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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 Oct 24. 2021

전기, 수도, 인터넷 없이 아마존 오지에서 보름 살기

볼리비아 정글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


지난 볼리비아 루레나바케에서의 보름간의 자원봉사 활동으로 퓨마를 돌보았던 이야기에 이어 그곳에서의 생활과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볼리비아 라파스에서도 버스로 20시간 정도 가야 도착하는 루레나바케. 그리고 다시 배를 타고 베니 강을 건너고 다시 비포장길을 한 시간가량 달려서 도착한 "Jacj Cuisi"라는 곳이었다.

소개해준 친구에게 어느 정도 들은 바가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도착해서 본 그곳은 너무나 허름해서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야생" 그 자체였다. 특히 이곳은 루레나바케 시내에서도 한참 들어온 오지 중의 오지. 이곳에는 현대 생활에 있어 필수라 할 수 있는 3가지가 없었는데 바로 전기, 수도, 인터넷. 또한 문조차 달려있지 않은 나무로 지어진 숙소는 자연 친화적이다 못해 그냥 자연 그 자체였다. 다행스러운 건 끝도 없이 퍼부어대는 열대 우림지역의 비를 막아준다는 것. 물론 바람에 불어닥치는 빗물은 피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일 정글 속에서 더위에 지쳐있는 몸을 쉬기에는 더없이 아늑한 숙소이기도 했다.



이곳은 들어오는 건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을지 몰라도 나가는 건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는 것. 바로 15일 이상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 규칙 때문이었다. 그러니 들어오기 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곳의 생활이 마냥 고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약간의 더러움을 견뎌야 하고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벌레와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있던 15일은 내 인생의 가장 힐링되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매우 단순했다. 오전 7시 기상. 하지만 대부분 6시 40분쯤 되면 다들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준비된 빵으로 아침식사. 그리고 오전 8시 각자의 파트너와 함께 퓨마에게로 가기 위해 정글로 들어간다. 그리고 오후 4시까지 각자의 퓨마와 시간을 보내고 4시에 내려와 자유시간을 보내고 저녁 8시 저녁식사. 그리고 저녁 9시쯤 모두 딥슬립. 전기가 없는 곳이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남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했지만 8시간 동안의 정글 활동이 생각보다 지치고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질(Gill)이 담당했던 퓨마 사챠는 워낙 게으른 공주님이었기 때문에 활동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덥고 습한 열대 우림 정글 속에서 8시간 동안 버티는 게 사실 만만치 않았고 활동량이 적다고 하더래도 사챠의 케이지에서부터 산책로를 지나 도착하는 러너까지도 산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남자분들이 담당한 퓨마 심바, 리슈, 루나는 사챠와 다르게 활동량이 어마어마해서 정말 아침 8시 올라가서 오후 4시에 내려오기 전까지 끊임없이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러니 그 퓨마들을 담당하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 정글 속 퓨마 세상에는 나와 나의 일행 포함해서 13명이 지냈고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 꽤 오랫동안 상주하던 인원은 8명이었다. 그중 나와 함께 사챠를 담당하던 파트너 질(Gill)은 정말 오랫동안 이곳에서 사챠를 담당하는 봉사자였다. 처음에는 약간 남성미를 풍겨서 '정글소년'이라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알 수 없지만 조금 나에게는 친해지기 어려운 벽도 조금은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둘 다 낯선 이에게 다가가는 것이 조금 서툰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특히 나는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한참 자리 잡고 있을 즈음이라 먼저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해 나가는 것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성격적인 부분과는 별개로 정글 속에서 질은 정말 만능소녀였다. 누구보다 능수능란하게 사챠를 이끌어내 산책을 시켰고 정글 속 작은 변화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며 즉각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친구였다. 그리고 퓨마 심바를 담당하는 크리스와 스튜어트 아저씨. 리슈를 담당하던 넬슨. 루나를 담당하는 프란츠 할아버지와 이 공원 운영 책임자 안드레스와 바네사, 로베르트 아저씨였다.



