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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Dec 07. 2022

자신과의 싸움

언제쯤 나는 나를 이길 수 있을까?

  간밤에 눈이 꽤 왔다. 눈이 온 후 날이 포근하다.

  다리가 많이 아프다. 월요일에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한 탓인지, 아니면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은 탓인지 모르겠다.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음 같지 않다. 어떤 날은 배가 고파서, 어떤 날은 비가 와서, 어떤 날은 추워서 운동을 가지 않게 된다. 운동을 한 번 가지 않으면 두 번 가지 않는 것은 쉽다. 두 번은 세 번이 되고, 그렇게 일주일을 통째로 날리기도 한다.

  운동을 하러 가는 것은 힘들다. 각종 핑계가 내 발을 붙잡는다. 거리가 멀어서, 시간이 애매해서. 막상 체육관에 도착하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데, 참 사람이 간사하다. 오늘은 배가 너무 고프니까, 오늘은 졸리니까. 내일 하자, 내일은 꼭 가자. 그런 생각을 하고 가지 않으면 그다음 날은 뻔하다. 또 내일, 내일. 내일.

  미루는 습관이 들까 두렵다. 어제도 운동을 가지 않았다. 다리가 아프니까, 짐이 많으니까. 핑계다. 다리가 아파도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허벅지에 근육통이 굉장히 심하긴 하지만, 근육통을 풀기 위해서는 가벼운 걷기가 좋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어차피 근육통을 풀기 위해서라도 걸었어야 했다. 짐을 집에 두고, 다시 횡단보도를 건넜어야 했다. 어제 운동을 갔으면 오늘은 가슴과 팔, 등이 아팠을 것이다. 그래도 운동을 했어야 했다. 오늘 아프지 않으니 다음은 더 아플 것이다. 아픈 기간은 더 길어질 것이고, 운동은 더디게 늘 것이다.

  언제쯤 아무 생각이 없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될까. 나는 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밥을 먹고. 정해진 일과를 마치고 다시, 또다시. 매일을 하루같이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늘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가고, 늘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자고, 일어나고. 나는 규칙적인 사람들의 꾸준함이 부럽다. 아무런 생각 없이, 고민 없이 실천하는 능력이 부럽다. 그런 통제력이 부럽다. 나는 나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 나는 자신에게 너무나 관대하다.

  이런 생각이 든 뒤에는 합리화가 따라붙는다. 어차피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인데, 뭘 그리 고민하며 살아. 속삭인다. 내가 나에게 속삭인다. 달리기를 하러 나가면 추울 텐데. 아침에 피곤할 텐데. 잘 시간도 부족할 텐데. 퇴근하고 밥 먹기도 바쁜데 오늘은 운동을 쉬자. 오늘은 가지 말자. 내일 가면 되니까. 내가 나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언제쯤 나는 이런 이야기를 그만할 수 있을까?

  행복하기 위해 사는 인생인데 너무 고되게 살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아무런 통제 없이 사는 것이 행복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건강을 잃고 나서,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고 나서 후회하면 늦다. 내가 달리기가 느려지고, 힘이 약해지고, 아이들에게 뒤처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런 날이 오고 난 뒤에 후회하면 늦다. 내가 젊을 때는 튼튼했는데, 건강했는데, 후회하면 늦다. 그때 행복을 위해 지금부터 노력해야지,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 마음이 얼마나 갈까. 오늘을 넘길 수는 있을까? 오늘 저녁을 넘기고, 내일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

  자신을 이기는 것이 가장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고 했던가. 자신의 몸, 자신의 마음은 이기기 쉽지 않다. 눈꺼풀처럼 작고 가벼운 것도. 그러나 이기지 못할 것 같다고 해서 시도도 안 하는 것은 싫다. 지더라도 노력하고 싶다. 언젠가는 지겠지만, 그래도 버텨보고 싶다. 

  다리가 욱신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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