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서 만나는 또 다른 나의 자리
매주 일요일 저녁, 우리 집에는 늘 같은 약속이 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우리 둘이 함께 모여 앉는 식탁. 그 자리는 단순히 밥을 먹는 자리가 아니라,
세대와 세대가 이어지고 마음과 마음이 포개지는
자리다.
특히 시어머님은 매번 그날 저녁을 정성껏 준비해
주신다. 평소에는 맛보기 어려운 특별한 반찬과 따끈한 국,
그리고 꼭 손맛이 묻어나는 요리를 차려내신다. 우리 부부가 집에 들어서면 부엌에는 이미 고소한
기름 냄새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냄비 소리가
가득하다
그 풍경은 어린 시절 친정에서 보던 엄마의 모습과도
닮아 있어, 나를 묘하게 따뜻하게 만든다. 이제 그 식탁에서 나는 ‘며느리이자 아내’로 앉아
있기보다는, 아빠·엄마의 딸로서 그 시간을 온전히
감사히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 자리는 내게 새로운 정체성을 안겨주고, 또 다른
울타리 안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아빠는 늘 농담처럼 가벼운 이야기를 던지시고, 엄마는 웃으며 아빠의 이야기를 이어받으신다. 그 속에서 남편은 아들로서 편안하게 웃고, 나는 그 옆에서 딸로서 함께 웃으며 대화를 나눈다. 언뜻 보면 단순한 일상의 풍경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부부로 살아온 부모님의 지혜와 새롭게 가정을
꾸려가는 우리의 풋풋한 시간이 동시에 흐르고 있다.
나는 그 순간마다 다시금 ‘우리’를 바라본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하루를 살아내며,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고, 결국에는 같은 자리로 돌아와 서로를 안아주는 우리.
부모님의 삶은 마치 뿌리 깊은 나무 같았다.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단단히 버티며, 가지마다
그늘을 드리워 주는 오래된 나무. 반면 우리의 삶은 이제 막 자라나는 가지처럼 여리고
연약하지만, 그 나무에 기대어 더 멀리 뻗어 나갈 수
있음을 느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우리도 언젠가 아빠·엄마처럼 저렇게 될 수 있겠지?” 당신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 짧은 순간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결혼이란, 결국 두 사람의 이야기이면서도 부모님께서
걸어오신 길을 딛고 또 다른 세대로 이어지는 여정이라는 걸 다시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매주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맛있는 저녁 식사 때문만은 아니다. 그 자리에서 함께 웃고, 존중하고, 사랑을 나누며
‘가족’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챕터를 매번 조금씩
써 내려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