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아들과 미국에 온 지 20일이 지났다. 미국 마지막 일정은 중2아들과 둘이서 뉴욕(New York)을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환이네의 여름휴가 일정이 같아지면서 뉴욕으로 함께 갈 수 있게 되었다.
중2아들과 처음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과연 남편 없이 여행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물론 환이네가 있었지만 입국부터 걱정이었고, 짧은 일정이지만 뉴욕에 중2아들과 단둘이 있다는 것만으로 걱정이었다. 하지만 뉴욕일정이 똑같지는 않지만 환이네가 뉴욕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환이네와 우리는 사바나(Savannah)에서 같은 날 뉴욕으로 떠났다.
중2아들과 나는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뉴욕에 입성하였다.미국 내이동이라 간단하게 공항을 통과하고 예약해 둔 택시를 타고 1시간 거리의 뉴욕 맨하튼 미드타운에 도착했다.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다리를 건너 맨하튼을 보는데 우리가 정말 뉴욕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중2아들은 우리가 영화 속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며 뉴욕일정에 더 기대하기 시작했다.
친절한 한인택시 기사님의 생생한 미국정복기와 맨하튼 유명한 건물들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는 호텔에 도착하였다. 중2아들과 단둘이 여행이기에 최대한 동선을 짧고 안전한 곳으로 숙소를 알아보다가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뉴욕 힐튼 미드타운(New York Hilton Midtown)으로 정했다.
뉴욕힐튼미드타운(New York Hilton Midtown)은 지하철 7애비뉴역이 5분 거리에 있으며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센트럴파크(Central Park), 록펠러센터(Rockefeller Center), 타임스퀘어(Times Square)가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호텔이라 그런지 근처에 한인이 운영하는 24시간 편의점이 있었고, 뉴욕에서 유명한 할랄가이즈가 호텔 바로 앞에 있어 음식을 포장해서 호텔에서 먹기 좋았다.
중2아들과 나는 뉴욕에 도착하자만 할랄가이즈를 먹으며 상상만 하던 뉴욕의 거리를 호텔방에서 볼 수 있었다.
미국한 달 살기를 계획하면서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 베트남에서 미국국제학교를 다닌 중2아들은 미국에 대한 동경이 있어 미국이라는 나라에 가는 것만으로 만족했기에 특별한 계획 없이 환이네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뉴욕은 달랐다. 중2아들과 둘이만 지내야 했고 위험하다 생각했기에 하루하루 꼼꼼하게 일정을 세웠다.
뉴욕에서 무엇을 할지 막연했을 때에스포츠를 하는 것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중2아들을 위해 뉴욕까지 갔는데 기회가 된다며 MLB (Major League Baseball) 경기를 보고 오면 좋을 것 같아 일정을 찾아보았지만 짧은 일정에 중2아들과 늦은 시간까지 경기를 보고 지하철을 타고 올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었다.
그런데 환이네와 같이 뉴욕에 도착하는 날 양키스 경기가 있었다. 환이와 환이아빠, 중2아들은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 경기를 보러 가기로 하고 야구에 관심이 없는 환이엄마와 나는 뉴욕의 거리를 즐겨보기로 했다.
롯데자이언츠 40년 팬인 아빠와 야구장에 다닌 중2아들은 조용한 양키스야구장 분위기에 놀랬다고 한다. 경기를 보는데 오히려 지루 하기까지 했다는 중2아들은 한국 야구장이 얼마나 즐거운 곳인지 미국에 응원 문화를 전하고 싶다고까지 했다.
야구장에 간 날 하필 성적까지 안 좋아 더 응원이 아쉬웠지만 양키스야구장을 구경할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뻤다고 한다. (요즘 다시 야구에 빠져 있는 나는 그때 함께 하지 않은 것이 지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2아들과 환이가 양키스구장에서 야구를 보는 동안 나와 환이엄마는 호텔 근처를 돌아다니며 뉴욕의 거리를 즐겨보았다.
첫날이라 위치를 잘 몰랐던 우리는 목적지 없이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어 가보았더니 록펠러센터(Rockefeller Center)였다.
록펠러센터의 전망대 탑 오브 더 락(Top of the Rock)은 뉴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며 무엇보다 선셋이 지는 시간은 아름다워 더 찾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지나는 시간이 선셋을 볼 수 있는 시간이라 긴 줄이 있었다.
긴 줄을 보고 우리도 다음날 록펠러센터 전망대 탑오브 더락(Top of the Rock)에서 선셋을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예매하였다.
록펠러센터(Rockefeller Center)에서 미국 6대 지상파 방송국 중 하나인 NBC 스튜디오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뉴욕의 대표적인 아이스 링크인 록펠러 센터의 더 링크(The Rink) 앞에서 환이엄마와 나는 뉴요커들 마시는 블루보틀에서 커피 사 마시며 뉴욕의 분위기를 느껴보았다.
커피를 마시고 잠시 쉰 우리는 타임스퀘어 쪽으로 걸어 보았다. 해가 진 시간 많은 사람들이 타임스퀘어(Times Square)로 걸어가는 것 같았다. 록펠러 센터에서 5분 정도 걸어 타임스퀘어에 도착하였다.
타임스퀘어는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오는 곳이라 그런지 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매년 마지막날 TV에서 봤던 타임스퀘어의 해맞이 행사 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25년 지기 친구 환이엄마와 나는 한참 동안 말없이 타임스퀘어 앞 계단에 앉아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우리 진짜 뉴욕이냐며 신기하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걱정과 다르게 뉴욕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밤거리에는 사람이 많았다. 관광객도 많았고, 퇴근길이 바쁜 직장인들도 많이 보였다.
뉴욕은 빡빡이 머리를 한 남자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었지만 누구 하나 이상하게 보지 않았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올랜도 여행에서 인종차별을 당했지만 뉴욕은 달랐다. 너무 자유로움이느껴졌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누구 하나 눈에 띄지는 않고 어우러졌다.
중2아들은 길 가다 누군가 대마를 피우고 있다며, 향으로 바로 알았고 남자커플이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을 보고 놀라지도 않았다.
중2아들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미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보았고 세상은 정말 넓고 다양한 문화들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