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가며 더 단단해지는 세월 속 사랑의 모양
어릴 적엔 부모님이 나를 돌보고 챙겨주는 게 너무나
당연했다.
밥을 차려주고, 아플 때 약을 챙겨주고, 밤늦게까지
숙제 걱정을 해주는 일들.
그건 마치 세상의 질서처럼 ‘부모라면 당연히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당연함’이 얼마나 큰 사랑과 인내 위에 놓여 있었는지를.
나도 부모가 되고 나서야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배워간다.
하루하루 쏟아지는 크고 작은 일들 앞에서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다시 마음을 다잡게 하는 건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다.
생각해 보면, 우리 부모님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들도 부모로서 처음이었고,
완벽할 수 없었기에 부족함도 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그걸 이해하지 못해
“왜 저렇게 말씀하실까?” “왜 저렇게 행동하실까?”
하고 혼자 속으로 삭였던 날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알겠다.
부모도 부모가 되어가며 배우는 존재라는 것을.
사랑하는 법도, 참는 법도, 기다리는 법도
아이와 함께 자라나는 과정 속에서 배워가는 거라는
것을.
어릴 적 부모님께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너도 꼭 너 닮은 애 낳아서 키워봐라.”
그땐 그냥 웃어넘겼지만,
이제는 그 말의 의미가 마음 깊이 와닿는다.
내 아이를 통해,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부모가 자녀를 향한 마음에는
결코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다는 걸.
그건 바로 ‘사랑’이다.
그 사랑 위에서 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그 안에서 마음의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그렇게 자란 아이가 또 누군가를 사랑하며
자신의 가정을 세워가는 것—
그게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따뜻한 사랑의 순환
아닐까.
오늘도 나는 부모로서 서툴지만,
그 사랑의 순환 안에 서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그리고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이 아이가 이 가정에서 사랑을 배우고,
언젠가 자신만의 사랑을 심으며 살아가기를.
그리하여, 우리들의 삶이 다음 세대에게
‘사랑의 뿌리’로 남기를.
부모가 되어가는 사랑의 모양은 강가의 조약돌 같다.
세월에 부딪히고, 때로는 상처 나며 닳아가지만,
그 안엔 흐르는 시간보다 오래된 따뜻함이 남는다.
부모의 손에서 내 손으로,
다시 아이의 손으로 이어지는 그 사랑은
흘러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부모가 되어 가는 사랑의 모양은 닳아가며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