내가 이곳에 머물며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다름 아닌 오후 4시에 정글에서 내려와 저녁 먹기 전 8시까지의 4시간 정도인데 그날의 일을 마치고 내려오면 우리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우리가 가장 애정 했던 장소 바로 냇가로 향했다. 이곳에서 마시는 모든 물은 이곳 냇가의 물을 담아다 먹었는데 그 정도로 깨끗한 곳이었다. 따로 수도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씻고 빨고 마시고 전부다 해결해야 했다. 이곳에서는 화학제품을 사용할 수 없었다. 퓨마를 직접 만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챠처럼 점프에서 안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아마도 먹고 마시는 이 냇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되는데 샴푸, 린스는 물론이고 선크림, 화장품 그리고 스프레이 모기약도 몸에 뿌려서는 안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빨랫비누로 머리도 감고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해야 했다. 물론 덕분에 나는 이곳을 나설 때는 빗자루와 같은 머릿결을 선물 받기도 했지만 뭐든 적응하기 나름인 것 같았다.


이곳에서 씻으면서 옷도 함께 빨아야 했다. 바로 땀에 젖은 상태에선 벌레가 더 많이 꼬이는데 정글 안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벌레가 많아서 모기가 쉴 새 없이 귀에서 윙윙 거리고 예전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 나오던 흡혈파리 삐융이 시시콜콜 나의 맨살을 노린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는 정글에서 내려오자마자 냇가로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땀에 절고 더위에 익어버린 몸을 상쾌하게 식힐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스코틀랜드에서 온 스튜어트 아저씨가 냇가로 가면 일단 절대 가면 안되었다. 바로 알몸 목욕을 하신다고... 스튜어트 아저씨는 액티비티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이셨는데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부터 아르헨티나 멘도사까지 패러글라이딩으로 이동했을 정도로 엄청난 분이셨다. 여튼 그렇게 공원 멤버들이 냇가에서의 힐링을 마치면 또 다른 힐링타임이 돌아오는데 바로 저녁 8시까지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숙소 창고에 있는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시간이었다. 내가 그곳에 있을 당시에는 스위스 출신의 프란츠 할아버지께서 그곳의 각종 물자들을 관리하고 계셨는데 특유의 눈웃음도 멋지고 언제나 친절하시고 멋진 미노년(美老年)이셨다. 그분이 만들어놓은 외상 장부가 있어 그곳에 각자의 이름을 적어놓고 먹고 싶은 간식이나 맥주들을 한 개씩 가져올 때마다 표시를 해두고 미리 돈을 킵해놓거나 나중에 한꺼번에 갚는 식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했던 탓에 2~3일에 한 캔꼴로 마셨는데 냇가에서 샤워를 마치고 의자에 둘러앉아 맥주 한 캔씩 마시는 기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누차 말하듯 전기가 없는 곳이기 때문에 냉장보관조차 하지 못한 미지근한 맥주였지만 세상 그 어느 시원한 맥주에 비할 수 있으랴.



옛사람들도 그러했을까. 전기가 없었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하루는 매우 일찍 끝이 난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칠흑같이 어둡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만큼 혹은 달빛에 의존해 길을 걷는다는 말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어둡기 때문에 대부분 주로 9시가 되면 잠자러 들어간다. 그렇게 불빛 하나 없을 정도로 어두운 곳에서 유일하게 빛이 났던 곳. 바로 하늘이었다. 어나 그토록 많은 별을 보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종종 떨어져 내리는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 수 있었던 곳이었다. 덤으로 나무 사이사이에 반짝이는 반딧불이까지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주의할 사항도 많고 문명의 혜택도 전혀 누릴 수 없었기에 불편한 것 투성이었으며 빨랫비누로 씻어야 하고 수많은 벌레와 매일매일 사투를 벌어야 하는 매우 열악한 환경임에는 틀림없는 곳이다. 하지만 나는 왜 내가 여행한 그 어느 곳보다도 이곳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힘들고 고된 보름이었지만 모든 것이 다 갖춰진 도심 속 여행보다 더 값지고 보람찬 일을 할 수 있었음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한 시간들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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