. 우리나라의 전통 풍습을 조금이나마 체험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만약 결혼 과정에 있어 예물 예단이 오고 갈 예정이라면 참고하시기 바란다 :) 






이렇게 우리의 결혼 준비는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행복한 결혼은 그 준비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물론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 만큼 준비 과정에서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울 수는 있다. 그러나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도 분명 있어야 한다. 결국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하기 위한 결혼이고, 행복하기 위한 결혼이다.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결혼 준비를 해나간다면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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