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예찬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기억하는 능력이다. 기억을 통해 우리는 약속을 만들고, 이를 지키며, 그로 인해 신뢰를 쌓는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때때로 우리는 약속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망각' 때문이다. 망각은 인간에게 기억만큼이나 중요한 능력이다.

망각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선택적 기억의 기능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소화 과정을 의식하지 않듯이, 망각도 우리가 경험한 기억을 적절히 걸러내고 정리하는 과정이다. 필요 없는 기억을 걸러내는 이 능력이 없다면, 우리의 의식은 끝없는 정보로 가득 차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달리고, 더 많은 것을 기억하려 한다. 그러나 진정 필요한 것은 오히려 '망각'이다. 잠시 멈추고 쉴 때, 우리의 뇌는 불필요한 기억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뇌가 스스로를 정화하는 것처럼, 망각은 우리의 정신을 맑게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망각은 단순한 잊어버림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을 보호하는 힘이다. 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소화 불량을 겪는 것처럼, 정신적으로도 부담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과거의 기억과 잡념이 끊임없이 떠오르면, 결국 정신적인 병리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망각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균형을 찾는다.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는 것 역시 망각을 위한 방법들이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망각 방법을 찾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고,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신을 맑게 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