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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가끔 고개를 들어 너의 삶을 봐야해

by 세상과 마주하기

이건 정말 아주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내가 내 인생에 고개를 쳐 박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올해 철인 3종을 하느라 바다수영을 시작했다. 열심히 아주 열심히... 주말 새벽에 일어나 차를 몰아 해가 떠오르는 송도 앞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아름답고 포근했다. 같이 운동하시는 분들과 새벽에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슈트를 입고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한없이 편안해 진다.


저기 바닷물에 출렁대고 있는 부표를 향해 Go~~.. 한동안은 수영이 서툴러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고개를 들면 어김없이 바닷물이 나의 입안으로 쏘옥 들어오기 때문에 무작정 팔과 다리만 열심히 저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보면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부표와는 상관없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내가 느끼지 못하는 바닷물의 흐름에 내가 가고자 하는 곳과는 상관없는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부표를 향해 Go~~.... 처음의 목표를 설정했을 때 보다 두세배의 힘과 시간을 소비하여 부표에 간신히 도착했다.


몇 달이 흘러 바다수영이 어느 정도 편안해 졌을때였다. 바다도 조용하고 파도도 없다.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처음 부표를 확인하고 그냥 냅다 수영만 했다. 부표를 중간 중간 확인해야 함에도 내가 자신감이 생기고 바다의 변화가 없을거라고 자신하는 바람에 거의 절반을 왔을 때 부표를 확인한 결과 나는 왔던 거리보다 더 많이 가야하는 다른 곳으로 가고 있었다.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대한 바다가 나를 내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아.. 수영하면서 참 인생의 소중한 진리를 얻다니.. 그 때 나 자신을 생각하며 웃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미련곰탱이...

내가 내 인생을 이렇게 살아오다니..


가끔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며 살면 인생의 방향을 조금씩만 수정해 나가도 충분할텐데. 그러지 못하고 앞만 보며 달려가면 어쩌면 처음에 품었던 꿈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더라도, 그 새로운 목표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고개들기.... 뭘까?


잠간의 휴식일 수도 있고, 친구와 편안한 커피한잔의 여유일수도, 가족과의 여행일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그랬다고 했다. 죽기 직전에 안타까워하는 것은 더 열심히 일을 안한 것에 대한 한탄도, 돈을 더 벌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아니라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한 친구들과의 즐거운, 한가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지 못했음이라고.....


2013.12.6일

몇번을 이글을 쓰려고 하다가 시간이 없어서 미적이다가 이제야 쓴다.


* 2013년 10월. 내가 철인3종경기 표준코스를 처음으로 완주했었다. 8개월동안의 훈련끝에 그해 10월 통영철인3종경기를 4시간 09분 15초! 꼴찌로 결승점을 통과했었다. 고된 시간이었지만 삶의 겸손함을, 세상을 다른 방법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웠다.


20010801.jpg 2001 8 1 이제 머리를 가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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