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한잔할래?
이 제목은 10년전 쯤 지어 두었다. 사실 나와 딸의 이야기를 남겨놓기 위해 무얼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만약 책을 쓰게 되면 사용할 2개의 제목을 생각해 두었다. ‘딸 한잔할래!,’ ‘아빠 한잔할래!’ 순간순간 기록은 해 두고 있지만 그걸 세상에 내 보일까를 고민했었다. 아이가 조금더 조금만 더 크면… 이라고 기다리다가 어느새 아이는 훌쩍 커서 어른이 되었고, 나는 이제 삶의 중요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쉰살이 훌쩍 넘어 나의 기억이 맞는지 틀렸는지, 그 옛날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희미해지고 있다.
아이와의 기억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희노애락이다. 나쁜 기억이 없으면 더 좋겠지만 그렇다고 나쁜기억이 좋았던 기억을 덮지는 않으니 이만하면 그럭저럭 아빠 몫을 잘 해왔다고 생각해도 될까. 지나간 이야기들을 정리도 하고 새 이야기들을 적어두기로 했다.
좋은 아빠가 아니었던 것은 확실하다. 내 기대 때문에 화를 낸 적도 많았다. 아이가 중학생때였나? 너무 화가 나서 딸 아이의 핸드폰을 2번에 걸쳐 부셔버린 적도 있었다. 아이와 양껏 말다툼하고 너무 미안해 밤새 잠 못자고 술 마시며 잠을 설쳤던 적도 있었다.(아이는 언제 싸웠냐는 듯 지 방에서 잠도 잘잤다. 그 때 알았다. 아이와의 싸움은 하는 게 아니다…)
어쨋든 이런저런 우여곡절의 시간이 지나고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정말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들을 지나면서 나는 정말로 부모가 되었다. ‘내 맘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법도 알게 되었다.
지난 날 치열했던 딸과의 이야기다. 내가 딸과의 관계에서 이기지 못한, 그렇다고 졌다고 할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사랑의 이야기다.
2025년 4월 12일 서울가는 기차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