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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숙 Nov 28. 2022

엄마, 부탁해

사랑하는 딸과 사랑하는 딸의 친구를 부디 보우해줘

 엄마 기억나? 

나는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던 아이였잖아. “거짓말 또 할 거야 안 할 거야?” 눈물 쏙 빠지게 혼나고는 서럽게 훌쩍이며 “안 할 거야.” 대답해놓고선 또다시 거짓말.

 “일기 썼어?” “응 썼어.” 불시에 시작된 일기 검사에 비어있는 여덟 페이지가 훤히 드러났고 엄마는 회초리를 들었지. 빈 페이지 수만큼 한 대 두 대 세 대 네 대…. 허벅지 뒤쪽이 부풀어 올랐어.

 ‘응 엄마 나 공부하고 있지.’ 엄마가 독서실에 거의 다 왔다는 문자에 우산도 없이 장맛비를 뚫고 달렸어.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난 홀딱 젖어버렸고 엄마는 내 거짓말에 허탈해했지.

 성적표를 위조하고, 방불 꺼놓고 노래 듣고 있었으면서 계속 공부 중이었다고 시치미를 떼고…. 오죽하면, 오죽하면 날 노려보며 꼬집었을까?



 엄마, 거짓말로 엄마를 속이고 속상하게 하던 내가 거짓말이란 것을 모르고 살아온 친구를 만났어. 마치 오빠처럼 말이야.

 많이 배우고 있어. 꼼수 없는 성실함을, 내 삶을 책임지는 책임감을,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아량을, 혼자 울고 털어내는 애잔함을… 얘 아니었으면 나 여기까지 못 왔을 것 같아. 나한테는 되게 엄격해서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야.

 내가 되게 좋아해. 정말 많이 좋아해. 경은이만큼, 아연이만큼, 엄마만큼 좋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져.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져. “날개를 펼쳐봐.” 하며 날 믿어주는 친구에게 나도 멋진 친구가 되고 싶어.


 엄마, 거짓말은 나쁜 것이지만, 내가 엄마에게 했던 거짓말은 아주 나쁜 거짓말이지만, 세상엔 그렇지 않은 거짓말도 있는 것 같아. 며칠 전 얘가 거짓말을 했다고 전화 너머로 말 해오는데 그 얘길 들으면서 많이 속상했어. 오죽하면 그랬을까, 오죽하면.

 엄마 거기는 어때?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걸까? 엄마, 지켜줘. 힘을 줘. 지금껏 내게 그랬듯이 내 친구를 지켜줘. 우리가 이 시기를 잘 건너갈 수 있도록 우리를 지켜줘.

 사랑하는 딸과 사랑하는 딸의 친구를 부디 보우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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