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인내라는 모양을 갖고 있다

사랑에는 언제나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by 김현정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은 늘 한 가지

얼굴로만 머물지 않는다.

기쁨으로 웃다가도, 이해하지 못해 멈칫하게 되는

순간들이 함께 찾아온다.

사랑은 그렇게 여러 모양을 띠며 우리 곁에 머문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모양이 있다면

아마도 ‘인내’일 것이다.


어느 날의 아침은 해가 쟁하고 맑은 날처럼 시작된다.

별다른 이유 없이 웃음이 나고, 서로의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가볍다.

그러다 오후가 되면, 예고 없이 하늘이 흐려지듯

감정도 함께 우중충해지는 날이 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리고,

왜인지 모르게 예민해진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그럴 때 우리는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하기 위해

마음속에서 여러 번 숨을 고르고, 말을 삼키고, 감정을 눌러본다.


사랑이 없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다.

하지만 가족이기에, 사랑하기에

우리는 오늘도 그 하루를 버티고 견뎌낸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늘 따뜻하기만 한 공간은 아니다.

때로는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맑음과 흐림이 번갈아 찾아온다.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고,

쉽게 떠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붙든다.


인내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지금 당장은 마음이 닿지 않아도,

언젠가는 다시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사랑은 바로 그 믿음 위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란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사랑은 늘 설레는 감정이 아니라,

하루를 끝까지 함께 살아내겠다는 선택이라고.

감정이 흔들리는 날에도,

그래도 이 울타리 안에 머물겠다고 다짐하는

마음이라고.


오늘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인내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 인내가 쌓여,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는다.


사랑은 그렇게

참아내며, 기다리며, 함께 견디는 모양을 하고

우리 삶 속에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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