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를 하고, 이혼을 하는 시간 속에서 지민은 자신이 5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키운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웠다. 밤에 잠이 깨면 아이가 생각나서 다시 잠들 수가 없었다. 가슴이 저미도록 아프고 또 아팠다. 놀랍게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은 전혀 없었다. 남편이 없는 것이 이렇게 편하고 좋은 일일 줄이야. 단지 남편에게 남겨진 그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에 마음이 먹먹했다. '내가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좋겠다.' 지민은 아이를 생각하며 울고 또 울었다.
남편은 지민을 배신했지만, 지민은 지민을 엄마로 믿고 따랐던 아이를 배신했다고 느꼈다. 아이를 처음 데리고 왔을 때, 얼굴이 어둡고, 마음은 불안했던 아이였는데, 지민과 5년을 보내며 아이는 아이 특유의 밝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변했고, 안정된 마음을 가진 아이로 바뀌었다. 그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 대한 지민의 사랑과 관심은 다른 엄마들 못지 않았다. 등하교를 함께 하고, 칭찬의 말을 하고, 좋은 것만 보여주려 했고, 아이의 마음을 잘 받아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은…자신의 친엄마가 자신을 버린 것처럼 자신도 자신의 아이를 버렸다는 것을 한참이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아이가 너무 보고 싶었지만, 아이가 자신을 잊고 잘 살아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에 아이를 따로 보자고 할 수 없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지민은 아이에게 연락을 해서 아이를 오랫만에 만나게 되었다. 몰라보게 키가 자라 있는 아이는 지민과 만나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지민은 아이와 함께 식사도 하고, 아이가 갖고 싶어하던 나이키 운동화도 사 주었다.
"엄마랑 아빠가 헤어진 건 네 탓이 아니야. 알고 있지?"
"응, 엄마 아빠 문제라는 거 알고 있어."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 울고 또 울었다. 엄마를 오랫만에 본 기쁨과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슬픔이었다. '집에 잘 들어갔어? 아빠 말씀 잘 듣고, 항상 행복하게 지내렴.' 지민은 문자를 보냈다. '엄마가 사준 운동화는 머리맡에 놓고 잘 꺼에요. 하나도 헐지 않게 할 거에요.'라고 아이는 답문자를 보내왔다. '아니야, 엄마는 네가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노느라 새 운동화가 다 헐었으면 좋겠어.' 지민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