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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동성愛

by 소쿠리 Feb 22. 2025

이런 지민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가 있었다. 같은 반 여자아이 송소리였다. 송소리는 남자애 같이 짧은 단발에 언제나 입고 다니는 야성점퍼는 그 아이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송소리는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소리가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볼 때면 지민은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긴장해 있는 지민에게 소리는 아이돌 같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어쩌면 소리는 지민의 첫사랑이었다.

               

지민은 소리의 집에 가서 소리가 노래 부르는 것을 들을 때가 너무 좋았다. 어린아이 같지 않은 텁텁한 목소리는 지민이 듣기에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자신의 집에 돌아가면 지민은 소리를 생각하며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냥 보고 싶은 게 아니었다. 마음이 저미는 그리움이었다. 소리를 생각하며 글도 끄적여 보고, 소리처럼 되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너희 둘은 꼭 데미안 같아."               


담임 선생님이 어느 날 말씀하셨다. 담임 선생님은 지민과 소리의 관계를 주인공 에밀이 데미안을 만나면서 내면적 성숙을 이루어가는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들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지민은 소리를 사랑했다. 사랑이 뭔지는 모르지만, 사랑이란 게 있다면 이런 것일까? 생각도 해 봤다.                


학년이 바뀌고 지민과 소리는 다른 반으로 배정되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가끔 학교 복도에서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소리는 같은 반의 혜영이와 항상 복도에서 붙어서 이야기하고, 얼굴을 만지고, 깔깔거리고 웃었다. 어떨 때 소리는 혜영의 볼에 뽀뽀를 하기도 했다. 지민은 그 둘의 모습을 볼 때면 질투가 나곤 했다. 혜영이가 자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민은 쓰라린 마음이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점차 소리를 마음에서 떠나보내며 지민은 중학생이 되었다. 지민은 그렇게 마음의 홍역을 치르며 어른이 되어갔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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