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받은 선물

170cm '효자손'

by 김현정

결혼을 하니, 나에게 없던 물건이 하나 생겼다.

바로 ‘효자손’이다.


싱글일 때는 등이 가려우면 혼자 낑낑대며 벽에 등을

비비거나, 서툰 손길로 효자손을 잡아도 영 시원하지

않았다.

등 한가운데, 절묘하게 손이 닿지 않는 그 부분은 늘

답답함으로 남곤 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언제 어디서든 내 곁에

움직이는 효자손’이 있다.

바로 내 남편의 손이다.

내가 “여보, 여기 좀 긁어줘”라고 말하면, 남편은 마치

오래된 지도를 훑듯 정확하게 그 지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간지러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때면,

그 순간만큼은 어떤 고급 안마기나 효자손도 따라올 수

없는 해방감을 느낀다.


사소한 일이지만, 나는 그 속에서 결혼의 참맛을 느낀다.

내가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들던 작은 불편을,

누군가의 손길 하나로 가볍게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손길이 단순한 도움을 넘어 ‘사랑의 표현’이

된다는 사실 말이다.


사랑은 거창한 이벤트로만 확인되는 게 아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필요할 때마다 서로의 작은

빈틈을 채워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결혼 안에서 매일 배우고 누리는 가장

소중한 선물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

내 인생 최고의 효자손은, 늘 내 옆에서 웃으며 손을

내밀어 주는 바로 그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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