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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Nov 12. 2022

아이들에게서 배운 것 : 즐기는 태도


  체육 시간은 학생들 모두가 큰 기대를 품고 있는 시간이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움직이고 싶은 본능이 있다. (비단 학생들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나도 학창시절에는 움직이고 싶은 본능을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움직이지 말라는 것 만큼 강압적인 주문은 없는 것 같다. 인간은 원래 움직이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움직이는 본능을 일깨워주는 체육 시간 만큼, 학생들에게 즐거운 시간도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어떤 경기든 치열하게 임한다. 이겨도, 져도 아무런 이익이나 불이익은 없다. 그저 'OO팀이 이겼습니다!' 라는 짧은 한 마디가 끝이다. 아무런 명예도, 이익도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1초만에 지나가버리는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겨룬다. 바닥에 몸을 던져가며 공을 퍼올리고, 소리를 지르며 팀원을 격려하고, 상대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상대를 도발하며 조롱한다. 마치 프로 선수들이 그렇게 하는 것 처럼. 그런 모습은 나에게 큰 영감을 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손익을 따지는 것이다. 소위 말해 철이 들면, 손익을 따지게 된다. 이것이 나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 혹은 손해가 되는지를 항상 계산한다. 그러다보면 재밌게 하려는 마음보다 선택하는 행위가 위주로 이루어진다. 선택을 통해 이기면 상품을 받는지, 명예를 받는지 계산한다. 받지 않는다면 동기가 사라진다. 이겨도 져도 그만이라는 심오한 진리를 이해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어른처럼 살고 있었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는 적극적으로, 나에게 손해가 되는 행위는 소극적으로.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으면 시간낭비라는 말을 써가며 비난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서 배웠다. 인생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이동이 아니다. 과정 자체가 즐거운 여정이다. 과정 모두를 즐기려면 계산은 조금 줄이는 것이 좋다. 계산할 시간에 즐겨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즐길 일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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