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뉴욕도착 3시간 만에 델타 항공을 타고 1시간 20분을 날아 조지아주 사바나에 오후 5시쯤 도착했다.
우리가 미국으로 떠나기 일주일 전 한국을 다녀간 환이네와의 만남은, 당연히 반갑기도 했지만..
친구는 '정말 이들이 태평양을 건너왔구나?'라는 표정으로 대견해했고, 나는 '나, 이 먼 곳에 아들이랑 둘이서 왔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어'라는 안도감이 더 컸다.
사바나 공항에서 환이집까지는 40분 거리로 가는 동안 광활한 평지, 쭉 뻗은 도로, 간간이 보이는 빌리지와 집들이 우리가 미국이라는 곳에 있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들과나는 작은도시 사바나의 평온하고 화창했던첫 느낌을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중2아들과 환이는 형제 같은 사이이다.
우리가 하노이를 다녀온 5년을 제외하고선 한 동네에서 대부분을 함께 하며 같이 자랐다.
형이 좋아하는 나라를 소개해주고 싶은 게 많았던 환이와 누구보다 미국이 궁금한 중2아들은 무엇을 먼저 해야 될지 몰라 흥분한 상태였다.
우리는 부산 집을 떠나 수원이모집-인천공항-뉴욕 JFK공항을 약 30시간이 지나는 동안 거의 뜬 눈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피곤한지도 모르고, 미국치킨과 비스킷, 감자튀김으로 저녁을 먹고 환이 집 앞부터 구경을 했다.
환이네는 영화에서 보던 미국의 집들처럼 차고가 있고, 집 앞뒤로 잔디가 깔린 집들이 모여 있는 빌리지였다. 사바나는 미국의 작은 도시에 불과하다지만 정돈된 잔디밭에 가지런히 있는 집들은 우리가 정말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왔구나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우리가 있던 7월은 저녁 8시가 되어도 해가 지지 않았다. 해가 지고 나면 빌리지 안에서도 사람들이거의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환이네도 해가지고 나서 집 밖을 나온 적이 없다고 한다. 고요했던 마을이 궁금했지만 돌아다닐 용기가 없는 첫날이기에 다 같이 일몰을 보며 짧은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중2아들과 나는 집 떠난 지 35시간 만에 시차적응 할 시간도 없이 밤을 맞이하였고 다음날까지 꿀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