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감사한 시간
결혼 전, 나는 늘 상상했다.
‘언젠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면,
명절엔 어떤 모습일까?’
그 상상 속 추석은 언제나 따뜻했다.
부엌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가족들이 함께 장을
보고, 전 부치는 냄새가 집안 가득 퍼지는 풍경.
서로 맛을 보며 “이게 더 맛있다”, “소금 조금만 더 넣자” 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끝들.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까지.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그건 너무 평범한 거 아니야?”
맞다, 아주 평범하다. 하지만 나는 그 ‘평범함’이 좋다.
그 평범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가 마음을 열고 이해해야 하고,
사랑으로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범함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다해
만들어 가는 ‘결과’라는 걸 결혼 후에야 알게 되었다.
결혼하고 처음 맞이한 명절은 솔직히 조금은 어색했다.
익숙하지 않은 부엌, 낯선 냄비와 식기들, 그리고 나보다 훨씬 능숙하게 움직이시는 시어머니의 손길.
그 속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아가며
‘가족이 된다는 건 이런 거구나’라는 걸 배워갔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늘의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려 한다.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아이들이 아직 우리 곁에 머물러 있을 때,
그리고 우리 부부가 서로를 지금처럼 바라볼 수 있을 때.
그 모든 순간들이 결국은 ‘우리 가족의 역사’가 된다.
올해 추석은 그런 의미에서 참 특별했다.
화려하거나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함께 웃고, 밥을 나누고, 마음을 나눴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명절’이었다.
낯설었지만 따뜻했고,
조심스러웠지만 감사했다.
그것이 결혼 후 처음 맞이한,
우리 가족의 진짜 추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