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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Nov 12. 2022

운동화 신고 왔니?

  오늘은 식당에서 그 학생을 만났다. 학생은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냈다. 어제 했던 대화의 여운 탓이었을까? 밥을 먹는 나를 굳이 찾아내어 '체육선생님 안녕하세요.' 한다.

  오늘은 운동화 신고 왔어?

  나는 묻는다. 나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이 학생은 운동화를 신고 오지 않았다. 어쩌면 앞으로도 운동화를 신고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에게 매일 똑같은 질문을 던지려 한다.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다. 나는 너를 신경쓰고 있다. 이 세상에 있는 누군가는 너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 네가 운동화를 신고 오는지, 슬리퍼를 끌고 오는지, 신경을 쓰고 있다.

  아니요.

  재빨리 대답하는 아이의 눈동자가 이리 저리 돌아간다. 아이는 변명을 찾고있다.

  어제 친구집에서 자고 오느라 못신었어요.

  얼른 생각난 변명을 덧붙인다.

  나는 역시 알고있다. 진실과 다른 대답일 확률이 매우 높다.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오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관계없다.

  그래, 그러면 내일은 신고 와.

  나는 웃으며 덧붙인다.

  네. 아 그리구요...

  아이는 말끝을 흐린다. 왜일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걸까. 나는 아이를 응시한다. 아이는 말을 잇는다. 

  오늘 봉사활동 안해요?

  교내 봉사 이야기다. 나와 봉사하는 시간이 나쁘지는 않았구나. 봉사하는것이 싫다고 떼를 쓰더니, 그래도 어제보다는 철이 더 들었구나. 약간의 대견함이 들었다.

  오늘은 선생님이 일이 있어서. 대신 다음에 하자.

  네!

  아이는 힘차게 대답하고 얼른 밖으로 나간다. 나는 계속 밥을 먹는다. 아이가 가버린 뒤로, 나는 밥을 먹었다. 아이를 생각하며 밥을 먹었다. 아이는 나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있다.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속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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