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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숙 Nov 28. 2022

밥상 앞 복스러운 사람

목의 행복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목과 먹는 밥이 더 맛있는 이유는 맛있는 거 앞에 잔뜩 신이 난 목이 때문이다. 저 납작한 배 안에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목이는 조용하고 재빠르고 얌전하게 음식을 밀어 넣는다. 빠르게 밀어 넣고 빠르게 밀어 낸다.

 목과 같이 먹으면 야채 곱창볶음도 맛있고 하얀 순대국밥도 맛있다. 신이 난 목이 덕에 나도 신이 나버리는 것이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목이 없을 때 난 잘 먹지 못하는 아이처럼 읽힐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목과 같이 있지 않더라도 내 식욕은 대체로 왕성하다. 나는 원래 잘 먹는데 은혜가 있으면 더 잘 먹게 되는 것일 뿐이다. (목의 납작한 배와 달리 볼록한 내 배가 야속하다.)


 짜장과 연근에 수북하게 밥 한 그릇 뚝딱하던 목이 이제는 참치를 찾고, 육회를 추천하고, 반드시 뚝배기에 먹어야 하는 순댓국의 참맛을 알려주고, 근사한 식당에 나를 데려간다. 목의 맛 지평이 넓어지는 중이다. 목은 까다롭지 않은 입맛으로 무엇이든 대체로 잘 먹지만, 맛있는 것은 기가 막히게 잘 감각하고 그 앞에서 신이 나버린다. 그런 목이를 보고 있으면 봐도 봐도 낯설고 예쁘고 귀엽고 덩달아 나도 신이 난다.


 목은 내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기가 막히게 잘 골라내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김부각과 쌀국수를 빼면 목이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리는 게 쉽지 않다. 7년을 같이 먹고 마셨는데도 아직 알쏭달쏭하다. 목이가 좋아하는 건 뭘까? 목이 좋아하는 음식을 알맞게 알아차리면서 목의 맛 지평을 넓히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 새로운 맛을 목에게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것이 목의 입에 착 맞는 것이면 좋겠고, 그래서 호기심과 황홀함으로 신이 나 하는 목의 행복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맛있는 것을 신나게, 편안하게, 따듯하게,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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