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감당하겠다는 약속
사랑은 때로, 가장 현실적인 질문 앞에서 흔들린다.
“사랑만으로 살 수 있을까?”
다영은 윤서를 향한 마음과 세상의 반대를 마주하며,
사랑이란 감정이 아닌 ‘책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연애가 아닌,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미쳤어?"
친구 민지가 소리쳤다.
카페. 다영은 윤서 이야기를 꺼냈다.
"장애인이잖아! 그것도 희귀병! 치료도 안 된다며?"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야."
"똑같은 말이잖아!"
"아니야."
다영은 고개를 저었다.
"완전히 다른 말이야."
민지가 한숨을 쉬었다.
"다영아, 정신 차려. 너 지금 스물다섯이야. 앞으로 인생이 몇십 년 남았는데, 그 사람 평생 돌보고 살 거야?"
"... 그럴 생각이야."
"왜?!"
"사랑하니까."
"사랑만으로 살 수 있어?"
다영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민지한테 들었다."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병원에서 만난 남자 있다며. 장애인이라고."
"... 네."
"다영아."
엄마가 다영의 손을 잡았다.
"엄마 말 좀 들어라. 그 사람, 앞으로 더 안 좋아질 거야. 희귀병은 치료가 안 돼. 점점 나빠지기만 해."
"알아요."
"알면서 왜!"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 대학 졸업하느라 얼마나 고생했어. 알바 3개 뛰면서 빚 갚고... 이제 좀 살만하면 되는데, 왜 또 고생길을 가려고 해?"
"엄마..."
"그 사람 좋아? 사랑해?"
"... 네."
"사랑으로 밥 먹고 살아?"
다영은 울컥했다.
"엄마도 아빠 사랑해서 결혼하셨잖아요."
"그건 다르지!"
"뭐가 달라요?"
"네 아빠는 건강했어. 일할 수 있었고. 근데 그 사람은..."
엄마가 말을 멈췄다.
"평생 네가 돌봐야 돼. 밥 먹여야 하고, 화장실 데려가야 하고, 씻겨야 하고. 그게 1년, 2년이 아니야. 평생이야!"
다영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사랑만으로 살 수 있냐고.
평생 돌볼 수 있냐고.
솔직히 모르겠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30년, 40년을 누군가를 돌보며 산다는 게 어떤 건지.
핸드폰이 울렸다.
윤서였다.
"다영 씨."
"... 응."
"오늘 안 오셨네요."
"... 미안."
"괜찮아요. 바쁘시죠."
윤서의 목소리가 조용했다.
"다영 씨."
"응."
"주변에서 뭐라고 하죠?"
"... 어떻게 알았어?"
"다들 그래요. 저 같은 사람 만나지 말라고."
윤서가 쓴웃음을 지었다.
"맞는 말이에요."
"윤서..."
"진짜예요. 저... 짐이에요. 누구한테나. 특히 당신 같은 사람한테는."
"그런 말 하지 마."
"사실이잖아요."
윤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다영 씨, 당신 인생 망치고 싶지 않아요. 제발... 저한테서 떠나세요."
"싫어."
"... 뭐?"
"싫다고. 안 떠나."
다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 결정했어. 당신이랑 결혼할 거야."
전화를 끊고, 다영은 울었다.
무서웠다.
30년, 40년을 돌본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알았다.
엄마 말이 맞았다.
친구 말이 맞았다.
하지만.
윤서 없는 30년, 40년은 상상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다영은 병원으로 갔다.
윤서가 창가에 앉아 있었다.
"다영 씨..."
"윤서."
다영이 윤서 앞에 무릎 꿇었다.
"... 뭐 하는 거예요?"
"결혼해 줘."
윤서의 눈이 커졌다.
"안 돼요. 제가 어제 분명히..."
"나 결정했어."
다영이 윤서의 손을 잡았다.
"30년이든 40년이든, 당신 곁에 있을 거야. 밥 먹여줄 거고, 화장실 데려갈 거고, 씻겨줄 거야."
"다영 씨..."
"힘들 거야. 나도 알아. 무서워. 솔직히."
다영의 눈에서 눈물이 났다.
"근데 당신 없는 게 더 무서워. 그게 더 힘들어."
윤서가 울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 이건 내가 선택한 거야."
다영이 웃었다.
"내가 당신 선택한 거야. 당신도 나 선택해 줘."
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요. 다영 씨! 제가 당신을 선택하겠습니다."
그날 밤.
다영은 일기를 썼다.
1995년 10월 15일
오늘 윤서에게 프러포즈했다.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한다.
엄마는 울었다.
친구들은 등을 돌렸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사랑을 선택했다.
30년 후,
40년 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선택이고,
나는 윤서를 선택했으니까.
사랑은 늘 선택의 연속입니다.
누군가를 끝까지 감당하겠다는 마음은,
그저 감정이 아니라 삶을 함께 짊어지겠다는 약속이죠.
다영의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가장 단단한 사랑의 형태가 담겨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장 - 시작》: 다영과 윤서의 첫 만남, 병원에서 피어난 인연
• 《2장 - 흔들림》: 다영의 마음이 처음으로 흔들린 날
• 《4장 - 약속》: 결혼 이후, 두 사람의 첫 번째 위기와 다영의 다짐
희귀 질환에 대한 이해와 지원 정보 (한국 희귀 질환재단)
장애인 가족을 위한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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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 약속의 시작》
결혼을 결심한 다영과 윤서.
하지만 사랑의 선언이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현실은 조용히 문을 두드린다.
병원 서류, 가족의 반대, 윤서의 상태 변화…
다영은 점점 더 깊은 책임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녀는 사랑을 선택했고
이제는 그 사랑을 지켜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