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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作, 쉼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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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대화 - 3막: 길 잃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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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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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도 걷고 있고,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멈춰 서 있다.
쉼표는 이제 안다.
질문을 받는 것과 질문에 답하는 것,
둘 다 걸음의 일부라는 것을.
3막.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
쉼표가 건네는 첫 번째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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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같은 공간. 하지만 선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쉼표와 로드, 걸어가다 멈춘다.
앞에 누군가 서 있다. 등을 보이고.
[침묵]
쉼표: (작게) 로드, 저기…
로드: (고개를 끄덕인다)
[쉼표와 로드, 천천히 다가간다.]
[그 사람, 천천히 돌아본다. 미아(迷兒).]
미아: (놀라서) 아… 사람이…
쉼표: 안녕하세요.
미아: (어색하게) 안녕하세요.
[침묵. 세 사람, 서로를 본다.]
로드: (조용히)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우연이 아니야.
미아: (로드를 본다)... 뭐라고요?
로드: (미소 짓는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쉼표: (미아에게) 혹시… 괜찮으세요?
미아: (잠시 망설이다) 사실은… 길을 잃었어요.
쉼표: (조용히) 아…
미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길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쉼표, 로드를 본다. 로드는 대답하지 않는다. 쉼표를 본다.]
쉼표: (천천히) 어디로… 가려고 하셨는데요?
미아: 그게… (멈춘다) 그게 문제예요. 어디로 가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쉼표: (고개를 끄덕인다)
미아: 그냥… 걷다 보니 여기 왔는데, 이제는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돌아갈 수도 없고.
로드: (조용히) 돌아가고 싶으세요?
미아: (생각한다)... 모르겠어요. (멈춘다) 모르겠다는 게 문제예요.
쉼표: (작게 웃는다)
미아:... 왜 웃으세요?
쉼표: 아… 미안해요. 그냥… 익숙한 말이어서요.
미아: 익숙해요?
쉼표: 네. 제가 얼마 전까지 똑같은 말을 했거든요.
미아: (쉼표를 본다)
쉼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
미아:... 그래서요? 어떻게 하셨어요?
[쉼표, 로드를 본다. 로드는 여전히 미소만 짓고 있다.]
쉼표: (천천히) 저는… 답을 찾지 못했어요.
미아: (실망하는 표정)
쉼표: 하지만 걷기 시작했어요.
미아: 답도 없이요?
쉼표: 네. 답도 없이.
미아:...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요?
쉼표: (잠시 생각한다) 글쎄요. 소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멈춘다) 하지만 걸으면서 알게 된 게 있어요.
미아: 뭔데요?
쉼표: 길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더라고요.
[미아, 쉼표를 뚫어지게 본다.]
미아: 만든다고요?
쉼표: 네. 제가 걸어가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길이 태어나요.
미아: (작게 웃는다) 그건 너무 거창한 거 아닌가요?
쉼표: (웃는다) 저도 그렇게 말했어요. 이 친구한테.
로드: (고개를 끄덕인다)
쉼표: 그런데 이 친구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미아: 뭐라고 했는데요?
쉼표: "거창함과 진실함은 다르지."
[침묵]
미아: (천천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쉼표: 저도 처음엔 몰랐어요. 근데 걸으면서 조금씩 알게 됐어요.
미아: 뭘요?
쉼표: 거창한 건 머릿속에 있는 거고, 진실한 건 발에 있는 거예요.
미아:... 발에?
쉼표: 네. (자신의 발을 본다) 이 발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그게 진실이에요.
[미아, 자신의 발밑을 내려다본다.]
미아: 그럼… 저도 그냥 걸으면 되는 건가요?
쉼표: (조용히) "그냥"은 아닐 거예요.
미아: 뭐가 다른데요?
쉼표: 걸으면서 알게 될 거예요. 질문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면서.
미아: 그게 길이에요?
쉼표: 그게 걸음이에요.
로드: (조용히, 쉼표에게) 잘하고 있어.
쉼표: (로드를 본다, 미소 짓는다)
미아: (두 사람을 본다) 혹시… 함께 걸어도 될까요?
쉼표: (잠시 망설인다)
로드: (미아에게) 우리가 가는 길이 어딘지 모르는데도요?
미아: (고개를 끄덕인다) 네. 어차피 저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니까요.
쉼표: (웃는다) 그럼… 같이 가요.
미아: 정말요?
쉼표: 네. 우리도 길을 만들어가는 중이니까. 함께 만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미아, 처음으로 웃는다.]
로드: (세 사람을 본다) 그럼, 가볼까요?
쉼표: 가요.
미아: (작게) 감사합니다.
쉼표: 아뇨. 저도 얼마 전에 받았던 거예요. (멈춘다) 이제 드릴 차례인 것 같아요.
[세 사람, 나란히 선다. 함께 걷기 시작한다.]
미아: (걸으면서) 혹시… 길을 잃으면 어떡해요?
쉼표: (로드를 본다)
로드: (웃는다)
쉼표: (미아에게) 괜찮아요. 길을 잃는 것도 길의 일부니까요.
미아:... 정말요?
쉼표: 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잖아요.
[세 사람의 발자국 소리. 조금씩 맞춰진다.]
[무대, 천천히 밝아진다. 세 사람의 실루엣이 점점 작아진다.]
로드: (중얼거리듯) 길 위에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니야.
쉼표: (로드의 말을 받는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도 걷고 있어.
미아: (작게)... 그리고 만나게 돼.
[세 사람, 계속 걷는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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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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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에서 쉼표는 처음으로 답하는 사람이 됩니다.
1막에서 받았던 질문을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순간.
이것이 길 위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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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6년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미아"를 만났습니다.
길을 잃은 여행자들.
방향을 잃은 이주자들.
자신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저도 그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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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는 로드에게 배웠고,
이제 미아에게 전합니다.
미아는 또 누군가에게 전할 것이고,
그렇게 길은 이어집니다.
길 위의 대화는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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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쉼표는 걷기 시작했습니다.
2막: 쉼표는 질문하며 걸었습니다.
3막: 쉼표는 누군가와 함께 걷습니다.
4막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세 사람은 길의 끝을 마주하게 됩니다.
금요일, 4막에서 계속됩니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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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대화"는 총 5막으로 구성된 연작 희곡입니다.
처음부터 읽고 싶으시다면:
**1막: 길의 시작**
→ [1막 읽으러 가기](https://brunch.co.kr/@39d166365bd047c/244)
"고도를 기다리는 대신, 우리는 길을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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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길 위의 질문**
→ [2막 읽으러 가기](https://brunch.co.kr/@39d166365bd047c/248)
"확신은 없어. 하지만 질문과 함께 걸을 수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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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 길 잃은 사람들** 현재 글
"확신은 없어. 하지만 질문과 함께 걸을 수는 있어."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 나는 처음으로 답했다"
**다음 막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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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막: 길의 끝에서**
→ 11/21 (금) 저녁 8시 공개 예정
세 사람은 길의 끝을 마주합니다.
"여기가 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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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막: 새로운 선을 긋다**
→ 11/23 (일) 저녁 8시 공개 예정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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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막 예고**
11/24 (월)부터는 새로운 시리즈
�"베트남 생활 - 6년 경험 진짜 이야기" 시리즈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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